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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12. 2021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원주민은 우리와 같은 몽골리안

남미 여행 24

세상의 끝(Fin Del Mundo) 우수아이아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 2개의 관광 코스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비글해협 투어가 그 하나이다. 1826년에 해양 탐사를 나선 피츠 로이 선장이 해군 측량선 선원들과 함께 이 해협을 탐사하기 위해 탔던 비글호 이름을 따서 비글 해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이 해협을 통과하여 갈라파고스를 탐험하고 '종의 기원'을 펴낸 곳으로 유명하다. 비글해협 투어에서는 배를 타고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유영하는 얼음 조각, 바다사자, 펭귄, 가마우지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장국영이 가고 싶어 했던 '세상 끝 등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비글해협 투어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상상을 통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다른 선택을 하였다.   

비글해협 투어 티켓 박스, 세상 끝 등대와 해양 동물들

빵 몇 조각으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호스텔 로비에서 문의하니 9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시간이 임박해서 달려가서 겨우 Tierra del Fuego national park 국립공원행 버스를 탔다. 창가로 보이는 이 지역 산들은 특이한 점이 있다. 모두 산등성이 6부까지만 나무가 자라고 그 위로는 검은 민둥산이다. 더러는 흰 눈으로 덮였을 뿐. 어쩌면 잦은 비에 눈이 쓸려 내려와 녹아 버렸지도 모르겠다. -54도까지 최저 온도가 내려간다고 하니 일정 높이의 언덕 위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모양이다.

공원 입구를 지나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라티에글만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어디서 왔냐?'는 공원 매표원의 질문에 'Corea'라고 대답했더니 자국민보다 비싼 140페소 입장권을 사라고 했다. 국립공원 내 버스가 도착한 곳은 Zaratiegul만 항구. 이곳은 칠레 국경선과 맞닿은 곳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와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가 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

멀리서 보이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들과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가 관광객을 맞이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인 산들과 바다가 맞닿아 조화를 이룬 곳이다. 그 사이에 난 작은 길을 따라 8km Trail이 시작되었다.

세상의 소음과 공해가 없는 곳에서 수백 년 된 나무와 이끼 낀 쓰러진 고목 사이를 지나노라면 마음속에 평화와 기쁨이 찾아든다.

투명하도록 맑은 바다, 쓰러진 고목에 피어난 이끼류와 노란빛이 감돈 나뭇잎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공적인 세상의 소음과 공해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걷고 있노라니 잔잔한 평화가 감돈다. 마음속에 순수한 기쁨이 차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트래킹 하면서 이런 평화와 기쁨을 가질 수 있다니, 처음 느껴보는 낯선 경험이었다. 거의 평지 수준이라 2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4시간 동안 유유자적 거닐었다. 자연이 주는 절대 순수의 공기를 마시면서 평화로운 자연에 묻혀 그대로 하나가 되면 좋겠다. 훗날 외롭고 상처로 아파할 때 이 순간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귀한 경험이었다. 이 평화와 순수 기쁨을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모든 이가 이 순간을 함께 한다면 모두 선남선녀가 되고 세상은 지극히 평화로운 천국이 될 것 같았다.

야간 원주민  기념관에서 그들이 살았던 모습을 엿보다.

트래킹 마지막 지점에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모습과 기록을 남긴 박물관이 있어서 들려서, 그들의 의식주, 도구 등 생활상이 촬영된 사진과 보관된 기록들을 둘러보았다. 원래 이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 야간(야마니)족은 거의 나체로 생활하였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주변에 모닥불을 많이 피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 땅에 처음 들어온 유럽인들은 그 수많은 불을 보고 불타는 땅으로 여겨 '불의 땅(티에라 델 푸에고, Tiera del Fuego)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세기 처음 유럽인이 이곳 나체로 지내는 원주민에게 옷과 근대적 이기를 제공했다.  이것이 이방의 병원체에 면역이 없는 무방비한 원주민들을 사지로 몰아 버린 원인이 되었다. 원주민들의 평균 키는 남자 158cm, 여자 152cm로 작았고 팔은 유난히 길었다. 남자는 나이가 차면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배우기 위해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씩 사냥술 등 훈련을 배우는 성인식에 참여했다. 그 후에라야 연합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기록들...

한반도를 경유하는 남미 원주민의 이동 경로

그리고 놀라운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중남미 원주민들의 이동 경로 중 하나는 아시아 대륙을 거쳐 베링해를 건너 우수아이아까지 도래한 경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반도와 일본, 캄차카 반도를 거쳐 중남미 우수아이아까지 이동한 경로를 지도가 보여 주고 있었다. 이 곳 원주민이 우리와 같이 몽골리안 후손이라니 놀라웠다. 지난 여행에서 거쳐 온 뿌노 띠띠 까까 호수 인근 지역에 일본식 지명이 많았던 이유와, 남미 오지 한 산골에서 우리가 어릴 적에 놀았던 굴렁쇠 놀이와 다섯 개 작은 돌을 높이 던지고 손으로 채어 받아내는 공기놀이가 발견된 것과 같은 의문점을 이곳에서 해소했다.      


참으로 즐거운 Trailing을 마치고, 숙소 근처 옷가게를 들러 청바지를 하나 샀다. 트래킹 중 어디에 걸렸는지 바지 엉덩이 부분이 찢기어져서 대신 입을 옷을 1,800페소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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