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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07. 2021

스페인 세비야, 눈물 흘리는 기적의 성모 성당

남미여행 2

숙소는 크고 좋은데 넓은 방을 데우는 히트의 성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대학시절  밀양 천황산 정상 개나리 분교에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지새운 기억이 났다. 10월 초라서 산아래에서는 낮에 제법 더위를 느꼈는데, 산 정상에서는 밤이 되니 제법 한기가 들었다. 가벼운 등산 차림에 준비해 간 홑이불을 덮었으나, 땅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너무 추우면 잠이 안 오는 법이다. 유럽의 한 도시, 좋은 방 침대 위에서 나는 추위에 떨며 밤새 자는 둥 마는  뒤척였다.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한 겨울을 버터 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따뜻한 온돌방이 간절했다.


일찍 일어나 유대인 지구에 있는 귀족 저택 필라토스 집에 갔다. 각종 화려한 문양의 조각품들과 왕궁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정원은 왕궁의 축소판이다. 작은 세상을 구축해서 그곳에서 삶을 최대한 즐긴 듯하다. 집안에서 창문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살아온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눈물 흘리는 성모상이 있는 성당을 찾으려고 온통 골목길을 이 잡듯 헤매었다. 눈물을 흐리는 기적의 성모님이 계신 곳은 세비야 외곽 역사지구에 있는 미카레나 성당이다. 세비야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과 같이 유명 관광지와 달리 이 성당을 찾는 사람들을 많지 않았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될 것같다. 기존의 성당은 화재로 전소되고, 1949년에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마카레아 성당 안에 화려한 외투를 걸친 기적의 성모상이 계셨다. 눈물 흘리는 성모님은 1680년대에 노송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것이데 외모가 젊고 예뻤다. 화려한 의상과 왕관 차림의 성모님의 앳된 뺨 위로 눈물이 흐르고 동그란 눈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세비야를 관통하는 강 옆에 있는 세비야의 황금탑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탑이지만, 우리가 죽기 전에 꼭 보아야 세계 역사유적에 속한다고 한다. 1220년 기독교 세력을 물리친 이슬람 무어인들이 이 땅에 자신들의 종교를 선포하기 위해 건설하였다. 당시에는 탑 위가 황금색 타일로 덮어 있었다는 설과 16세기에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을 보관하는 장소였다는 두 가지 설이 황금탑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다. 이 탑은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투우이다. 원래 투우는 지중해 연안지방에서 고대부터 주술 의식의 일종으로 치러지던 것이다. 중세시대의 이베리아 반도 켈트족의 투우가 살아 남아 17세기 말경까지 스페인 궁정과 귀족들의 오락거리로 성행하였다. 18세기 초에 이르러 보르본 왕조시대 때 일반 군중의 구경거리로 행해졌다. 세비야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우 경기장이 있는데, 불행히 내가 찾아간 날은 문이 닫혀 있었다. 12,500명을 수용할 수 경기장을 120년에 거쳐 완공한 건축물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지만, 외관만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마카레나 성당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엘카르나시온 광장에 서있는 목조 건축물 메트로폴 파라솔을 보게 되었다. 이 구조물은 2004년 독일 건축가 헤르만이 국제현상공모에서 당선된 것으로 2011년 4월에 준공되었다. 가로 150m, 세로 75m, 높이 28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구조물로 알려져 있다. 4개 층으로 이루어진 파라솔은 옥상에서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테라스를 비롯하여 고고 박물관, 농부 마켓, 들려 올려진 광장, 그리고 내부에 여러 개의 바와 레스토랑으로 이루어졌다. 새로운 만남의 공간, 즉 과거와 현재, 땅과 하늘이 연결되는 상호교류의 장소로 사용되는 이 구조물은 세비야의 현대 트랜드 마크로 부각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사각 빌딩만 짓고 있는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 있는 구조물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효율성과 건축비를 따지는 개인과 사기업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므로 지방정부가 투자하는 공공건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메트로폴 파라솔도 세비야 시정부에서 허물어진 중세 수도원 대지위에 도시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한 구축물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보카 지역 건물, 브라질 리오 지 데자니에로의 메뜨로뽈 리따나 대성당과 라빠즈 계단, 미국 마이애미 윈우드 거리의 그래티피 건물 등의 특징 있는 건축물들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고,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밋밋하고 단조로운 우리나라 도시들에게 생기를 불러 줄 새로운 생각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절실해 보인다.                  

보담이가 추천한 세비야의 맛집 Vineria san telmo 식당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방의 나라, 같은 장소에서 딸과 내가 다른 시간에 식사를 했다. 야채 샐러드, 스테이크. 연어구이 모두 맛이 훌륭했다.


발로 찾아다닌 세비야를 뒤로하고 렌페를 타고 다시 마드리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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