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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07. 2020

아트로드에서 만난 보이지 않는 이야기와 인디음악

내 고향, 세 번째 이야기

내 어릴 적에는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며, 사색의 시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전년에 읽다만 먼지 덮인 책을 꺼내 다시 읽거나, 서점에 들러 시집 한 권을 사서 옆구리에 끼고 단풍잎이 곱게 내린 산책길을 걸으며 시 한 편을 읊조리곤 했다. 훌쩍 시간이 흘러 인터넷이 발달하고 학생들이 PC 앞에서 게임을 빠져있는 요즘에는 계절이 무상하고 독서나 시에 대한 얘기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연중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세대의 입은 어눌해지고 감정은 메말라 버렸다.

   

다행히 함창 아트로드를 걷다 보면 메마른 마음에 빛이 들어 감정을 촉촉이 적시는 이야기와 인디음악을 만날 수 있다.       

독서만 한 즐거움 어디에도 없다
그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그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옛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함창 공갈못 노래는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불렸다.
어린 시절 잠들어 있는 나의 귀에 얼핏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자더라도 밥 먹고 자라"
신발  벗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길 벽이 소리를 쏟아낸다
나뭇결 따라 순리대로 켜야지

아트로드에서 만나는 '함창 감음(感音)'은 '있다'라는 인디음악 뮤지션이 음악과 아트를 접목시켜 만든 공간이다. 함창에서 지내면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7곡의 작품을 작곡했다. 옛 마을의 이야기, 비단, 오일장날의 일기, 공갈못 여정, 무인역 함창, 곶감 익는 마을, 풍경을 그리는 아이들. 이곳에 들러 헤드폰을 껴고 인디 음악에 취해 보자.

'견우와 직녀' 설화를 가져와 인간세상으로 떨어진 직녀가 하늘로 돌아가기까지 함창에서 예술을 배우고 함창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며 견우와 사랑하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금상천화(錦上天花)를 완성했다.

함창의 주민 이야기를 엮어 만든 책 중에서 20개를 선별하여 이미지와 함께 전시한 공간이 '함창 보이지 않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아랫집 아들에게 얻어터진 동생의 복수를 위해 형이 그 아이를 두들겨 팼고 아랫집 형이 달려들었으나 간신히 제압했지만, 그날 저녁 아버지에게 싸웠다는 이유로 직 싸게 두들겨 맞아 억울했다는 얘기. 짧은 치마 입고 통통하니 터질 듯한 다방 아가씨에게 홀린 서방을 잠도 재우지 않고 초장에 단속을 잘해서 남편의 바람기를 잡았다는 얘기. 마을 우회 도로를 만들면서 발견된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칼, 말안장, 금귀걸이 등으로 미루어 4,500년 전부터 청동시대 족장이 살았던 역사 깊은 동네라는 얘기. 함창에 관련된 얘기, 얘기들을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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