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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y 30. 2021

제주도에서의 벵에돔낚시(1)

범섬에서

부산 다대포와 진해 명동으로 선상 낚시를 갔지만, 낚시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출조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인터넷 낚시 사이트에 올라오는 조황도 형편이 없다. 올해는 윤달이 끼이고, 예년과 달리 추운 날씨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탓에 물고기가 자취를 감춰 버렸단다.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러던 중 친구 하나가 추자도로 낚시 가자고 했다. 올해 실적도 좋지 않고. 출조 횟수도 적어 아쉬워하고 있는 차라 흔쾌히 동행하기로 했다. 추자도는 우리나라 유명 낚시 포인트 중 하나에 속하는지라, 자연스럽게 대물을 낚을 기회와 손맛을 기대했다.


이른 아침에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해외여행은 갈 수 없으니 제주도라도 갈려고 하는지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제주도 공항은 2분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뜬다. 추자도행 배가 출발하는 연안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택시 창밖으로 야자수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바람, 돌, 여자 등 삼다의 제주, 오늘은 유독 바람이 많이 분다. 추자도행 여객선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 대합실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다시 제주도로 돌아올 수 있을까? 풍랑으로 뱃길이 끊길 수 있다. 며칠 동안 추자도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래도 강행할 것인가? 결국 서귀포로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민 프로님의 제자가 운영하는 서귀포 광장 낚시점에 도착했다. 낚시점 어항에는 긴 꼬리 벵에돔이 유영을 하고 있었다. 최근 전국 낚시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수상 표시판을 내건 낚시점 주인도 오늘같이 강한 바람에는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굳이 가겠다고 한다면 범섬을 추천하겠다며, 법환포구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km 해상에 떨어진 범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한 때 원나라가 이 섬을 점령하여 말을 키우기도 한 곳으로, 이들이  난을 일으키자 고려 최영 장군이 이들을 섬멸시켰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1950년대까지는 제주 주민들이 이곳에서 고구마를 경작하던 곳으로 지금은 개인 소유의 무인섬이다. 섬 전체에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아기 사자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라 사자섬이 더 어울리는 이름이겠다. 직벽 한 가운데는 왼팔을 허리에 대고 바다를 바로 보는 한 사내가 갯바위 끝의 낚시꾼과 대조를 이룬다.

배가 포구를 벗어나자 바다는 크게 일렁거렸다. 파도가 뱃전에 부딪쳐 바닷물이 옷을 젖셨다.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장은 바람 반대 방향의 갯바위에 배를 댔다. 80m나 되는 직벽이 바람을 막아주어 갯바위 앞의 바다는 잔잔했다. 유속은 빨라 찌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흘러갔다. 발아래 밑밥을 치니 자리돔들이 까맣게 몰려들었다. 밑밥을 발아래 뿌려 잡어들을 모으고, 찌는 멀리 던져 벵에돔을 노렸다. 잡어들이 자주 미끼를 채어갔다. 그러다가 찌가 수면 아래로 잠겼다. 확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떠 오르지도 않았다. 성가신 자리돔이려니 하고 낚싯대를 당겼다. 가벼운 저항. 손바닥만 한 볼락이었다.

아기미 끝 둘레에 검은 테두리가 있으면 긴 꼬리 벵에돔

거제도 바다나 다대포 앞바다나, 서귀포 앞바다나 바다는 그 바다다. 낚시가 안 되는 것은 다 마찬가지다. 고문님, 민 프로님. 세 명이 긴 꼬리 벵에돔 9마리를 잡고 6시쯤에 철수하는 배에 몸을 싣었다. 섬을 벗어나자 다시 바다가 일렁거리고 파도가 뱃전에 부딪친다. 돌아오는 뱃전에서 범섬 전체를 카메라에 담았다. 섬 오른편에 두 개의 동굴이 나란히 뚫려 있었다. 바다는 이 콧구멍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바다 깊숙이 산소를 공급하며 어족자원이 자라게 하고, 콧바람으로 파도를 일으킨다.  


광장 낚시점에서 벵에돔 회를 떴다.

치킨 타올로 감아 숙소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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