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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08. 2021

마드리드의 박물관과 톨레도

남미여행 3

마드리드에 도착한 후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을 살펴보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나섰다.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스페인이 아프리카, 남미를 정복하고 재산을 찬탈하여 거대한 부로 풍족히 먹고 즐길 때 마드리드는 오락과 예술이 넘쳐났다. 그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마드리드 곳곳에는 박물관과 눈부신 전시관이 많아 여행자의 눈과 마음이 풍족해진다.


프라도 박물관,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마드리드 역사박물관,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로야 등 볼 만한 전시관이 너무 많다. 짧은 마드리드에 머물는지라 부득이 몇 곳만 선택해서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피카소, 고호, 마야, 칸딘스키, 드가, 고야... 넘치는 대가들의 작품. 내 평생 이들의 실물 작품을 이렇게 많이, 가까이 다가가서 안경 벗고 맨눈으로 바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질까? 실물을 감상하는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프라도 미술관

먼저 프라도 국립미술관을 선택했다. 1100년대 로마네스크 벽화에서부터 1910년대 소로야까지 연대순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작품이 너무 많아 미리 감상할 작품을 선별해서 찾아보았다. 우리가 잘 아는 루벤스의 세명의 미인 신(삼미신), 무리요의 원죄 없이 잉태된 성모, 고야의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 그리고 피카소가 특히 좋아했다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볼 수 있었다.                                          

고야의 고혹적인 마하
피카소가 특히 좋아했다는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

고야의 사투르누스 그림은 두 눈을 부릅뜨고 광기를 내뿜으며, 제 자식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충격을 줄 만도 하다. 많은 화가들이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그렸다. 그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사투르누스는 고대 로마의 농경신으로 그리스에서는 크로노스라고 불린다. 그는 아들 중 한 명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자신의 아들을 차례로 잡아먹는다. 사투르누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지만 단순한 신화의 재현이라고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인간성의 타락, 전쟁의 폭력성, 젊은 시대와 구세대간의 갈등, 그리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시간을 상징하는 의미로의 해석이 일반적이다.      

고야의 작품,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에서는 20세기와 현대 미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19세기까지의 예술품을 소장하는 프라도 박물관의 연장선상에 있다. 회화, 조각, 드로잉, 판화, 비디오, 설치미술, 영상 미술 등 다양하게 전시된 작품들 중 현대 미술품들은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에 비해 현란하고 난해해서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현대 작품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나?

피카소, 달리, 미로, 고야, 벨라스케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들의 작품을 선택해서 감상했다. 그중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머무면서 나름대로의 감상평과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게르니카는 349cm x 778m나 되는 대작으로, 피카소가 파리 국제 박람회에 스페인을 대표해 작품을 출품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완성한 작품이다. 작품에 얽혀 있는 얘기는 다음과 같다.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었던 1937년 4월 16일, 나치 독일 전투기가 스페인 북구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폭격을 가했다. 폭격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을 당한 것에 격분하여 그린 작품에서 피카소는 해체된 시신, 울부짖는 말과 싸늘하게 죽은 아들을 안고 절규하는 여인 등 전쟁의 공포와 잔혹함을 흑백톤으로 표현했다. 그림에는 폭탄이나 폭격기도 보이지 않고 잔인한 장면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흑백의 색채를 이용하여 암담하고 참혹한 전쟁의 고통을 표현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다음 날 아침,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타고 순조롭게 마드리드에 가까운 고대도시 톨레도에 도착했다. 톨레도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먼발치로 보이는 언덕 위 옛 도시에 오르니 비가 가볍게 뿌렸다. 소형 관광 기차를 타고 구시가지를 구비구비 돌고 난 후, 안내 지도를 따라 유명 유적지를 찾아 골목길을 누볐다.


마드리드의 서남쪽 방향으로 차로 4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톨레도는 중부 카스티야 야만차 지역의 중심에 해당하는 역사 깊은 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톨레도는 5세기부터 서고트족의 수도였다. 이베리아 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종교적으로도 가톨릭의 본부이기도 했다. 722년에 모슬림이 이 땅을 차지하여 이슬람 문화를 꽃피웠고, 가톨릭 교도가 탈환하면서 유대인 문화가 정착되기도 했다. 1085년에 모슬림으로부터 완전히 탈환했다. 1492년 그라나다에서 아랍인을 완전히 몰아내고 스페인을 통합한 이사벨라 여왕은 톨레도를 통합 스페인의 수도로 삼았다. 14세기 적들을 방어하기에 최적인 천연의 지형을 이용해 형성된 이 도시는 기독교, 유대, 무슬림이 혼합되어 공존을 이루며 지금까지 삶을 이루고 있다. 주변을 휘도는 타호 강 줄기를 단 두 개의 다리로 출입구를 내고 다른 곳으로는 일체의 접근이 불가능한 지형으로서 수백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타호 강 물을 수백 미터 높이 성안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형 물레방아와 같은 발명품을 사용했다. 발명자와 초기 사용자들이 죽고 난 뒤, 그 사용법을 몰라 물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힘든 발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주민의 최대 고역이었다고 전해진다.

톨레도 도시의 전경

이사벨라 여왕은 아랍인을 퇴출하고, 4개 왕국으로 흩어진 스페인을 통합했다. 콜럼버스에게 자금을 대주어 대항해 시대를 열어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한 위대한 군주이다. 여왕의 아들이 19살  젊은 나이에 죽자, 여왕의 외손자 카를로스 5세가 왕위를 이었고, 옛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아랍인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톨레도 대성당을 짓었다. 카를로스 5세는 그라나다 알함브라 왕궁을 짓게 한 바로 그 왕이다. 1226년에 시작하여 1493년에 완성시킨 대성당은 톨레도의 상징적 건물이다.

톨레도 대성당
내부 밝기를 위해 햇빛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만들었다.
많은 조각들은 무른 석회암으로 칼만 대면 뚝딱  만들어진다고 낮게 평가하고, 경주 석굴암은 조각하기 힘든 화강암으로 만들었으니 우리가 더 위대하다는 애국적 주장을 할 법도 하다.
오른쪽은 남미에서 수탈한 금 170kg과 은으로 1,519년에 만들어진  성물. 가운데 둥근 부분이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프랑스 고딕 양식을 기본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이슬람과 기독교의 혼합된 양식으로 지어진 점이 특이하다. 내부에는 화려한 장식, 성물로 가득하고 엘 그레코와 고야의 그림이 유명하다. 그리스 출신으로 초상화, 종교화, 이콘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궁중화가 엘 그레코는 36세에 마드리드를 거쳐 톨레도에 정착했다. 17세기 이 도시 보존에 앞장을 섰던 엘 그렌코의 재건된 저택과 작품이 이 도시의 한 공간을 차지하여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그는 스페인 3대 화가 중 한 거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엘 그레코의 작품. 예수님 양쪽 두 사람은 함께 못 박힌 죄인. 왼쪽은 예수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른 병사, 아래 세 여인은 어머니와 막달리아 마리아
1,586년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그림. 아랫부분은 지상에서의 백작의 죽음을, 윗부분은 백작의 영혼을 그리스도의 품으로 맞이하는 모습
엘 그렌코의 재건된 저택에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1565년에 스페인의 수도를  마드리드로 천도하기 이전까지 중세 스페인 역사를 압축시킨, 시간이 멈추어진 마을로 알려진 도시. 40여 개의 성당, 빽빽한 건물과 뒷골목, 도시인구가 늘어나자 집 지을 땅과 경작할 농토가 부족하자 결국 수도를 이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식당들이 줄을 서 있고, 골목골목에서 관광객들이 맞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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