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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28. 2021

뿌노, 띠띠까까 호수

남미 여행 13

아침 6시 반에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관문 도시 뿌노에 도착했다. 잉카의 창시자 망꼬 까박이 강림했다는 전설의 호수 띠띠까까 호수가 있는 곳이다. 해발 3,800 고지에 제주도 절반 크기의 띠띠까까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고지와 인근 만년설이 녹아서 내려오는 강줄기가 만든 호수이다. 평균 수온이 8~9도로 낮아 물고기가 많지 않다. 수심은 10m에서 최대 250m로 깊다.

옛날 우로스 민족이 잉카제국의 침입을 피해 갈대밭으로 만든 인공섬으로 들어 가 살았다. 지금도 갈대밭 뿌리를 큰 블록으로 잘라 호수 위에 띄우고 그 위에 갈대를 이리저리로 교차해서 쌓은 인공섬 위에 살고 있다. 섬 밑둥지가 썩어 떨어져 나가지만 매년 우로스 섬에 자생하는 갈대(토토라)를 엮어 윗부분에 얹기 때문에 인공섬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한 섬에 2,30명이 살고 있다. 모두 40여 개 섬에 약 2천 명이 거주하고 있다. 평화로우나 가난한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이들의 수공예품이 너무나 조잡했다. 꼬마에게 한국산 인삼캔디를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뿌노 시장을 둘러보았다. 머리를 길게 땋고 햇살을 막는 챙모자와 두꺼운 겹치마를 입은 께추아인들이 난전을 펼치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음식을 먹고 있던 께추아인들이 이방인의 등장에 흠찟했다. 우리나라 곰국 같아 보여 한 그릇 주문했다. 맛이 곰국과 비슷한 것이 먹을 만했다. 족발 하나 얹어 주었는데 아마도 양 족발이 아닐까 추측했다.  

버스는 띠띠까까 호수가를 끼고 달렸다. 넓은 호수 위에 드리운 흰구름과 푸른 물결이 아름다은 풍치를 연출했다. 볼리비아 국경 작은 마을 융구요는 도떼기시장처럼 사람들이 붐볐다. 남은 페루 돈을 볼리비아 돈으로 환전했다. 1 볼이 160원이다.

 낡은 봉고차를 타고 3시간에 거쳐 남미 최빈국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도착했다. 

해발 3700m에 자리 잡은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는 거의 산꼭대기까지 빽빽이 집들이 채워져 있다. 가파른 언덕 위 마을을 이어주는 대중교통 수단은 케이블 카다. 도로는 낡은 차들과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뒤엉켜져 있다. 매연은 심각할 정도로 심했다. 

빽빽한 도로 옆 호스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한인식당을 수소문하여 오랜만에 삼겹살과 뼈 해장국으로 속을 풀다. 이국땅에서 뼈 해장국이라니! 해외에서 먹은 한국음식은 어딘가 맛이 부족하고 어설픈 법인데, 이 집은 달랐다. 십수 년 전에 볼리비아로 이민 와서 직접 식당을 하고 있다는 전라도 주인아주머니가 내어 준 음식들은 맛이 기막히게  좋았다. 한국 맛집에서나 먹어 볼 수 있는 빼어난 맛이었다. 넘치는 반찬 인심에 감사했다.


매년 한두 명이 사고로 죽는다는 해발 4,700 고지에서 1,100 고지까지 자전거를 타는 death road 탐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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