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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08. 2020

북유럽, 핀란드 헬싱키 도착

2017년 5월 러시아, 북유럽으로 출발

열흘이 넘는 5월 긴 연휴 동안 무얼 할까? 생활이 따분하거나 회사 업무로 누적된 피로를 견디어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긴 시간 동안 집에서 마냥 뒹구는 것이 싫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로 했다.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번쯤 가볼만하다고 생각된 곳, 그리고 해본 놈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낯선 것을 자주 경험하는 것, 인생은 긴 주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또 이 여행을 나서게 만들었다.

언젠가 TV에서 본, 빙하가 쓸고 간 흔적으로 남아있는 노르웨이의 긴 협곡이 떠올랐다. 그림 같은 모스크바의 왕궁에 가보고 싶어 러시아, 북유럽 코스를 선택했다. 대선 사전 투표를 하고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제19대 대선 사전 투표장을 가서 마음에 담아둔 후보자 이름 옆에 인장을 찍었다. 이번 투표는 망설임이 없어서 좋다. 투표 결과를 빤히 예측할 수 있어서, 사표 심리 작동으로 중도와 개혁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촛불이 만들어 낸 이 정국이 결국 나라를 공평과 복지의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보이는 데로 보고, 때로 낯선 음식을 먹어보면서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그래서 내가 한낱의 작은 존재이며, 각 존재의 부대낌으로 우리의 삶이 엮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공항에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몇 자 적다.                          




인천에서  오후 5시 50분에 출발, 9시간 40분 후에 여전히 밝은 낮에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시차는 6시간. 짐을 찾고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11시간이 다 되었다. 여전히 사방은 희뿌연했다. 검은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처음 경험해 보는 그야말로 백야다.


새벽 3시 반에 눈이 뜨였는데 바깥은 어느새 밝았다. 옛날 러시아의 수도, 레닌그라드라고 불리던 이곳은 Saint Petersburg로 성 베드로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도시 중앙으로 강이 흘러서 함부르크와 베니스를 모델로 도시를 개발했다고 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옛 모습

5시에 출발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로 이동하는 고속도로는 오가는 차량이 적었다. 왕복 2차선 도로이지만 길 양쪽에 넓은 노견이 있어 뒤에서 빠른 승용차가 달려오는 것을 인지한 버스 기사는 차를 노견 쪽으로 비켜 달렸다. 승용차는 1, 2차선을 걸쳐서 버스를 추월했다. 버스 기사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고, 120km 도로에서도 항상 100km 속도를 유지했다. 차량 계기판을 봤더니 최고속도가 120km더라. 우리나라 차량의 계기판은 보통 220km로 표시되어 있어 과속에 대한 유혹을 부추긴다.  

핀란드의 국토는 섬 20만 개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3배인데, 인구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 수도  헬싱키의 인구는 55만 명으로 아담하고, 한적한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마침 도착한 날이 햇빛이 좋은 날이었다. 도심지 식당에서는 시민들이 노변 자리로 나와 햇빛을 쬐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번화가 명품 거리에도, 도심지 공원 벤치에도 한적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 시민들은 헬싱키가 너무 번화하고 복잡해서 싫다고 한단다. 깨끗한 공기, 수돗물도 그냥 마실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물, 바다와 항구가 조화로운 도시가 너무나 평화로웠다.

 햇빛이 부족한 북유럽의 나라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파트 베란다를 아예 투명 유리로 만들었다. 햇빛 좋은  날에 해바라기 하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드러내고 있다.

볼 만한 것들로는, 러시아 동방정교회로 붉은 벽돌로 짓고 푸른 지붕을 얹은 우스펜스키 사원과 헬싱키의 상징이며 핀란드 루터교회 총본산인 헬싱키 대성당이 있다. 1830년에 착공하여 25년에 걸쳐 완성한, 신고전주의 왕궁 스타일의 이 건축물은 밝은 녹색 돔과 하얀 주랑이 조화를 이룬다. 아연으로 만들어진  지붕 위에는 예수님의 열둘 제자 동상이 있는데, 특히 천국의 열쇠를 지닌 베드로의 동상이 인상적이었다. 성당  내부에는 러시아 황제가 하사했다는 성화 한 점 외에는 다른 장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미가 돋보였고, 이층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는 듯했다.

러시아 동방정교회 우스펜스키 사원
세나틴토리 광장에서 바라본 핀란드 루터교회 총본산인 헬싱키 대성당의 흰색은 유난히도 정갈하게 느껴졌다.  

1969년에 티모와 투오모 형제에 의해 뎀 펠리아 우키오 교회가 세워졌다. 기존의 교회 모습을 깨뜨린 최첨단 교회로서, 내부는 다듬지 않은 거친 암석으로 되어있고 지붕은 구리로 돔 모양으로 만들어 있다. 구리 천정과 바위 외벽 사이의 공간을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서 건물에 둥글게 자연광이 들어오게 만들어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다.

뎀 펠리아 우키오 교회는 지하 동굴이다

그리고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기념 공원에 들렸다. 그는 핀란디아와 같은 음악으로 러시아로부터 민족혼을 일깨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흉상과 구름 형상으로 섬과 나무를 상징하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여류 조각가 엘라 힐투넨니 1967년 시벨리우스 사후 10주년을 기념해서, 24톤이나 되는 600개의 은빛 강철 파이프로 만들었다.   

점심 식사 후 휴식 시간에 길가 꽃집을 어슬렁 거렸다. 수십 가지의 야생화가 아름답고 귀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많은 화분에서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장미가 있는데, 그 종류가 또한 다양했고 아름다운 이름들이 붙여져 있었다. 프린세스 알렉산드리아, 윌리암 셰익스피어, 크라운 프린세스 마가렛(크라운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곧 왕이 된다는 표시), 에그랑 타인... 들어보지 못한 장미 이름이었고, 보지 못한 곂장미들이었다.

그중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진귀한 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국화로 그 꽃 색깔이 노란색, 흰색, 연분홍색이 아닌 처음 보는 녹색 꽃 국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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