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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16. 2021

칠레 트레킹의 성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남미 여행 26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빙하와 눈 덮인 산, 눈부시게 푸른 호수, 야생동물과 협곡, 파타고니아 평야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화강암 돌기둥을 보기 위해 날도 밝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길을 나섰다.  

칼라파테에서 310km 떨어진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가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탔다. 아르헨티나를 출국하여 칠레 입국 수속을 거쳤다. 입장료 18,000 페소 내고 국립공원에 진입했다. 여러 나라를 경유하다 보니 국가마다 환전을 하게 되는데, 헷갈려 칠레의 환율이 기억나지 않는다. 4.3만 원 정도.

아르헨티나 국경선을 넘어 칠레 출입국 사무실을 통과하다.

사막과 같이 낮은 관목이 듬성듬성하고 황량한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더러는 흰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었다. 대부분의 땅이 나대지이고 그 일부분의 초지 위에 소를 키워서, 소의 마리수가 인구수보다 많은 아르헨티나의 국경선을 지나고 칠레 땅에 들어섰다.

드디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들어서다.

차츰 산들이 차 창가를 스치더니 멀리에서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푸른 에메랄드 빛 호수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이곳저곳에서 낮은 탄성이 울렸다. 더불어 한 켠에는 홍학이 유유히 물 위에 떠있고, 저 멀리에 서있는 만년설의 산과 조화를 이룬다. 참으로 절경이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많다. 그 위에 백설의 눈이 쌓이고, 일부 눈이 녹아 군데군데 호수를 이루고 있다. 매년 1, 2월에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매 View point마다 사진을 찍으려 버스에서 내리면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강한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친다.

차에서 내려 한 30분을 걸어가면 살토 그란데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먼 거리를 달려와 국립공원 내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내일 이곳 지형의 핵심인 Las Torres 전망대까지 왕복 6시간 트래킹을 할 것이다. 강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산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산장은 로비에서 멀리 떨어진 1층 건물이다. 황량한 대지위에 설치되어 바람만 막아 줄 뿐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변변한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주방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wifi나 전원 콘센트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다. 샤워장은 있는데 물이 차가워서 샤워는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로비에서 마실 수 있는 뜨거운 물은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 건물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로비까지 다녀온다는 것이 성가시게 느껴졌다. 준비해 간 1박 2일 메마른 식량을 요령껏 나누어 먹어야 한다. 옷을 여미고 바람을 뚫고 로비로 가서 뜨거운 물을 얻어 와 신라면을 뽀글이 해 봤더니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국립공원 내 숙소가 부족하여 늦게 도착하면 방을 빌릴 수 조차 없다. 오지라 물가도 비싸다. 부르는 것이 값이다. 미화 50불에 빌린 숙소는 침대 하나만 덩그런히 놓였다. 매트 위에는 이불조차 없다. 로비에 찾아가 따뜻하게 덮을 이불을 요구했더니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치사하다는 생각에 빈 손으로 그냥 돌아왔다. 이불도 없이 침대 위에 준비해 간 침낭을 펼치고, 옷을 입은 체 들어가 잠을 청해야 했다. 밤에 너무 춥지 않기를 빌며.  

그림같은 페오에 호수안 작은 호텔

토레스 델 파이네가 위치한 칠레의 이 땅은 원래 마푸체 인디언이 살아오던 터전이었다. 영국인이 이 땅에 이주해 와 목장에 양을 키우게 되었다. 인디언들이 멋모르고 양을 잡아먹게 되자 영국인들과 충돌이 불가피했다. 영국인의 총과 칼에 밀린 인디언이 이 땅에서 쫓겨나 아르헨티나에서 내준 칼라파테에 정착해 살게 되었다는 이곳 유래를 슬프게 읽었다.


오늘 본 아름다운 장면들을 되새기면서 내일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하기 위한 전망대까지의 트래킹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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