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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0. 2020

덴마크 코펜하겐에 발을 딛다.

2017년 5월 러시아, 북유럽 여행(3)

아침  9시 페리호를 타고 해협을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하였다. 셀란섬 북동쪽에 위치한 코펜하겐은 '상인의 항구'라는 뜻으로 11세기부터 역사기록에 등장한다. 이들은 바이킹의 후손으로서 처음의 약탈과 침략과 같은 노략질을 중단하고, 무역업으로 전향하여 살았다.   


로코코풍 건물 4채로 정팔각형 광장을 이루고 있는 덴마크 왕실 주거지 아마리엔보 궁전에 들렸다. 다음 왕위를 이을 왕세자비가 거주하고 있다는 징표로 건물 위에 왕실 국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원래는 4명의 귀족이 거주하던 곳이었으나 왕이 살던 크리스티안 보리 궁전이 화재로 소실되어 어쩔 수 없이 귀족들이 내준 건물이라고 한다.  

매일 정오에 광장에서 위병 교대식이 이루어진다.
덴마크의 성군 프레드릭 5세 기마상을 중심으로 넓은 광장을 건물들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

중국 식당에서 점심을 가볍게 먹었다. 도로 따라 한 5분 거리에는 도심을 거미줄같이 이어놓은 '새로운 항구'라는 의미를 지닌 1673년에 개통된 니하운 운하가 있다. 1670년부터 1673년까지 크리스티안 4세 국왕이 운하 설계를 계획했고, 덴마크와 스웨덴 간 전쟁에서 생포된 스웨덴 출신 전쟁포로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니하운은 콩엔스 니토르브 광장과 바다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어 수많은 화물선과 어선들이 기항하는 곳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이곳에서 20여 년 동안 거주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곳이다.

니하운에는 부두, 운하, 오락이 성행한다. 부두로 사용되고 있는 수로에는 수많은 요트와 관광선이 오간다. 수로는 요트로 빽빽했다. 그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은 얼마 전 마무리한 수채화의 모델이 요트였기 때문이다.

요트를 타고 1시간 동안 동네 한 바퀴로 둘러 보았다. 집에서 내려와 바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아파트, 카약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1930년대에 건조했다는 왕실용 보트를 만났다. 요트는 멋진 고풍 다리 밑과 현대식 서클 배 모형의 다리 밑을 지나갔다.

1905년에 건축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시청 앞 광장에서 주말 벼룩시장이 펼쳐져 둘러보았다. 특별히 진기한 것들은 눈에 띄지 않고,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내다 파는 조그마한 반짝 시장이었다. 광장 한편에서 황소와 물고기와 다른 여럿 동물들로 구성된 기이한 조각 분수가 있었다. 옆에는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 동상이 있고, 안데르센 거리가 있다. 또 길을 건너면 1800년대 만들어졌다는 티욜리 놀이공원이 있다. 티볼리 공원은 1843년에 개장된 지구 상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게피온 분수대는 1903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덴마크 선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4 마리의 황소를  몰고 있는 여신의 조각상으로 덴마크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스웨덴 왕이 북유럽 풍요의 여신 게피온에게 24시간 동안 경작한 땅을 가지도록 허락했다. 게피온은 거인과의 사이에 놓은 아들 4명을 황소로 변신시켜 하룻밤만에 일군 땅을 하사 받았다. 그 땅을 덴마크 동부 앞바다에 던져 만들어진 섬이 이곳 코페하겐이 되었다는 탄생 신화가 그것이다.

덴마크 예술가 안데스 븐드가르도가 디자인한 게피온 분수
분수대 바로 옆에는 성알반스 교회가 서 있다.

한  5분 거리 바다가에는 1913년 에드워드 에릭센이 만든 키가 165cm에 불과한 인어공주 조각이 있다. 모델은 인어공주 발레의 프리 마돈나 엘렌 프라이스인데, 누드를 거부해서 머리만 모델로 참여했고 몸은 조각가의 아내 엘렌 프라이스라고 한다. 작가 딸의 실제 키와 동일한 작은 이 동상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전 세상에서 출판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매년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특별한 것 하나만 있으면 세계의 이목을 끄는데 충분하다. 때로 다른 나라의 전시장에 초대되어 가는 경우에는 이곳엔 작품 대신 인어공주가 있던 곳이란 안내문이 붙여있게 된다고 한다.

관광을 마치고 노르웨이 오슬로를 가기 위해 DFDS 크루즈 선에 올라 빠른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늘 여정을 정리한다. 현재 시간 오후 8시 16분인데 날이 너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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