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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05. 2021

아타카마 사막, 그 황량함

남미 여행 18

아침에 일어나니 기온이 쌀랑할 정도로 내려와 있었다. 많은 것들이 저급했지만 화장실 화장지 재질만큼은 우리나라 것만큼 우수했다. 벌써 부지런한 서양 젊은이들은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열로 꼼짝할 수 없었다. 햇볕이 주춤하기 시작하는 오후 4시 이후에나 움직이기로 하고 오전 내내 낮잠을 자며 숙소 안에서 뒹굴었다. 점심 먹으러 일어나서 문밖을 나서니 태양광이 얼마나 작렬하는지 잠시라도 햇빛 아래에 있을 수 없었다.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검은 자두를 사 왔다. 따분한 오후를 열기 속에서 실내에 한정되어 참으로 지루하게 견디어 냈다. 기다리던 오후 4시가 되어 드디어 아타카마 사막 내 달의 계곡에 가기 위해서 나섰다. 호스텔이 잠시 활기를 띄었다.

아타카마 사막은 남미 안데스 산맥 서쪽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비가 오지 않는 고원이다. 안데스 산맥 때문에 동쪽 비구름이 넘어오지 못하고, 해안 쪽에는 페루의 한류가 흐르기 때문에 비구름 형성에 필요한 저기압대가 형성되지 않아 지리적으로 매우 건조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였다. 이 사막은 약 2천만 년 동안이나 건조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은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보다 50배 이상이나 건조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황무지 땅은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30%를 채굴하는 노다지 땅이다. 칠레가 태평양 전쟁 때 볼리비아로부터 탈취한 곳으로 현재 칠레 GDP의 15%를 차지한다. 불행히 볼리비아는 전쟁에 패해 노다지 땅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해안선을 잃어 내륙국가가 되고 말았다. 더불어 아타카마의 건조한 기후는 수증기를 잘 흡수하는 적외선 등의 흡수를 줄여 천체 관측지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이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아타카마 사막은 황량하고 건조했다. 모래와 바위, 그리고 강렬한 햇볕과 바짝 말라 부석거리는 공기 뿐이다.  언덕 위에 서서 화산활동과 지각변동으로 형성된 작은 산맥이 형성된 지형을 내려 보았다. 지각변동으로 바닷속 지층이 융기되어 아타카마 사막이 이루어진 곳인지라 계곡과 산들이 하얀 소금으로 덮인 곳이 많았다.

계곡을 이루는 바위틈에는 소금이 박혀 있고, 나는 혀를 바위에 대어 맛을 보았다.

이어서 달의 계곡을 향했다. 볼리비아 라파즈의 달의 계곡은 규모가 적고 아기자기하고 기묘한 작은 계곡이다. 칠레의 이곳은 너무도 삭막하고 건조해서 달이나 화성을 가면 이렇게 풀포기 하나 나지 않는 황량하고 모래와 바위투성이일 것이라는 연상 정도였다. 지각변동으로 과거 바다가 융기되어 소금사막이 되었다. 바위들이 굳게 압축되어 굳어버린 소금덩어리들로 언덕과 기묘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과거 소금 언덕 사이로 큰 화산과 폭우가 휩쓸고 가서 형성된 소금 캐넌이 있어서 40분 동안 걸으면서 둘러보았다. 소금 바위가 쭈빗거리며 솟아있고, 사람 한 명 경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동굴을 지날 때는 바위를 스쳐 하얀 소금들이 옷에 묻어났다.   

소금 계곡을 지나 도착한 곳은 기도하는 3명의 성녀가 있다는 바위 앞이었다.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마리아의 실루엣을 닮았다. 마지막으로 약 300m의 언덕 '최대 모래 언덕'을 뜻하는 두나 마요르에 올라가 일몰 시간을 기다렸다. 언덕 아래에는 메마른 사막을 지나는 차량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거친 모래 위를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용감한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은 형체로 꼼짝이고 있었다.  마침내 해가 산아래로 떨어지고 석양이 세상을 차지하고, 사람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차량과 그 삭막한 사막을 도보로 걸어 다니는 뭇 인간들

돌아오는 길에 센트로에 들려 저녁을 먹었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2만 원에 먹었다. 1.2만 원짜리 샌드위치를 먹은 바 있어, 저녁은 고물가 칠레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족해했다.

숙소로 돌아와 열흘간 동행한 군산에서 온 소아과 의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10일간 남미 자유여행을 선택하여 우리 일행과의 동행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귀국할 예정이다.

    

 내일 6시에 수도 샌디에이고로 출발하는 24시간을 달리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시골 산 페드로의 초라한 호스텔 4인 숙소에서 2박 하고 4만 2천 원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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