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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29. 2021

볼리비아 라파즈, 데스 로드

남미 여행 14

데스 로드는 라파즈와 융가스 계곡을 잇는 비포장 도로이다. 1930년대 초 그란차코 지방의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사이에 벌어진 차코 전쟁의 포로들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비포장 도로이다. 고지의 비탈진 산허리와 계곡을 깎아 만든 좁은 도로 옆에는 안전장치가 없어 악명이 높은 낭떠러지가 있다. 길이 가파르고 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사고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죽음의 도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2007년에 볼리비아 정부는 라파즈와 융가스를 이어주는 넓고 완만한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그 후 비포장 도로는 주로 자전거 투어 코스로 사용되었고, 가끔씩 트럭 한 두 개만 아슬아슬하게 이 도로를 지나갈 뿐 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해발 4,700m 출발지 라 쿰브레에서 포장도로를 이용하여 21km를 이동한 뒤, 마지막 10km의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이 도로에서 사망한 자전거 라이더가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Death road 체험을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해발 4,700m 고지는 부슬부슬 비와 안개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헬멧,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두꺼운 옷 한 벌을 지급받았다. 비가 내리고 차가 오가는 가운데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서 자전거 대장정을 시작했다. 내리막 도로 인지라 페달을 밟지 않고, 다만 속도 조절을 위한 브레이크 작동과 방향 전환만 잘하면 되었다. 하지만 오가는 차량 옆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코스라 온통 신경이 집중되고 긴장상태가 유지되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장엄한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를 힐끔거리며 아스팔트 거리를 달려 내려왔다.    

이제 드디어 비포장도로를 내려와야 한다. 600m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비포장으로 움푹 파인 뱀같이 꼬불 꼬불한 길을 아무 사고 없이 내려와야 한다. 산비탈에서 흘러내린 물로 미끈거리는 돌 위를 지나갈 때는 자전거가 휘청거려 중심잡기가 어려웠다. 옆으로 넘어지는 속도보다 밑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 넘어지지 않고 밑으로 밑으로 달려 내려갔다. 비포장 도로는 길이 좁고 험악해서 사고가 많이 난다. 정부에서 새로운 고속 포장도로를 만들었지만,  비포장 도로 인근에서 코카를 키우는 농부들은 여전히 좁은 길을 오고 간다. 이들의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잠시 휴식시간에 자연경관을 감상했다. 탄복하면서 구경했다. 내려오는 중간쯤에서 넘어져 아파하는 서양 처자를 스치고, 자연 하강하는 스피드를 즐기면서 무사히 해발 1,200m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전거 투어가 끝나는 지점 요로사 마을에 도착했다. 한 호텔에 들려 뷔페식 식사와 수영을 즐겼다. 호텔에서 내준 비치 타월에는 데스 로드의 한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기념품으로 딱 좋아 보여서 가져갈 양으로 가방에 구겨 넣었더니, 라파즈 호스텔에 닿을 때까지 나누어 준 비치 타월 숫자를 헤아리면서 회수할 테니 내놓으라고 종용했다. 어쩔 수 없이 타월을 꺼내 버스에 두고 내렸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4,700 고지에서 1,200 고지까지 자전거로 내려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6시이다.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좋은 경험이었다. 함께 출발한 우리 무리 중에는 이 Death road에서 떨어져 죽은 이가 아무도 없었다.


호스텔에 가방을 던져 놓고, 라파즈 야경을 보기 위해 케이블 카를 타러 갔다. 산꼭대기까지 온통 불빛으로 가득하다. 이들에겐 케이블카가 산아래 도심과 산등성이와 산꼭대기 주민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500원 저렴한 가격으로 라파즈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저녁으로 가이드 북에 나온 고깃집을 찾아갔다. 모든 종류의 고기 소고기, 돼지, 양, 소 염통, 소시지 등 숯불에 구운 바비큐를 배부르고 지겹도록 먹었다. 싫도록 먹고도 많이 남겼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숙소에 돌아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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