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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07. 2020

플로리다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다시 찾은 미국

처음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은 것은 1997년 세계적 통신회사 루슨트로 인턴쉽 와서 뉴욕 근처에 머물 때였으니 벌써 20여 년 흘렀다. 1일 38불 입장 티켓을 제출하고 당시 가장 재미있다는 터미네이트와 백 투어 퓨쳐를 보기 위해 달려 간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눈앞에서 선명하게 날아다니던 로봇 비행기와 소형 차량을 타고 미래로 빨려 들어간 3D 기술은 마냥 즐겁고 흥미로왔다.


다시 찾은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당시와 같은 테마는 ET 하나만 남았고, 나머지는 모두 다른 스토리로 교체되었다. 입장료도 160불로 많이도 올랐다. 하나의 테마공원이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두 개의 테마공원으로 확장되어 하루에 모두를 즐기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어린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 테마공원에서 모든 스튜디오를 즐기려면 또 얼마나 긴 시간을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할까? 유명한 스튜디오 입구에서 참 많이 기다린 기억이 났다.

첫날은 테마 파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해리포터 구역에 들어서면 영화 속 건물, 마법 상점 등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영화 속 마술학교에서 입는 검은 망토를 입은 관광객도 많았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비롯하여 맨 인 블랙, 분노의 질주, 트랜스포머, 미이라, 미니언즈 스튜디오를 차례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과련 내용이 TV로 나오고, 막간의 활동이 펼쳐져 스튜디오 테마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시켜 주었다. 긴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마침내 차례가 되면 흔들리는 차량을 타게 되면, 3D 기술과 특수효과를 동원하여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시켜 준다. 영화 속 주인공의 안내에 따라 치고 받고, 달려갔다 멈추는 등 극 중에 흠뻑 빠지게 된다. 정말 시간이 감쪽같이 흐른다. 비싼 입장료 값을 했다. 모두 흥미롭고 뛰어났다. 상상하지 못한 화면 전환과 체험들. 그중 분노의 질주 스튜디오가 최고였다.     


강한 뙤약볕아래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주요 스튜디오를 빠짐없이 즐기고 5시 반쯤에 테마공원을 나왔다. 인근 12불 하는 중국 뷔페를 들려 저녁 식사를 했다. 음식 종류가 얼마나 다양하든지 절반도 맛보지 못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았다. 우리에게 가장 만만한 곳이 중식 뷔페식당이다.


올랜도의 값비싼 호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50불에 방 하나를 예약했다. 올랜도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개인 주택의 빈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깔끔한 방에 침대도 안락했다.


다음 날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어드벤처 공원으로 입장했다. 어제는 다행히 기다리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 즐기지 못하고 기다림에 지칠 수 있다. 그래서 대기 줄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입장하는 Express 티켓 가격을 알아보니 160불을 추가해 달란다. 너무 비싸다. 하루 공원 입장료와 같다. 역시 미국은 돈을 최고로 치는 자본 국가다. 돈을 대우한다.

롤러코스트를 탔다. 몇 번이나 360도 회전을 하는 듯 비틀고 돌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법 긴 시간을 즐겼다. 그 긴장감과 재미가 국내 시설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파이드맨, 쥐라기 파크, 해리포터, 킹콩, 쿵푸팬더, 심슨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탔다. 킹콩 스튜디오에서는 3D 안경을 착용하고 버스를 공격하는 공룡들 사이를 비켜 다녔다. 킹콩이 공룡과 싸우는 아찔한 장면들을 360도 전방위로 체험했다.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홍수가 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자동차 액션씬이 사실과 같이 재현되어 재미와 스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영화 속 주인공들이 곁에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어드벤처 공원은 테마공원과 달리 야외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흠뻑 물에 젖는 경우도 많았지만 즐겁다. 올랜도 뙤약볕에 금세 옷이 말랐다.

처음 이곳을 찾았던 예전과 비교해 보면  테마 스튜디오에 적용된 3D 기술, 홀로그램 기술과 특수효과는 탁월해졌다. 스토리도 풍부해졌다. 그러나 20여 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는 나이가 들고 호기심이 줄어든 탓인지 재미가 반감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기술은 진보하는데 육체는 늙어 간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건가?   


오후 3시쯤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나와 서부 방향으로 차를 달려 PGA가 열린다는  골프장에 도착했다.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클럽 건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아치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하고 있었다. 잘 꾸며져 있어 골프장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PGA 골프장은 어딘가 달랐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며 공을 못 칠 수도 있겠다는 걱정 하며 클럽 하우스에 도착했다. 10분 전에 Green이 Closed 되었단다. 많은 비가 예상되어 공을 칠 수가 없다는 얘기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이라고 불리는 데이토나 비치로 달려갔다. 차를 타고 비치 안으로 달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란다.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 차가 달리기에 적당했다. 해변이 끝이 안 보일정도로 길고 넓었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 정도는 되어야 비치를 감상하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지...

데이토나 비치를 빠져나와 바다를 잇는 다리 밑에 잠시 차를 멈추었다. 낚시 놓는 꼬마들에게 낚시 방법을 가르치고 돕고 있는데 후드득 비가 내렸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려쳤다. 골프 안 치기를 잘 했구나 싶었다. 급히 달려가 차에 올랐다. 길가 수 십 년 동안 크리스피 도넛을 즉석에서 구워 파는 곳을 들려 도넛 한 다즌을 샀다. 예전 사진을 보니 그때에도 도넛을 사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 있었다. 오랫동안 맛집으로 소문난 집인 모양이다. 따뜻한 도넛이 맛있었다.

간단히 초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올랜도에서 마이애미 집을 향해 3시간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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