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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10. 2021

그리운 사람에 대하여

"정 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마음에 묻어놓고 늘 안타까워하던 정 OO가 기억해 달라고 노크를 해 온 것이다.


페이스 북을 열어 정 OO를 검색했다. 5년 전 그 모습으로 밝게 웃는 사진을 페이스 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 찾기 창에서 몇 번이나 '정 OO'를 입력했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는가? 지난 5년 가까이 페이스 북에서는 늘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와 가까웠던 친구의 페이스 북을 열어 모든 친구 보기를 열어 검색했다. '정 OO'는 없고 'OO Jung'이 있었다. Jung의 페이스 북에 찾아가서 Hi 인사를 하고 잘 지내기를 비는 문자를 남겼다.



정 OO는 5년 전 급성 뇌출혈로 병원으로 이송된 지 이틀 만에 아들 둘과 남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자녀 훈육에 엄격하고 남편을 잘 건사하는 예의가 바른 그녀는 여럿이 모인 곳에서는 늘 돋보이는 사람 중 하나였다. 유쾌한 성격으로 이웃 사이에 인기가 좋았던 그가 어느 날 불쑥 떠나서 사람들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한 3년 반이 지나고, 시누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셋과 남편, 이웃은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삼기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이제 막 40대에 다다른 젊은 나이, 구 OO.


정 OO과 구 OO는 올케와 시누이 이기전 어릴 적부터 둘은 친구사이였다. 친구 오빠와 결혼하여 둘은 혈족이 되었고, 이웃 아파트에 나란히 살았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친구로 지낼 테지. 세상에 남겨두고 온 남편과 자식들은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몫이고, 둘은 자유롭게 지낼 테지.


정 OO과 구 OO는 여전히 우리들 마음에 살아있다. 둘의 페이스 북에서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고,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 먼 하늘을 바로 볼 때가 있다. 그들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가끔씩 얼굴을 내밀며, 지난날의 좋았던 한 때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한숨과 안타까움으로 눈물짓게 한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도시의 아스팔트 길처럼 아직 우리의 마음이 딱딱히 굳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문득 그리운 사람이 떠오른 후, 우리가 정화되고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선한 영향력일 테지.


텔레그램으로  노크한 정 OO에게 다시 한번 Hi라고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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