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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27. 2020

밀양 무안, 표충비

밀양 무안에 갔다. 사명대사 유정, 서산대사 휴정, 기허 대사 영규를 모신 사당이 있어 예의를 표하고자 들렸다. 나라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가 있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을 방문한 유정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왜놈들이 불을 지펴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는 방에 사명대사를 가두었으나, 문을 여니 사명대사의 수염에 얼음을 주렁주렁 달려서 왜놈들이 모두 놀랐다고 하는 얘기. 어릴 적에 들은 것이 있어 사명대사에 대한 경이로움과 관심이 컸다.


무안 시내에 있는 사당이에 관련된 자료와 소개글이 다. 임진왜란의 정황과 유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사당 내부에는 세분 선사 외에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도 모셔져 있는 것이 이했다. 우리나라 민주발전을 막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배고픈 나라를 경제적으로 번성케 한 구국적 인물로 여전히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나 보다.

사당 뒤에서 자라고 있는 무안리 향나무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1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보통의 향나무는 하늘 높게 큰 키로 자란다. 이 향나무는 높이 1.5m, 둘레 1.1m 정도로 키가 작다. 하지만 수령이 300년이나 된다. 원가지를 잘라내고 옆가지를 펼쳐 우산 같은 모양으로 자라게 한 것이다. 영조 14년 사명대사의 5대 법손 남붕선사가 기념으로 이곳에 심은 것이라 한다.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표충비는 국난을 극복한 사명대사의 높은 뜻을 새긴 비석으로 영조 18년(1742)에 건립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모집해 왜군을 무찌르고,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왜군에게 잡혀간 3,000명의 조선 포로를 귀환시킨 사명대사의 공적을 기리고 있다. 이 비석은 국가에 경사나 환란이 있을 때 땀을 흘려 그 조짐을 알려 주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민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사명당의 우국충절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라며 신성시하고 있다.

무안은 작은 도시이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 무안 시장에 들렀다. 옛 장터는 제법 컸지만 채소장사, 생선장사와 기성복을 파는 장사 몇 명만 난장을 펼쳐 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북적거리던 시장 모습이 사라져 다소 아쉬웠다. 대신 시골 5일장 규모를 축소시킨 큰 슈퍼마켓 두 개가 전통시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중 한 마트에 들어가 봤더니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었다. 중식당에 들려 짬뽕으로 점심을 때운 뒤 무안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상가를 기웃거리다가 부동산 사무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선산 매도 광고를 보게 되었다. 땅 1평에 3,000원!!! 싸기도 해라.


산을 사 두었다가 은퇴 후 무안에서 산사나이로 살아 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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