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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15. 2021

새들의 천국, 바예스타스 섬

남미여행 8

아침 6시 반에 파라가스 항구로 출발했다. 페루 자국민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이 바예스타스 섬으로 향하는 보트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한 배에 40여 명이 탔다. 섬으로 가는 도중에 메마른 산등성에 그려진 왕관 형태의 나스카 라인을 보았다. 최근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예스타스 섬. 새들의 천국. 각종의 새, 페리카나, 바다표범, 심지어 펭귄들... 펭귄들이 극지방의 매서운 한파를 속에서 빙하 위를 종종걸음으로 오고 가야 하는데, 이 아열대 기후의 섬에 살고 있다니 신기했다. 남미 여행 끝 무렵에 방문한 지구 최남단 도시, 차가운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비글해협에도 펭귄이 살더니만, 펭귄도 기후, 지역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잘 생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펭귄은 수 천마리가 군집을 이루어 추위를 이겨내고,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 새끼들을 보호한다.

예전에 TV 남극의 눈물에서 보았던 남극 펭귄이 생각났다. 펭귄들은 극지의 냉혹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군집을 이룬다. 수 백, 수천 마리가 몸을 최대한 밀착하여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동료의 체온으로 극지방의 매서운 한파를 이겨낸다. 심한 눈보라 속에서 바깥에 있는 펭귄들은 순서대로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안쪽에 있었던 펭귄이 바깥 자리를 차지한다. 펭귄들은 전체가 하나의 집단으로 모여 서로 빽빽하게 밀착되어서 온기를 공평하게 나눈다. 펭귄들은 저만 살고자 바깥쪽 펭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바깥쪽 펭귄들이 동사로 죽게 되고, 결국 군집이 붕괴되어 모든 펭귄이 죽게 된다는 것을 새끼적부터 보고 체험해서 습득했을 것이다. 전체가 조금씩 자리를 옮겨 밖으로 밀려갔다가 다시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법으로 펭귄은 극지방의 살인적 추위를 극복한다. 저 혼자만 따뜻하기를 바라며 계속 부를 축적하고, 이웃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는 일부 냉혹한 인간들을 남극으로 보내서 혹한의 눈보라를 맞게하고,  군집하는 펭귄의 지혜를 현장에서 목격하도록 해야 하나?  

산 등성이를 새까맣게 덮고 있는 수많은 새들
바다사자들도 게으른 잠을 자고, 새끼를 키운다.

적도의 난류와 남극 훔볼트 한류가 교차하는 바예스타스 섬 인근에는 먹이가 풍부해서 고래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가마우지, 펠리컨, 펭귄 수 백만 마리와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들이 서식하며 새끼를 키운다. 수많은 새들이 절묘하게 패어지고 뒤틀려진 섬들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섬 전체가 까맣게 보일 정도로 많은 새들이 쏟아내는 배설물들이 쌓여 퇴적층을 형성한다. 새들의 배설물은 자연산 구아노 비료로 사용된다. 이 자연산 비료는 영양분이 뛰어나 농작물 생산량을  몇 배씩 증가시키고 병충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유럽과 미국에 높게 팔렸다고 한다. 한 때는 배설물을 판 돈으로 흥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돈벌이가 되었으나, 구아노가 고갈되고 화학비료가 생산되면서 그 인기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섬의 배설물은 1kg 당 1.5불의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어 7년에 한 번씩 약 6천 톤의 구아노를 캐내고 있다. 섬 한쪽에는 전성기 때 구아노를 채취하기 위해 거주했던 건물과 구아노를 배에 싣는데 사용했던 구조물이 덩그런히 남아있다.

TV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많은 생명체, 자연의 진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말 볼 만한 광경이다. 아프리카 초원과 남극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을 이 곳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귀한 기회에 감사한다.


돌아오는 길에 이카 전통시장에 들렸다. 포도, 선인장 열매, 돼지고기 튀김을 맛보았다. 점심으로 시장 간이식당에서 13 솔하는 돼지고기 한 덩어리, 옥수수, 감자, 양파와 당근 초 무침, 세비체를 주문했다. 그 한 끼 양이 다 먹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한 끼에 이 많은 음식을 매일 먹는 페루인은 비만해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 수입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들이 한 끼 오천 원하는 식사를 주저하지 않고 사 먹는다.  이들은 척박하고 가파른 땅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괭이같이 생긴 두꺼운 호미로 농작물을 기른다. 옥수수, 감자, 토마토, 당근 등을 수확하고 팔아서 생계를 이어 간다. 페루의 농부 모두에게서 여유와 풍족함을 보았다. 참으로 부지런하다. 키가 작고 굵은 몸매의 페루인은 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사철 푸르고 비옥한 땅에 사는  동남아인들은 왜 그렇게 빈약할까? 한 끼 천 오백 원하는 밥과 고기 한 덩어리로 한끼를 해결하면서도 만족해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간다지만, 내가 본 동남아인은 언제나 팍팍한 경제사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이 천성적으로 게으른 탓인가? 기후가 좋고 과일이 풍유로운 천연의 은혜로운 자연 속에 게 했지만, 대신 빈자의  삶을 살게 하는 천성이 주어진 것인가?


이카에서 8 솔을 주고 택시를 타고 와카치나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로 몸의 열기를 가라 앉힌 뒤 그늘에 앉아 쿠스코로 가는 18시간 야간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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