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가 중천에 걸려 날이 밝은 저녁 8시에 들렸으나 모두 문을 닫아 버린 베가 시장을 아침에 다시 갔다. 과일 품종이 다양하고 사뭇 크고 탐스러운, 알이 굵은 과일들이 저렴하게 팔리고 있고, 야채들도 풍성했다. 이러니 우리나라와 FTA 협정을 맺고, 수입 농산물로 우리 농부들의 애간장을 타지. 육류도 흔하고 값이 쌌다. 하지만 길게 바다를 접하고 있지만 생선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베가 중앙시장에는 과일과 채소가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포도 품종도 다양했고 단맛이 강해 원 없이 먹었다.
12시가 되어서야 칠레의 유명한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지하철을 탔다. 칠레의 지하철은 우리나라 시설보다 좋아 보였다. 넓은 공간, 에스카레이트 등 시설 측면에서도 세계 어느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 보였다. 산티아고에도 5호선까지 시설되어 있다. 요금은 일괄 660페소, 1,300원이다. 특이한 것은 고무타이어가 장착된 바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모든 정류장에 서지 않고 파란색 빨간색으로 나누어 두 정거장 단위로 지하철이 선다는 점이다. 내려야 할 정류장에 차가 서지 않고 지나쳐 처음엔 당황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오고 가며 갈아 타고 나서야 운행 법칙을 알아냈다.
고무바퀴를 장착한 지하철이 이채롭다.
도시 외곽지에서 와이너리 투어가 진행되었다. 칠레의 유명한 포도주 브랜드인 '꼰차 이 또리' 포도 농장을 둘러보았다.
지하실 오크 통속에서 포도주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잘 숙성된 칠레산 포도주가 전 세계의 주류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포도 종류가 26종이나 되는데 포도알이 유난히 적었다. 숙성실을 보여 주는데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입한 오크통에 담아 지하 저장실에 보관되어 이었다. 온도와 습도를 인공적으로 조정하면서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포도주가 한 나라의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몇 차례 포도주 시음을 하는데 역시 나는 술을 못 마시고 제외되었다.
칠레의 국가재정과 시민들의 사는 형편이 우리보다 조금 못해 보였다. 지금껏 보아 온 페루나 볼리비아에 비해 모든 시설과 근교 풍경들이 번성하고 풍족해 보였다. 거리가 깨끗해 보였다. 이만하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다 사는데 어려움이 없으련만 빈부격차는 심하다. 지하철 역에서 관리자에게 와이너리 투어에서 받은 컵을 건네주었더니 좋아라 하며 티켓을 사지 말라며 지하철을 공짜로 태워주었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확실한 나라인 모양이다.
종합적으로, 칠레는 여름에 34도 이상 올라가고 그늘에서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저녁부터는 시원해져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곳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참아야 한다. 물가는 비싸고 볼 곳은 적어서 관광지로는 부적당한 곳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을 보고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을 경험하고, 나머지는 건너뛰고 바로 아르헨티나로 날아가는 것이 좋겠다.
페루에서, 볼리비아에서 우리 교회가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칠레 산티아고 뙤약볕 아래에서도 선교사들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 네임 택을 달고 부지런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유럽, 남미 어느 곳에서든 교회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지금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산티아고 국제공항에서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