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Feb 23. 2021

에비타가 잠들어 있는 레콜레타 묘지

남미 여행 31

6시 반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잠시 잠을 자고 나서 이 도심지의 관광지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에서도 부지런한 여행객은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 도시는 너무도 평범한 곳임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몇 백 년은 될 법한 나무 그늘 아래 비키니를 입은 처자들이 썬텐을 즐기는 여러 공원을 지나쳤다. 국가를 구하거나 역사를 빛낸 영웅들의 동상이 있는 광장. 최근 이 도시의 상징물이 된 대형 꽃 조경물이 설치된 곳을 지나 예술관을 향했다. 초라할 정도로 전시 작품이 적은 국립 예술관이었다. 고호, 르느와르, 고야, 드가, 모네 등 몇몇 유명인의 작품을 볼 귀한 기회가 되었지만,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소피아 예술센터에서 잔뜩 눈을 높여 놓은 탓에 이곳은 저급해 보였다.

르느와르 작품 외

마지막으로 레콜레타 묘지에 들렸다. 원래 레콜레타 지역은 1870년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전염병이 휩쓸 때 지대가 높은 이곳으로 부유층들이 몰려들어 생긴 도시이다. 현재에도 최고 부촌 중 하나에 속한다. 가톨릭 수도승이 채소를 기르던 정원으로 사용되던 곳을 1822년에 시당 국이 공동묘지로 조성하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장례 예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조각 박물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수많은 조각상과 납골당이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조각상과 저명인사의 묘지,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불리는 에바 페론이 묻혀있는 레콜레타 묘지

 이 나라 대통령 13명과 노벨 수상자 등 저명한 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레콜레타 묘지에는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불리는 에바 페론이 묻혀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배우가 되고 페론 대통령의 부인이 되고, 가난한 민중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한 에바 두아르테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묘를 장식하는 조각물이 아름다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묘지가 관광지가 되다니... 현장에서 단체 관광객을 이끄는 한국인 가이드가 눈에 띄었다. 그는 '이제 대통령 궁으로 가실게요.' 라며 다음 지정 관광지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냥 소고기에 소금과 후추만 뿌리고 구워도 맛 좋은 바비큐가 된다. 한우보다 맛있는 바비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르헨티나 여행의 장점이다.  

지하철 타고 가서 둘러보고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잤다. 아직도 날이 밝은 저녁 9시, 호스텔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이 여행지에서 만난 9명은 소고기 7kg를 샀다. 상추, 양파, 아스파라거스와 숯을 샀다. 숯불을 벌겋게 피워 고기를 구웠다. 참으로 맛있다. 한우보다 맛이 좋다.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좋다. 비용을 각자 나누어 냈는데 1인당 만 이천 원 꼴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 정도로 다양한 스테이크를 먹는다면 인당 십만 원 이상은 족히 들어갈 것이다. 전체 인구 수보다 많은 소를 키우는 아르헨티나에서 바비큐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밤늦도록 먹고 놀다가 12시 반이 지나서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은 3,000m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 다이빙이 예정되어 있다.


네이브 쪽지로 트렉스타에서 회신이 왔다. 국내로 돌아오면 새 트래킹 슈즈를 보내 주겠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칼라파테에서의 마지막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