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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06. 2020

아트로드는 길과 문화가 하나 되는 곳

내 고향, 두 번째 이야기

길과 문화가 하나 되는 함창 아트로드의 총 길이는 2.3Km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함창역에서 출발하여 29개의 테마를 관람하고 다시 함창역으로 돌아오는 길을 명주실로 표현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함창 명주실'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마을 곳곳에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함창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주 생산지로 여러 주민들이 전통 기술의 명맥을 잇고 있다. 명주박물관이 운영되고, 명주 축제 개최 등 비단 명주의 고을로 자리 잡고 있다. 비단이 실제 비단 천만을 의미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나 '좋은 일'을 뜻하듯, 함창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적 가치를 작품으로 연출했다.      


기차를 타려는 주민들로 북적거리던 곳이 지금은 무인 기착지로 퇴락한 함창역은 '함창 예고을 금상첨화' 프로젝트 전체를 소개하는 실내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기차역 내부에는 함창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그 순간의 추억을 편지에 담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내면 6개월 또는 1년 후에 천천히 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느림의 편지통이 있다.


아트로드에서 만나는 돌담이나 낡은 벽면, 바위돌들은 모두 작품을 그리는 훌륭한 캠퍼스 역할을 하고 있다. 벽이 오래되어 갈라진 금을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얼굴 형태를 드로잉 한 기발한 작품, 마을을 돌아다니는 봉황 한쌍을 세라믹 타일로 표현한 작품, 함창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강을 시작점으로 시간의 흐름을 명주실로 연결시켜 문명이 형성되는 과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 특히 장날 씨름 풍경과 명주 제작과정을 이미지화한 작품 등은 아트로드를 걷는 내내 우리를 반가이 맞아준다.

금이 간 낡은 담벼락이 캠퍼스가 된 벽화
돌덩어리가 캠퍼스가 되었다. 화난 얼굴, 호기심에 찬 얼굴, 눈을 지그시 감고 맛을 음미하고 있는 얼굴...
마을을 돌아다니는 봉황 한 마리
가난한 시절 베틀을 돌려 비단을 만들어 팔아야 겨우 생계를 이을 수 있었다.
소곤거리는 아낙들의 재미있는 얘기를 듣고 싶다.

아트로드에서 만나는 집마다 고유의 이름을 부여하여 그 집을 특화하고 있다. 쌀찟는 집은 여전히 쌀을 찟고, 호박꽃 피는 집는 가을이라 호박 대신 국화꽃이 담 밑에서 자라고, 파란 지붕 집은 여전히 지붕이 파랗다. 선인장 꽃피는 집은 집안을 들어다 볼 수 없어 모르겠고, 처마 끝에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감 꽂이가 메여 있는 콩밭 메는 이용성 할머니 댁에는 할머니가 창문을 열어놓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바느질을 하고 계시다. 개미와 베짱이네는 누가 베짱이인지 모르겠으나 뼈 빠지도록 부지런한 개미의 잔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올 것 같고, 국가유공자의 집에는 자손들이 자부심을 가지나 가난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이용성 할머니 댁에는 할머니가 창문을 열어놓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바느질을 하고 계시다.
국가유공자의 집에 사는 자손들은 가난하지만 자부심이 강할 것 같고, 쌀찟는 집에는 갖찌은 쌀 포대로 넉넉하다.


아스라이 남아 있는 추억이 담긴 시골집은 쇠잔하게 스러져가고, 담 밑 좁은 땅에 심어 놓은 배추는 한겨울에 시원한 배춧국과 배추전으로 주린 배를 채우게 했다.


함창은 곶감으로 유명하다. 집집마다 한두 그루의 감나무가 있고, 가을엔 처마 끝에 메어 곶감 만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완전 곶감이 되기 전 겉면이 살짝 말라 쪼글어 들고 속은 말랑말랑한 감을 감 꽂이에서 빼내 먹는 맛은 꿀맛보다 달콤했다.


올해 감 모양은 괴이하다. 무슨 변고가 발생할는지 감이 둥글지 않고 쪼개지고 갈라진 것이 많다. 신기하지만 별일 없기를 바라며 잠시 마음을 졸았다.

함창에는 뒤뜰에 감나무 한두 그루는 다 있고, 가을에는 처마 밑에 곶감을 말리는 모습이 흔하다.  
감이 맺히는 7, 8월이 몹시 메마르고 더우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군요.

사과 과수원 하는 누이집에는 쌍둥이 사과를 보관하고 있는데, 이것은 몇 년간 사과농사짓는 누이가 처음 발견한 돌연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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