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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02. 2020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자그레 이브, 부다페스트

동유럽 + 발칸, 여섯 번째 이야기

크로아티아 전역에 조성된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플리트비체.

16개의 호수와 수많은 폭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투명한 녹색의 호수는 관광객의 눈을 호사롭게 한다.

마치 어느 여인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남자의 마음을 빨려가듯.

나이 가라 폭포에 실망한 내가 이과수 폭포의 규모와 물보라로 몸과 마음을 적셨던 날,

앞으로는 어떠한 폭포도 나를 감동케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플리트비체가 또 다른 어여쁜 작은 여인네로 다가왔다.

유유자적 호수를 따라 걷는다. 평화를 느낀다.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른다. 


크로아티아의 심장, 수도 자그레브의 중앙 노천시장을 스쳐 온통 카페와 식당을 지나치려는데

한글로 '민박'이라 적힌 글이 눈에 띄었다.

TV 꽃보다 시리즈가 많은 한인 관광객을 이 가난한 나라로 불러들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나 또한 그 영향 탓에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는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우리말로 인사하는 현지 식당에서 주문한 송어구이 역시 맛이 훌륭했으니

크로아티아인의 입맛이 대체로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섣부른 짐작을 했다.

자그레 이브 대성당은 화가들의 주요 그림 소재,  가까이다가 가면 입구이 장식이 화려하다. 성 마르코 성당은 단지 지붕의 타일 색만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자그레 이브를 대표하는 네오고딕 양식의 첨탑이 이색적인 대성당.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빨강, 흰색, 파란색 타일로 만든 지붕이 유명한 성마르크 성당. 

겨우 3시 반이 지났을 뿐인데 주섬주섬 야채와 과일 노천 가게를 서둘러 정리하는 반 옐라치치 광장을 둘러본 후 맛보기로 마른 무화과 열매를 집어 든다.

남들은 느긋이 식사하는 시간에 쨉 싸게 달려 나가서 묻고 물어서 이 나라의 쇼핑 명물 피토 크림을 샀다.

전리품인양 흔들거리며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다양한 과일을 파는 시장,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한국 관광객을 유혹하는 식당 


거의 4시간 후 짙은 어둠이 깔린 도나우강 유람선을 타고 부다페스트의 눈부신 야경을 감상하다.

역대 헝가리 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던 마챠시 사원,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 이스트반 대왕을 기리기 위한 성 이슈트반 사원,

에펠탑을 디자인했다는 거장이 설계한 다뉴브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현 국회 의사당,...

유럽 어디에도 비할 수없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중세의 건물들이 헝가리를 다시 보게 한다. 


그 화려한 시대와 역사적 유물을 남겨두고

이제는 유럽의 한 변방국가로 전락한 사연을 후에 별도로 살펴봐야겠다.

1935년 부다페스트의 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인과 두 남자의 아름답고 우울한 영화, 

Groomy Sunday의 장면들과 피아노 선율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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