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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24. 2021

푸에르토 이구아수를 향하다

남미 여행 32

오늘은 한국의 설날이다. 여전히 여행 중이라 고향에도 못 가고,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송구스럽다. 카톡 보이스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식구들에게 건 전화는 아무도 받질 않는군. 오늘 예정된 스카이다이빙은 날씨 탓으로 취소가 되었다. 바람이 불어 경비행기가 수 없단다. 잠시 시내에 나가 환전을 했을 뿐 달리 할 일 없어 종일 호스텔에서 빈둥거렸다.

 내일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해서 사용할 페소를 확보하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기 전에 환전을 했다. 암 환율을 적용받으면 이익이 크다. 미화 1 달러가 공식환율로 8.55인데 시내 개인 환전소에서 13으로 환산해 받는다. 지하철에서 만난 아저씨는 외국인인 나를 보더니 '달러! 달러!' 외치더니 1달러 15로 환전해 주겠다고 했다. 개인 간의 거래인지라 위조도 우려되어 외면했다. 시내 프로리다 거리에 가면 깜비오를 외치는 사람이 많다. 사람에 따라 환율이 조금씩 다르니 서로 비교해야 한다. 위폐나 밑장 까기 등 사기를 조심해서 현찰을 받아 확인을 한 다음 달러를 주어야 한다. 달러를 미리 주면 페소 가지러 간다고 하고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환전 잘하면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도시다. 아무튼 이구아수 인근 면세점에 들려 면세품 몇 가지를 살 예정이다. 달러로 사지 않고 페소로 지불해서 50% 이상 차익을 남길 작정이다.

누구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정열에 빠져 몇 달 동안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루했다. 재미없는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단지 100년을  넘긴 지하철을 탄 기억은 추가될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미 사랑 호스텔을 떠나 푸에르토 이구아수를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공항과 원주민 언어로 '거대한 물'을 뜻하는 세계 최대의 폭포가 있는 도시를 이어주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짙푸르고 울창한 숲 길을 달리는 택시 안에서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기분이 상쾌했다. 여행 내내 사막과 도시의 열기 속에서 돌아다니다가 숲 길을 보니 마음이 청량해진 까닭이며, 바로 가까이에 4km가 넘는 거대한 폭포가 있기 때문이리라.

푸에르토 이구아수는 폭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묵는 숙박 도시이다. 길거리에 아이들이 많다. 신발조차 싣지 않은 아이들이 까르르 대며 놀고 있다. 앙상한 몰골의 수많은 개들이 동네를 어슬렁 거린다. 이층 구조 상단에 버린 음식찌꺼기 봉지를 물어뜯으려고 개들이 껑충 뛰어오른다. 이틀 동안 머무는 동안 먹을 음식을 사러 슈퍼마켓을 찾으러 나섰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았으니 모두 고만고만하고 변변한 곳이 하나 없다. 과일은 야생에서 자란 것같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작고 덜 익고 모양이 나지 않아 형편이 없다. 과일 조금과 쌀을 샀다. 소고기를 사서 굽고, 오이를 잘라 초고추장에 밥과 같이 비벼 먹었다. 매끼 끼니를 때우는 것이 번거롭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구아수 폭포 투어를 기대해 본다. 과거 잔뜩 기대를 걸고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6시간 차를 몰고 가서 본 미국 나이가라 폭포에 대한 실망감이 기억난다. 그때 본 나이가라 폭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대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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