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여유 있게 아침 7시에 Perito Moreno Glacier 트레킹을 위해 출발했다. 아르헨티나 호수 서쪽 끝에서 천연의 옥빛을 발하며 투명한 푸르름을 뽐내는 거대한 빙하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산타 크루즈 서남쪽의 Los Glaciares 국립공원에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 다음으로 큰 빙하로서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이다. 파타고니아 빙원 남부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는 아르헨티나 호수를 향해 날마다 3m씩 전진한다. 호수와 맞닿은 빙하의 일부분이 총소리, 또는 대포 소리를 내며 빌딩만 한 얼음 덩어리가 붕괴되어 호수로 떨어져 내린다. 유영하는 얼음 조각이 빙하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크루즈 배의 운행을 막기도 한다.
빙하 중간중간의 검은 선들은 그 당시 바람이 불어 먼지나 모래가 빙하위에 내려 앉은 역사의 흔적들이다.
모레노 트래킹을 위해 가이드가 아이젠을 단단히 채워주고 앞장서서 빙하로 올랐다. 빙하는 하나의 큰 얼음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빙하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딱 좋은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서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언 것이다. 빙하 트래킹에 대한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은 후, 약 한 시간 동안 빙하 위를 걸었다. 여름철엔 하루 30cm 정도 빙하가 녹는다. 빙하 위에는 녹은 물이 흐르는 작은 물길이 있고, 곳곳에는 크레파스와 크고 작은 구멍들이 있다. 위험하다고 접근을 막는 곳도 있었다. 가이드가 권하는 크레파스 한 곳에서 투명한 천연의 푸르름이 아득히 내려다 보였다.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가이드가 손도끼로 얼음을 다듬었다. 파낸 얼음 한 조각을 먹어 보니 얼음 그대로의 맛이다. 하지만 그 얼음은 350년 전에 형성된 것이다.
빙하 위를 걷는 이색 체험이 새로웠다.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전체 빙하 규모를 보니 눈과 얼음이 끝없이 펼쳐졌다. 칠레에서 시작되어 수 천년 동안 쌓여 온 2000km 빙하가 모레노 빙하로 이어진다. 이 빙하가 녹아서 거대한 호수를 이룬다. 호수 이곳저곳에 유빙이 떠있다.
쩍쩍 빙하가 갈라져 내리는 곳, 한편에 서서 생각에 잠긴다. 유수한 세월 중 극히 짧은 시간 속에서 울고 웃는 것이 우리의 생이다. 그 인생을 즐거운 정말 주말과 같이 즐겨 살아가야 한다.
북극의 한 지역에서는 온난화로 지구의 냉각기 시절에 형성된 대륙만 한 빙하가 서서히 녹아내려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참으로 걱정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의 욕심과 이기로 개발과 무분별한 사용이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 강 유역 개발을 위한 불법 채벌과 화전식 농사 활동으로 온난화를 가속시켜 나간다. 그 결과는 인간이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