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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09. 2021

봄이 오고 있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전국이 얼어붙었다. 따뜻해지는 3월이 되어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가나 거리엔 인적이 줄어들었다. 용감한 단 5, 6명의 관객뿐인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회사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한다.


며칠간 집에서 지난 3년간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아침에 시작해서 늦은 밤에 끝낸다. 직장에서보다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때론 밤을 꼴깍 새우고  다음날 새벽에 잠을 든다. 아침 6시에 잠을 들었는데 아내가 켜놓은 음악소리에 깨어났다. 겨우 2,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아내도 코로나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다. 좀이 쑤시긴 마찬가지다.


거실에서 워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싱그럽다. 창밖으로 보이는 윤산은 군데군데 연한 녹색으로 바꾸기 위해 꿈틀댄다. 거리는 코로나로 얼어붙고 사람들은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고 지나가지만, 시간은 훈풍으로 세상을 깨운다. 봄이 오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온천천을 따라 내려갔다. 갑갑한 숨을 틔우려 사람들도 온천천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공기가 싱그럽다. 따뜻하다. 팬지와 이름 모를 꽃들이 봄을 알린다. 간혹 온천천엔 커다란 황어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인기척을 한다. 온천천을 걷는 시민들을 위해 구청에서 풀어놓은 물고기이다. 황어가 어릴 적 냇가에서 물고기 잡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익숙한 온천천, 수영천 강변의 풍경을 따라 페달을 밟는다. 강둑에 심어 놓은 목련이 움을 틔울 준비를 하고, 벚꽃이 꽃망울을 맺고 있다. 물가의 푸릇푸릇 새싹들 사이에는 냉이와 쑥들도 자라고 있다. 도다리 쑥국이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게 할 텐데... 어느 틈에 수영강을 만났다. 무심코 달렸는데 상당히 많이 내려온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다 회동저수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쑥을 뜯는 여인네와 저만치서 족구를 즐기는 사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들 저마다의 방법대로 따뜻한 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로 접근 가능한 회동동 마지막 길까지 가서 회동천을 건너 수영강 하구로 내려갔다. 수영강 폭이 넓어지고, 반짝이는 수영강으로 숭어가 뛰어올랐다.

센텀시티와 수영동을 잇는 다리를 건너 온천천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다리가 뻐근하다. 처음엔 무심코 페달을 밟았고, 회동동에서 돌아올 때 비로소 트랭글을 켰다. 고스란히 돌아온 코스의 흔적이 기록되었다. 한 40km는 달린 모양이다. 자전거로 달린 최장 기록이다. 오랜만에 운동 한번 잘했다. 뻐근한 다리가 풀리려면 며칠 걸리겠지.

날씨가 풀리고 있다. 나무엔 연한 녹색 움이 띄고, 수영강엔 숭어가 물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나라도 서서히 풀리고 말 것이다. 다행히 확진자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질염 센터의 수고와 탁월한 처치에 박수를 보낸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는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국 봄은 오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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