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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Feb 25. 2021

아르헨티나 쪽 거대한 물, 악마의 목구멍

남미 여행 33

원주민 과라니 족의 언어로 '거대한 물'이란 뜻의 이구아수는 1541년 에스파냐 정복자 알바로 누네스 카베사 데바카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에 알려졌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영화 '미션'의 무대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남미에서 선교사업을 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대항해시대 때 남미 땅의 대분분을 점령한 스페인에 맞선 과라니 족 마을의 해체 과정을 담았다. 호전적인 원주민 과라니족을 찾아 나선 가브리엘 신부가 이구아수 폭포 깊은 곳에서 절벽에 기대어 악기를 꺼내 연주를 하는 장면이 기억에 생생하다.         

브라질 동쪽 쿠리치바시 인근에서 발원된 이구아수 강은 서쪽으로 600km를 흐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접경지에서 크게 휘면서 강물은 큰 폭의 낙차 밑으로 떨어져서 마침내 이구아수 폭포가 된다. 폭 4km, 평균 낙차 70m, 1초에 6만 톤의 물이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를 이룬다. 총 275개의 폭포 중 270개가 아르헨티나 쪽에 있으며, 브라질 쪽에서는 이구아수 폭포의 체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하기에 좋다.

아르헨티나 쪽 이구아수 폭포

아르헨티나 쪽 폭포를 보기 위해 숙박 도시 카타라타스에서 왕복 버스표를 1만 원에 구입해서 이구아수 폭포로 향했다. 10시 20분 버스로 도착했는데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아 대기하지 않고 바로 2만 6천 원짜리 입장료를 내고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규모가 크고 폭포의 관광 포인트가 여러 곳이라 기차를 탔고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먼저 High Trail을 거쳐 폭포 바로 위쪽에 만들어진 다리를 걸으며 폭포를 감상했다. 낮은 산책로를 거닐며 폭포 아래쪽을 보고 물보라를 맞으며 전체 모양에 대해 윤곽을 잡았다.

4km에 이르는 이구아수의 모습은 다양하다. 보는 것마다 절경이고, 어디에서 이 많은 물이 모여 쏟아 내리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혀를 내 두려며, 한 줄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라는 종래의 개념을 뒤엎는다. 지난번에 왜소해서 실망했던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규모와 형태나 외관에서 완전히 달랐다. 보는 것마다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2만 2천 원을 주고 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까지 접근해 보기로 했다. 방수팩에다 휴대품을 담고, 준비해 간 비옷을 입었다. 폭포에 가까이 가자 물보라가 일어 안개 마냥 눈앞이 자욱하다. 떨어지는 폭포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센 폭포수가 쏟아지고, 물줄기를 직접 몸으로 맞는 짜릿한 험에  환호성을 지른다. 다들 옷이 흠뻑 젖었다. 아예 비키니 차림으로 폭포수에 도전하는 수려한 몸매의 처자들도 색다른 경험으로 얼굴에 홍조를 뗬다.  

이구아수 폭포의 하이라이트인 악마의 목구멍을 향했다. 이 루트는 폭포의 최상류 지역으로 올라가서 가장 많은 유량이 한 곳으로 모여서 떨어지는 폭포의 절경을 감상하는 곳이다. 기차에서 내려서 수백 미터 강폭 위에 설치된 다리 위를 한참을 걸었다.

마침내 도착한 곳, 지구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하나의 구멍을 향해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이 곳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말 이름 그대로 '악마의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감탄사와 모든 생각을 잃어버린다. 가만히 그 광경에 빠져든다. 자연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된다. 몽환적인 감동에 몸을 맡긴다. 정말 대단하구나!!

굉음을 내려 쏟아지는 악마의 목구멍에 압도되어 잠시 몽롱해지고 말았다.  

악마의 목구멍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이구아수 폭포 인근에 사는 구아라니 부족은 해마다 이구아수 폭포를 지키는 보아 신에게 아름다운 처녀를 바치는 전통이 있다. 어느 날 보아 신이 강가를 산책하는 아름다운 나이피를 보고, 그녀를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했다. 타루바와 결혼을 앞둔 나이피를 제물로 바치기로 한 마을 주민의 결정에 두 사람은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카누를 타고 도망치는 두 사람에 대해 보아 신은 거센 물보라를 일으켜 그들을 막고, 마침내 강을 둘로 갈라 버린다. 카누가 갈라진 강으로 빨려 들어갈 때 카루바는 간신히 빠져나오지만, 카누를 탄 나이피는 그대로 강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카누가 추락하기 직전에 보아 신은 나이피를 바위로 만들고, 타루바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를 본 보아 신은 타루바를 한 그루의 소나무로 만들어 버린다. 보아 신은 지금도 악마의 목구멍 깊은 곳에 살면서 질투심으로 불타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폭포를 사이에 두고 한그루의 소나무로 변해 버린 타루바와 바위로 변해버린 나이피는 여전히 애틋한 사랑나누고 있고, 이에 폭포 위에는 매일 무지개가 피어나 이 둘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는 슬프고도 재미난 전설이다. 완벽한 Story Telling이 덧붙여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평생 동안 악마의 목구멍을 기억에 간직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폭포에 매일 무지개가 피어나 나이피와 타루바의 사랑을 이어준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으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했다. 멕시코에서 온 모녀가 준비한 스파게티와 교환해 먹으면서 낮에 방문한 거대한 물에 대한 소감과 감상의 평을 서로 나누었다.


내일은 브라질 쪽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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