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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18. 2021

모레노 빙하 트레킹

남미 여행 28

오늘은 조금 여유 있게 아침 7시에 Perito Moreno Glacier 트레킹을 위해 출발했다. 아르헨티나 호수 서쪽 끝에서 천연의 옥빛을 발하며 투명한 푸르름을 뽐내는 거대한 빙하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산타 크루즈 서남쪽의 Los Glaciares 국립공원에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 다음으로 큰 빙하로서 길이 30km, 폭 5km, 높이 60m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이다. 파타고니아 빙원 남부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는 아르헨티나 호수를 향해 날마다 3m씩 전진한다. 호수와 맞닿은 빙하의 일부분이 총소리, 또는 대포 소리를 내며 빌딩만 한 얼음 덩어리가 붕괴되어 호수로 떨어져 내린다. 유영하는 얼음 조각이  빙하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크루즈 배의 운행을 막기도 한다.  

빙하 중간중간의 검은 선들은 그 당시 바람이 불어 먼지나 모래가 빙하위에 내려 앉은 역사의 흔적들이다.

 모레노 트래킹을 위해 가이드가 아이젠을 단단히 채워주고 앞장서서 빙하로 올랐다. 빙하는 하나의 큰 얼음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빙하는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딱 좋은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서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언 것이다. 빙하 트래킹에 대한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은 후, 약 한 시간 동안 빙하 위를 걸었다. 여름철엔 하루 30cm 정도 빙하가 녹는다. 빙하 위에는 녹은 물이 흐르는 작은 물길이 있고, 곳곳에는 크레파스와 크고 작은 구멍들이 있다. 위험하다고 접근을 막는 곳도 있었다. 가이드가 권하는 크레파스 한 곳에서 투명한 천연의 푸르름이 아득히 내려다 보였다.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가이드가 손도끼로 얼음을 다듬었다. 파낸 얼음 한 조각을 먹어 보니 얼음 그대로의 맛이다. 하지만 그 얼음은 350년 전에 형성된 것이다.

빙하 위를 걷는 이색 체험이 새로웠다.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전체 빙하 규모를 보니 눈과 얼음이 끝없이 펼쳐졌다. 칠레에서 시작되어 수 천년 동안 쌓여 온 2000km 빙하가 모레노 빙하로 이어진다. 이 빙하가 녹아서 거대한 호수를 이룬다. 호수 이곳저곳에 유빙이 떠있다.

쩍쩍 빙하가 갈라져 내리는 곳, 한편에 서서 생각에 잠긴다. 유수한 세월 중 극히 짧은 시간 속에서 울고 웃는 것이 우리의 생이다. 그 인생을 즐거운 정말 주말과 같이 즐겨 살아가야 한다.

북극의 한 지역에서는 온난화로 지구의 냉각기 시절에 형성된 대륙만 한 빙하가 서서히 녹아내려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참으로 걱정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의 욕심과 이기로 개발과 무분별한 사용이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 강 유역 개발을 위한 불법 채벌과 화전식 농사 활동으로 온난화를 가속시켜 나간다. 그 결과는 인간이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언제 스스로 겸손해지고, 자연과 조화롭게 생존해 갈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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