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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04. 2021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 칠레 아타카마

남미 여행 18

밤새 추위에 떨었다. 새벽에 일어나 물이 없어 세수 대신 물휴지로 얼굴과 손을 닦았다. 여명조차 없는 캄캄한 새벽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칠레 아타카마를 향해 달려갔다.


3박 4일간 사막을 달리는 여행자의 몰골은 처참하다. 우유니 사막의 강렬한 햇빛에 새까맣게 타버린 피부, 딱딱한 소금 침대에 몸을 누워 굳어 버린 육신, 때에 저린 이불과 사막 먼지로 인해 지저분해진 의복, 씻지 못한 얼굴과 손발, 그리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여행의 고단한 여정으로 피곤에 절어버린 몸과 마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해가 솟아오르며 사막이 어둠을 벗고 있었다. 멀리에서 새벽의 여명을 받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 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막의 화산지대에 진입하면서 이곳저곳에서 간헐천이 거친 숨을 쉬며 수증기를 내뿜고, 안개가 피어 올라와 시야를 가렸다. 간헐천을 지나자 노천온천 아구아스 태르말레스가 나타났다. 노독으로 지친 사람들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있었다. 다들 얼굴의 때 자국을 씻어낸 말끔한 모습들이다. 나도 뒤로 돌아 주섬주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노천 온천에 몸을 담갔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속이 부글거렸다. 온천 입욕권을 파는 티켓박스에서 화장실 사용료를 주니, 짧게 자른 두루마리 화장지를 내주었다. 지저분한 간이 화장실. 이 작은 조각으로 해결하라고...   

광활한 달리 사막 건너편 완만한 산등성이가 차량을 따라 함께 달렸다.
달리의 모래시계 상단에 그려진 산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살바도르 달리 사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차량은 메마른 모래와 소금밭을 달려 살바도르 달리 사막을 향했다. 미술가 달리의 작품 모래시계의 영감을 주었다는 달리의 정원에 다 달았다. 메마른 사막 저편에 미끈하고 수려한 산들이 이어졌다. 화가 달리는 이곳을 온 적조차 없다는데 그림 속 산들이 이곳 지형슷하다고 해서 누군가 이 사막을 살바도르 달리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우유니 투어가 마쳐갈 무렵에 호수가 나타났다. 라구나 베르데 호수는 높이 솟은 리칸카부르 화산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완만한 산등성이 위에 뜬 3개의 무지개를 지나 최대 고지 4,902m를 찍었다. 광활한 사막 가운데 볼리비아와 칠레의 경계에 우뚝 서 있는 5,974m 산 페드로 산을 우회했다.

우유니 관광을 마친 여행자들이 칠레 아타카마로 가기 위해 볼리비아 국경 출입국 앞에서 줄을 서 있다.

황량한 사막 가운데 낡은 건물 하나 달랑 서있고, 볼리비아 국기만 펄렁거리고 있었다. 허름한 출입국 건물 주위에는 칠레를 방문할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칠레에서 온 차량에 짐이 옮겨지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어디가 국가 간 경계인지 알 수 없는 국경선을 걸어서 건넜다. 칠레의 차량은 볼리비아의 그것보다 신형이었고 쿠션도 있고 에어컨도 빵빵이 나오는 좋은 버스였다. 칠레 땅에 들어서자 포장도로가 펼쳐졌다. 칠레가 남미에서 유일하게 G20에 속할 정도로 경제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볼리비아 국경선을 넘어 포장도로를 따라 도착한 칠레 출입국 관리 사무실. 일처리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차례를 기다리는 여행자들은 모두 작렬하는 햇볕에 빨갛게 익어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으로 알려진 아타카마 사막 인근 칠레 출입국 관리 사무실 앞에서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작렬하는 한낮의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 하나 없었다. 노출된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강해서 옷을 꺼내 머리, 얼굴, 팔과 다리를 감쌌지만, 햇살은 옷을 뚫고 들어와 피부에 와 닿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곤욕이었다. 사무실 입구 7,8명 남짓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차양막 아래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낮 가운데 그대로 노출되어 서 있어야 했다. 죽을 맛이다.         

간단한 입국절차를 마치고 해발 2,500 고지의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했다. 사막 가운데 형성된 작은 오아시스 마을이다. 인구 5천 명의 이 작은 마을은 아카타마 사막을 방문하는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개들이 한가롭게 어설렁거리고 더러는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는 좁은 골목에 따라 줄지어 나열된 숙박촌의 한 허름한 숙소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식당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12천 원에 먹었다. 물가가 살인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행자들은 호스텔 주방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밖에 없다. 여행자들은 흔히 생수를 1, 2리터를 구매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물값을 아끼기 위해 6리터짜리를 3,700원에 사서 먹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부석거릴 정도로 메마른 곳이라 물도 많이 마셔야 되겠지. 이곳의 과일도 비싸다고 하지만 검은색 자두와 천도복숭아가 특히 맛있다고 해서 주먹만 한 자두를 많이 사 먹을 작정이다.

광장에는 나무들도 더위에 축 늘어져 있다. 그늘 아래 쉬는 여행자들도 꼼짝 못 하고 입을 열어 더운 열기를 내뿜는데, 개들만이 태양을 즐기며 뛰어다니거나 한가로이 낮잠을 즐긴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이 내려 꽂혔다. 무덥고 무더워 나무 그늘에서도 더워 꼼짝 못 한다. 꼼짝없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오후 4시에 또 다른 달의 계곡을 보러 갈 예정이다. 페루보다 볼리비아가 1시간 빠르고, 칠레가 또 1시간 빠르다. 그래서 저녁 8시가 되어도 여전히 날이 밝다. 기온이 떨어져 활동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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