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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04. 2020

마이애미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헤밍웨이를 만나다

다시 찾은 미국

마이애미 남부 쪽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잇는 41개의 다리를 지나면  마침내 키웨스트에 도착하게 된다. 마이애미와 키웨스트 간 거리는 180km나 된다. 키웨스트로 가는 길에서 바라다보는 카리브해는 그림을 보는 듯 눈부시게 아름답다.

카리브의 아름다운 풍치

키웨스트를 찾는 관광객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생가를 찾아간다. 그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곳곳에서 그의 삶과 흔적이 남긴 발자취를 둘러볼 수  있다.

헤밍웨이의 생가는 옛 모습 생생히 보전되어 있다. 그가 사용한 물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신문기사로 그가 겪었던 전쟁 기사와 생애 사진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정원을 거닐고 있는 헤밍웨이가 키웠던 고양이의 후손을 만날 수 있다.

헤밍웨이 생가의 옛 모습과 현재  모습. 생가를 찾는 관광객들이 끊기지 않고, 박물관에서는 친절하게도 한글로 된 자세한 안내문을 나누어 주었다.

그는 쿠바 아바나로 이주하기 전 9년간 키웨스트에 머물렀다. 헤밍웨이는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매일같이 저택 베란다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되는 붉은 벽돌로 된  집필실로 이동하여 정오까지 글을 썼다. 그리고 낮시간과 밤 시간에는 낚시를 즐기거나 부둣가나 선창가에서 술을 마시며 오락을 즐겼다.   

생가에는 그가 잡은 대형 물고기 사진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생애 동안 열렬한 낚시꾼이었던 그가 키웨스트와 쿠바 사이를 흐르는 멕시코 만류에서 청새치 같은 대형 물고기를 잡는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노인과 바다'는 그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헤밍웨이의 오랜 낚시 친구 겸 낚싯배 피라의 선장이었던 쿠바인 그레고리 푸엔테스는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인 산티아고 캐릭터의 영감이 된 실제 인물이다.


이곳에서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오후의 죽음',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킬리만자로의 눈', '여자 없는 남자들' 등 상당한 작품을 완성했으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의 상당한 부분을 이 집필실에서 썼다고 한다.


내가 청소년 시절 유일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봤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에서 여주인공은 머리를 짧게 자른 잉그리드 버그만이었다. 남자 주인공 조던과 처음으로 키스를 하면서 그녀가 '큰 코가 가려서 어떻게 키스를 할 수 있냐?'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흑백 영화 속 잉그리드 버그만은 너무 예쁘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영화한 장면에는 그가 몇 년간 살았던 스페인 론다의 누에보 다리가 나온다. 에스파냐 내전 때 민주주의 방위를 위해 정부군을 지원하려고 파견된 미국 청년 로버트 조던이 폭파하고자 했던 철교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작년 스페인 론다 지역을 방문했을 때 헤밍웨이를 기리는 기념탑을 보고 헤밍웨이와 스페인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헤밍웨이는 미국의 50개 주요 일간지 발행사들로 구성된 북미 신문 연맹의 종군 기자 자격으로 스페인의 내전을 취재하면서 파시스트에 반대해 게릴라로 활동했다. 그의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나는 헤밍웨이가 거닐었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협곡 아래를 흐르는 과달레빈 강과 넓은 평원을 바라보고, 누에보 다리를 감상했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영화의 배경이 된 누에보 다리. 120m 높이의 타호 협곡 위에 세워진 론다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자를 이어주는 누에보 다리는 스페인 론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이곳에서 포로들을 떨어뜨려 죽였고 다리 중간 아치에 있는 공간은 감옥으로 사용했다는 슬픈 역사를 지닌 장소이기도 하다.   


헤밍웨이는 말년에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으로 1961년 7월 2일 아이다호 케첨에서 총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키웨스트에서는 90마일 근거리에 있는 쿠바에서 이주해 온 많은 중남미인으로 인해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거리에는 닭들이 자유롭게 모이를 쫒고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미대륙의 최남단 Southernmost Point 기념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념탑 옆에는 쿠바인을 받아들인 미국민의 자애로움과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위해 망망대해를 건너 미국으로 건너려다 죽어간 수 천명의 쿠바인에게 바치는 명판이 붙어 있다.   

기념탑 바로 옆에 있는 메모리얼 비치에서 수영을 하며 더운 몸을 식혔다. 얇은 바닷물 너머에는 안전을 도모한 둣 상어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판형 바리케이드가 둥글게 쳐져 있어 바닷물이 따뜻했다. 바리케이드 안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지만 바리케이드 바깥쪽에는 제법 큰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스노클링으로 열대어를 바라보는 재미도 솔솔 했다.      

판형 바리케이드 넘어 젊은 이들이 제트보트를 즐기고 있다. 이 바다를 넘어 지척에 쿠바가 있다.

키웨스트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절경이라 했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저녁 6시 반이 넘어도 해가 질 시늉을 하지 않아 차를 타고 마이애미로 출발했다. 돌아오면서 저녁 식사로 카리버 해에서만 난다는 스톤 크랩을 맛보기 위해 See Food 식당에 들렸다. 안타깝게도 스톤 크랩이 나는 절기인 10월부터 5월을 지나버린 지라 먹을 기회를 놓쳤다. 키웨스트에서 스톤 크랩을 잡으면 집게 발만 떼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다시 집게발이 자라고, 인간은 크랩을 잡아 다시 집게발을 떼고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 스톤 크랩 집게발을 맛보기 위해 다시 마이애미를 와야 하나?  

스톤 크랩의 집게발은 크고 단단해서 망치로 깨야만 한다.

돌아오는 길은 해가 저물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키웨스트에서 석양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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