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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03. 2021

우유니 사막에서 첫날밤을 버텼다.

남미 여행 17

우유니 사막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소금 침대 위에서 때에 절인 이불을 고 추위에 떨며 짧은 잠에 빠졌다가 깨고를 반복하면서 한 밤을 버텼다.

소금 침대에 때에 저린 이불. 추위와 등이 배이는 불편함 속에서 하루 밤을 지새야 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어느 틈에 하늘 한쪽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서둘러 물이 찬 소금사막으로 이동하여 잠깐 동안 붉은빛의 향연을 보았다. 온통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구름이 끼여 정상적인 일출은 보지 못했으나 이 광경 또한 여기 말고 어디서 또 보랴!

우유니 사막의 새벽.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8시에 출발하여 우유니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고 달렸다. 햇빛이 강렬히 내려 쬐는 가운데 각양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들이 널리 펼쳐진 곳에 다 달았다. 쪽빛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아래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 가운데 코끼리, 호랑이, 버섯모양의 바위가 펼쳐 있었다. 머리 위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바로 발 밑에 조그맣게 그림자를 만들었다. 점심때가 되니, 우유니 시내에서 사막으로 출발할 때부터 동행한 요리사가 매 끼를 준비해 준다. 오늘 점심은 미리 준비하여 그늘 하나 없는 이 곳에서 먹었다.  닭다리, 밥, 토마토, 오이, 수박을 먹으니 그 맛이 기막혔다.

뙤약볕 아래에서 교통편을 제공하는 차량 기사가 준비해 주는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독수리, 호랑이, 코끼리, 버섯바위 등 자연이 빚어 놓은 조각품들을 감상했다.

다시 달리고 달렸다. 차량 기사들은 이정표 하나 없는 사막에서 그들만의 경험을 나침판 삼아 계속 앞으로 달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칠고 메마른 광야와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뿐이었다. 그리고 먼 곳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작은 늪지를 이룬 곳에 가서 발을 담갔다. 야! 시원하구나. 

사막을 달리다 보면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높은 산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인간 행렬을 무심히 내려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유리알같이 투명한 작은 늪지는 방문객의 손과 발을 얼어붙게 하고, 사막에 사는 동물들의 목을 축여 준다.

또 달리는데 하늘 저편 검은 구름이 뒤덮이고 번개가 친다. 비가 내리는 모양이다. 이런 비들이 모여 사막 한가운데 호수를 이룬다. 호수 주변은 하얀 소금이 있다. 어떤 곳은 인 성분이 포함되어 붉은 호수를 형성한다. 또 어떤 곳은 전에는 호수였던지 물이 마른 자국이 있다. 특이한 것은 이 사막 호수에 어디서 플라밍고 홍학이 살고 있을까?  떼로 몰려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먹이를 찾고 있다. 사막에도 생명이 있어 도마뱀이 눈에 띄었다. 사막 여우도 만났다. 라마가 껑충껑충 달려가고, 홍학 외 다른 새들 몇 종이 호수 하늘을 날고 있다.

보기 힘들다는 사막 여우를 만났다.
염분이 높은 곳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붉은 호수와 플라밍고, 풀을 뜯는 라마들이 거친 사막에 지친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내리쬐는 햇빛이 구름에 가리거나 저녁이 되면 만년설의 차가운 기운이 온 사막을 차갑게 식힌다. 사람들은 하나 둘 가방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 입는다. 사막의 숙소는 겨우 벽돌 또는 소금 벽돌로 바람을 막을 뿐이다. 전기도 저녁 7시가 되어 컴컴해야 공급된다. 빗물을 모아 화장실 수세 용도로 사용할 뿐 관광객은 아예 세면조차 못 할 정도로 열악하다. 출발할 때 양칫물로 사용할 용도로 생수 2리터를 준비했다. 3박 4일 동안 세면은 준비해 간 물티슈를 사용해야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사막을 달렸다. 열악하지만 시시때때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넋이 빠져 불편함을 잊어버린다.  

소금 벽돌로 바람만 막아주는 사막 한가운데 숙소. 물은커녕 전기도 부족해 깜깜한 밤이 되어야 잠시 불을 밝힐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남들같이 술도 한잔 할 수 없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잠자리도 어찌 불결한 지 행여 bed bug으로 고생할 것이 걱정된다. 사막의 차가운 밤을 위해 준비해 간 침낭에 몸을 구겨 놓고 잠을 청해야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 쿠스코 3,700 고지에서는 숨쉬기 어렵고 속이 울렁거리더니만, 이곳 4,300 고지 숙소에서도 별 고산증세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고지인 만큼 오늘 밤이 얼마나 추울지 걱정이다.

내일은 우유니 사막의 마지막 날. 새벽 5시에 출발하는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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