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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21. 2021

드디어 마추픽추에 발을 딛다.

남미 여행 11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는 마추픽추를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작은 마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아구아스)이 끓는(깔리엔테스) 동네로 따뜻한 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을 끼고 있어 후덥지근하다. 물가도 핫해서 페루의 다른 지역보다 많이 비싸다. 호스텔에 여장을 풀어놓고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동네 시장 로모살타도, 다리 건너 기념품을 파는 시장과 광장을 둘러보았다. 작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마추픽추 아랫동네인지라 필요한 것들은 다 갖춘 것 같았다. 호스텔로 돌아와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에 오르기 전에 사 온 과일과 빵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일찍 잠을 청했다.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중앙을 흐르는 계곡의 다리 양쪽에 재래시장과 기념품 시장이 있다.

아침 일찍 7시에 '잃어버린 공중도시'라 불리며, 모든 세계인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마추픽추를 향해 출발했다. 1,450년경에 세워진 2400 고지 마추픽추(늙은 봉우리)를 보러 가기로 위해 관광객을 태우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창가로 안개 낀 안데스의 풍경과 백팩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트래커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여러 곳, 심지어 오지에서도 트래킹을 즐기거나 사막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는 피부가 흰 서양인을 여러 번 보았다.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들이 모험심이 많거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더 겸손하다는 이유라기보다는 자유롭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휴가 일수가 많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3박 4일 동남아 관광, 1주일 유럽여행 등 짧은 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쉬지 않고 명소 여러 곳을 찍고 다음 여행지로 옮겨간다. 직장으로 복귀하면 며칠 동안 휴가 후유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나는 편하게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올랐으나,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트래커들도 많았다.

꼬불꼬불 가파른 산을 20여분 올라갔다. 이미 입구에는 새벽 해오름을 보고자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 명소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진과 TV를 통해 익숙해진 마추픽추. 1450년경에 지어져서 약 1세기간 사용되었다가 스페인의 침략 때쯤에 버려졌다. 오랫동안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11년 미국인 하이람 빙엄의 발견으로 전 세계인이 가장 가고픈 명성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주변 어디에선지 모를 곳에서 거대 암석과 바위를 가져다가, 청동끌과 돌망치로 종이 한 장 들어갈 수 없을 만치 정교하게 거대한 바위를 이어 붙이고, 돌과 석재를 쌓아 해시계, 태양의 신전, 세 창문의 방 등을 건축했다. 2400m 고지에 광장, 신전, 거주지 140여 개와 계단식 논밭을 건설하고 수로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이 공중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던 절대 권력자는 잉카제국 최고의 군주 빠차꾸티로 추정되고 있다. 빠차꾸티 황제가 군사 원정을 끝낸 후 황제 전용 궁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퍼진 천연두와 같은 이질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마추픽추에 살던 거주민이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꼬불꼬불 하이람 빙엄길을 오르면 마추픽추 입구가 나타나고, 이곳을 발견한 하이람의 기념비를 볼 수 있다.
마추픽추 전경, 정면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와이나피추이다.
마추픽추의 여러 모습들

마추픽추 옆 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젊은 봉우리를 뜻하는 와이나피추이다. 하루 두 차례 단 400명만 입장을 허용한다. 약 1km, 1시간 반이면 둘러볼 수 있는 와이나피추. 경사가 급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올랐다. 발아래 협곡 사이로 구비 흐르는 우루밤바 강이 구름 사이로 엿보였다. 가파른 돌계단을 몇 번이나 쉬고 숨을 가누고 난 뒤에야 겨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 근처에서는 거의 엎드려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로 경사가 급했다. 이 높은 곳에 석축물을 건설하는 과정은 얼마나 어려웠을까, 심각한 노동력 착취로 가능했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돌을 지고 올라와서 가파른 언덕에 석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거의 사람 목숨과 맞바꾸는 작업이었다. 절대 권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건축된 와이나피추의 잉카 돌 유적지가 마추픽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이나피추  입구에서 개인 정보를 기록하고 좁은길을 따라 젊은 봉우리를 올라갔다.
엎드려 기어 올라가야 할 정도로 가파른 비탈길에 석축 구조물을 지었다.
와이나피추에서 내려다 본 마추픽추

참으로 경이로운 하루였다. 두 곳 모두 안개로 덮이지 않은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축복에 감사한다.


마추픽추를 둘러본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아랫마을로 내려왔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의 비싼 물가를 피해, 재래시장에서 과일과 현지인이 먹는 돼지고기튀김과 옥수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마을 뒤 계곡에서 흐르는 노천 온천을 찾아가 노독을 풀고 기차와 버스를 타고 쿠스코로 돌아왔다.

  

내일, 남은 하루 동안에 반드시 먹어 보아야 할 꾸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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