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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14. 2021

인류의 미스터리, 라스카 라인을 찾아서

남미 여행 7

이카 사막 한가운데 허름한 호스텔인지라 에어컨을 종일 켜 두지만 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물이 따뜻해서 자주 샤워를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밤새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침 일찍 라스카 라인으로 출발했다. 광활하지만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대지를 가로질러 차는 달리고 달렸다. 도로 옆 노견에 십자가를 꼽은 작은 모형 집들이 자주 보였다. 고인을 기리는 추모관이라고 한다. 민가라곤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 가운데 무덤이라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채로웠다. 다시 오랫동안 앞으로만 달리다가 문득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낮은 계곡에 꽤 넓어 보이는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 농작물이 자라고 길 옆에는 그곳에서 수확한 수박, 망고, 바나나를 파는 간이 가게가 있었다. 다시 달렸다.

황량한 건조한 사막을 뚫고 차가 달려갔다.
다시 오랫동안 앞으로만 달리다가 문득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멀리 경비행기가 나는 것을 보니 라스카 라인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한다. 리마에서 동남쪽으로 370km 떨어진 라스카 라인은 300여 개의 그림과 800여 개의 직선이 그려져 있어 인류의 미스터리로 알려진 곳이다. 직선과 원형, 기하학적인 형상이 주를 이루고, 그중 70여 개는 새, 물고기, 동물, 나무와 꼿과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다. 언제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그림들이 450km의 광활한 벌판에 흩어져 있다니, 누구의 얘기처럼 외계인의 소행일까?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책'이라는 별명을 얻은 라스카 라인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되어, 페루를 찾는 사람들은 꼭 둘러보아야 되는 핵심 관광지로 알려졌다.


5명이 경비행기를 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집중하느라, 비행기가 낡고 닳아서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황량한 사막 전체를 아우르는 흔적이 보였다. 그 옛날 빙하가 녹아 전체를 휩쓸어 내린 듯만 거대한 물줄기 흐름의 흔적들로 생각되었다. 모래와 자갈로 굳어진 지형과 흔적들은 여기가 한 때 거대한 해변이나 강변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구가 어떠한 지각 지각변동과 기후변화가 있었기에 지급은 풀 한 포기 자라기 않는 황량한 사막으로 변했을까? 현재 라스카 지역의 연간 강수량은 10mm 미만에 불과하다.  

그 옛날 빙하가 녹아 전체를 휩쓸어 내린 듯만 거대한 물줄기  흔적들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원숭이, 페리카나, 벌새, 외계인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작가의 작품을 하늘에서 내려 보았다. 큰 것은 수 km나 된다지만, 경비행기에서 내려본 라스카 라인은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것도 원인이지만, 라스카 라인이 너무 유명해서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너무 잘 알아도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나스카 라인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레이체가 세운 전망대

와카치나로 돌아오는 길에 Mirador에 들렸다. 나스카 라인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레이체가 세운 전망대이다. 나스카 라인을 가로지는 도로변에 설치된 20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도마뱀 등 3개의 라스카 라인을 볼 수 있다. 마리아는 이 지역에 아마존의 물을 끌고 와서 나스카 대평원을 관개하려는 페루 정부에 맞서 라스카 라인을 수몰로 훼손될 위기로부터 지켜낸 인물이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인류의 미스터리 유적지는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미스터리를 누군가가 풀어내야 하지 않겠나? 외계인의 실존을 나스카 라인이 밝혀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와카치나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로 몸의 열기를 가라 앉힌 후, 계속 침대에서 뒹굴대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새와 물개들의 천국, 파라가스를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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