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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22. 2021

칼라파테에서의 마지막 날

남미 여행 30

오늘은 승마를 즐겼다. 방향 전향과 속도조절 등 기본 교육만 받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말을 선택하여 등에 올라탔다. 지상보다 1.5m 정도 높이에 불과했지만 상당히 높게 느껴졌다. 말을 탄다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신호를 주고 말이 나의 주문을 알아들을 때까지 짧은 시간 안에 교감이 이루어졌지만, 언제 뒷발을 튕겨 나를 거부하거나 빠른 속도로 달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떨어뜨릴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초지 위를 달렸다. 말 타고 1시간 반 정도 언덕을 넘어 푸르고 푸른 에메랄드 빛 호수까지 둘러보고 왔다. 말들은 가라면 가고, 가볍게 오른쪽, 왼쪽 지시하는 데로 움직여 주는 참으로 믿음직한 충실한 동물이다. 사람 걷기 힘든 곳을 말은 그침 없이, 힘 좋게 차고 나간다. 그래서 힘의 단위를 마력으로 표시했구나 이해가 될 정도이다.

호수가 말위에서 본 저 멀리 칼라파테는 호숫가에 위치한 조그마한 평화로운 도시로 보인다. 몇 달간 장기간 머무면서 잔잔한 평화와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도시라고 느껴졌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라  나무는 허리에서 잘라 키우고, 지붕은 사람 키만큼 내려 바람에 날라가는 것을 예방한다.

 예정된 5일이 끝나간다. 이틀 전에 예약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곳은 늘 사람들로 가득한 식당이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중간에 불 피워 놓고 꼬챙이에 통째로 꽂아 익히는 양고기를 시켜 먹었다. 양고기 맛은 기대와는 달리 좋지 않았다. 누린 냄새도 좀 났다. 옆 테이블에서는 한 무리 일본인들이 스테이크를 즐기고 있었다. 식사 후 달러로 계산을 하는 것이 보였다. 바보들! 페소로 계산하면 30% 이상 저렴한데...

아르헨티나 아사도는 기름이 빠져 단백하지만 누린 맛을 제거하진 못했다.

칼라파테의 작은 마을을 한 바퀴 다시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만 판매한다는 빙하 맛, 진한 자주색 칼라파테 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도심에서 호스텔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에 마련된 수제품 가게에 들려 보담이 줄 목걸이를 하나 샀다.

칼라파테는 젤라또로 유명하다. 그중 빙하 맛과 칼라파테 맛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숙소 주방에서 소고기 등심 한 조각과 양파 한알을 굽고, 일본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끓어 칼라파테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트렉스타의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찾아 트래킹화 불량 하자를 등록하고, 새벽 2시 반 비행기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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