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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13. 2021

사막 한가운데, 와카치나 오아시스를 찾아

남미 여행 6

아침 7시 리마를 떠나 약 270km 떨어진 이카로 출발했다. 버스로 한 5시간을 달렸다. 나무 한 포기 제대로 자라지도 못할 것 같은 삭막한 풍경이 연속 이어졌다.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도 농사도 못 지을 척박한 땅이다. 동남아와 달리 아이들도 보이지 않은 짙은 회색의 동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더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모지의 땅에 집 한 채 덩그러니 있고 사방에 담을 치고 경계선을 그은 모습들이 자주 보였다. 사람들의 허망한 욕심이 서글펐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무엇을 해 먹을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들었다.


'One love one heart. Let's get together now'. 리마에서 머물었던 호스텔에 붙어 있는 구호처럼 이런저런 처지의 모든 사람을 껴안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서로 얘기하며 다독일 수 있기를 빌었다.  

이카를 지나 한 15분을 더 달려서 사막 가운데 작은 오아시스 와카치나의 작은 호스텔에 여장을 풀었다. '울고 있는 어린 여자'라는 의미를 가진 와카치나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먼 옛날 잉카의 어린 공주가 사냥꾼에 쫓기다가 와카치나에 이르러 인어가 되었고, 이때 공주가 흘린 눈물이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얘긴데 믿거나 말거나. 사방 둘러 보아도 10분이면 충분한 작은 와카치나는 이 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사막을 경험하게 하고 샌드 슬라이딩 등 다양한 스포츠를 만끽하기에 충분히 유혹적인 도시이다. 마을 중간에 호수가 있어 파아란 물결이 출렁인다. 보트를 띄워 뱃놀이를 즐기고, 사막 가운데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철봉으로 얼기설기 엮은 사륜구동형 버기카를 타고 사막 체험을 나섰다. 버기카가 빠른 속도로 사막을 굽이굽이 돌고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르고 내렸다. 안전벨트를 매고 앞에 놓인 안전대를 아무리 꼭 잡아도 몸이 튕겨나갈 듯 심하게 흔들리는 요동을 막을 수 없었다. 다들 비명과 환호를 지르며 곧 뒤집어질 것 같은 짜릿한 긴장감을 즐겼다. 곡예 운전을 하던 버기카가 높은 언덕 위에서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려 사막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래 곡선과 무늬를 감상했다. 눈앞의 펼쳐진 기하학적 모습은 똑같은 것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사막에서 부는 바람은 작은 모래 알갱이들을 날려 매일 다른 작품을 빚는다.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연이 빚은 사막 위 작품들은 초현실적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다. 작가들은 그 모습을 재배치하고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서 캠퍼스 위에 또 다른 작품을 완성해 낸다. 사람들은 그 작가의 작품이 매우 창의적이라고 일컫는다.

손을 내밀어 모래를 집어 들었다. 입자가 매우 가늘고 작아 손가락 틈 사이로 흘러내렸다. 매우 건조해서 모래 입자가 손바닥에 붙지 않는다. 이제는 샌드 보딩을 즐길 차례이다. 보드에 배를 깔고 엎드려 높은 모래 언덕 위에서 내려온다. 가파른 경사가 속도를 더해 눈 위에서 즐기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한번 더 타기 위해서 가파른 모래언덕을 올라갔다. 한 걸음 올라가면 한 20cm쯤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 같았다. 먼지가 일지 않아 다행이었다.

투어를 마치면서 버기 차가 오아시스가 잘 보이는 언덕 위에 내려 주었다. 모래 언덕에 앉아 자연이 빚어낸 작품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미 여향을 올 수 있는 기회에 감사했다.


사막 가운데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다보았다.

밤이 되자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불빛이 아른거리는 호수는 우리의 마음을 잔잔히 어루만진다.


내일은 라스카 라인을 보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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