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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09. 2020

스웨덴 스톡홀름에 빠지다

2017년 5월 러시아, 북유럽 여행(2)

헬싱키 관광을 마치고 투르크의 항구로 이동하여 핀란드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크루즈 바이킹 라인을 탔다. 배에는 900개의 객실과 사우나, 나이트클럽, 카지노 등이 갖추어져 있다. 11층 뷔페에서 가제, 캐비어 등 맛있고 풍성한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면세점을 들렀다. 눈에 띄는 술이 있어 가격을 봤더니, '레미 마틴 루이스 8세'가 면세가로 한 병에 260만 원이나 하였다. 

아침에 도착한 스웨덴의 국토는 우리 4배나 되는데, 인구는 천만명에 불과하다. 국민소득 6만 불로 세계 4위 수준의 잘 사는 복지 입헌군주 국가이다. 남의 것을 약탈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나라에서 수십 년 전 북해 유전이 발견되어 졸지어 국민소득  3,400만 유로의 부자나라가 된 핀란드와 달리, 스웨덴의 천년  자원은 빈곤하다. 북해를 끼고 있어 차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 절대 지진이 발생할 수 없으리 만큼 견고한 암반이 지표면을 뒤덮고 있다. 이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수학, 화학 등 이론과 과학적 사고로 중공업을 발전시켜 부를 창출할 수밖에  없었다. 정밀 기계와 세계 최고의 센서 감지기와 시스템가 개발되었다.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세계 최초의 이동통신사 에릭슨, 특히 도로와 집을 짓기 위해 고심하다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로 부를 축척한 노벨이 세운 기업, 백수십 년 전이 지난 지금도 세계적 기업으로 남아있는 보쉐 등이 이 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14개의 섬을 56개의 다리로 연결한 스톡홀름은 인구 90만의 평화스러운 항구 도시다. 한인 2천여 명이 살고 있다. 추가로 한국인 입양자와 난민이 6,500명이나 살고 있는 포용의 도시이기도  하다.

구도시에는 왕궁과 역대 국왕들의 대관식과 결혼식이 거행되었던 스톡홀름 대성당과 노벨상 수상자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구도심을 돌며 내가 전에 그렸던 수채화 한 점과 유사한 풍경이 있어 사진에 담았다.

스톡홀름의 상징적 건물이며 해마다 노벨상 수상식후 만찬회가 열리는 시청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바다와 접한 앞 정원과 도로변의 사각 모양으로 다듬어 가꾸어진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사각 가로수는 스웨덴 도시 어느 곳에서나 눈에 띄는 것으로 가로수를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이들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봄이 되어 파릇파릇 잎새를 내밀고 있는 예쁜 가로수에서 정겨움조차 느껴졌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전함인 바사호가 원형 그대로 전시된 박물관은 세월호를 경험한 나에게  충격과 분노로 다가왔다. 1628년 8월 10일 첫 항해를 기념하는 진수식을 위해 스톡홀름 항구에서 1.5km를 항해하고 돌아오는 길에 과도한 과적과 대포의 설치로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다. 그 후 330년이 흐른 후, 1920년대에 오크나무 조각이 발견되었고, 1955년 안드래스 프랜잰의 주도하에 1년 반 만에 해저로부터 인양에 성공했다. 기적에 가깝게도 거의 90% 가까이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낮은 염도가 해양 벌레로 인한 훼손을 막았고, 잔잔한 파도로 전함 위로 진흙이 날라 얹혀 원형이 그대로 보전하게 된 것이다.

배는 원형의 98% 가까이 복원되어 있다. 7층 박물관에는 그 당시의 목조품, 배안의 장식품과 유물, 유적들이 보관되어 있다. 10분의 1로 축소한 모형배를 통해 본 배는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지난번 세월호 비극이 발생했을 때 한 명의 생존자라도 구조하기 의해 선량한 민간인 이종인 씨가 자비로 투입한 다이빙벨과 유사한 잠수 장비가  전시되어 있다. 인양작업에 단단히 기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의 해양구조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된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70년 전에도 침몰 목조 전함을 훼손 없이 완벽히 인양했다. 기술과 과학 장비가 크게 발전한 오늘날에 3년 만에 겨우 세월호를 인양했다. 정부 관계자의 방치와 무관심이 빚어낸 어이없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관광을 마치고 스웨덴 남부 헬싱보리로 이동했다. Good  morning Hotel에 여장을 풀고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오후 8시 반이었다. 여전히 밖은 밝은 대낮이라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다가로 나갔다. 거리는 사각 모양으로 잘 다듬어진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바닷가는 붉은 노을로 아름다운 광경을 빚어내고 있었다.

좁은 만을 잇는 다리 위에서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로 보이는 몇  명의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옆에서 한 꼬마가 물고기를 낚아 급히 줄을  감고 있었다. 손바닥  1.5배  정도 되어 보이는 광어 한 마리와 숭어 과로 보이는 35cm 정도 되는 물고기를 끌어올렸다. 낚싯대 다루는 솜씨가 어른들보다 나아 보였다. 줄이 엉켜 내가 도와주었더니 잠시 후 눈치 빠른 꼬마가 나에게 낚싯대를 빌려주며 fishing? 하길래 받아서, 4번 훌치기를 한 끝에 송어과 고기 한 마리를 기분 좋게 잡아내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었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런 인성을 가질 수 있을까?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낚시에 대한 동경심을 알고, 선뜻 낚싯대를 내미는 인성이 놀랄 뿐이다. 나의 자녀들도 이웃을 배려하는 인성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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