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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06. 2021

어머니가 건네 주신 참기름 한병

주말이라 혼자 계신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왔습니다.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시고

이층에서 내려오셔서 닫힌 문을 열어 주시며

어쩐 일로 왔는지 궁금하신 듯한 눈길을 보내셨습니다.

주말이라 왔다고 하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물으셨습니다.

집안에 혼자 계시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각력이 흐려지셨습니다.


코로나로 마을회관에 마실도 못 가시니

집안에서 꼼짝  못 하시고

볼륨을 크게 올린 TV만 쳐다보면서 세월을 헤아리실 뿐입니다.


올해 여든여덟.

이전보다 기력도 총기도 떨어지셨고

주변의 것들에 흥미도 사람에 한 관심도 줄어드신 것 같습니다.

깔끔하셔서 집안을 유리알처럼 쓸고 닦으셨는데

이제는 눈도 어두워져 거실과 방안에 쌀 튀밥 알과 과자 부스러기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손끝을 맞부딪치고 발을 흔들어대는 것도 멈추시고

거실에 앉아 계시기보다 방에 누워서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력도 줄어들고 쉬 피곤해지셔서 만사가 귀찮으신 모양입니다.


 방문하는 자식들을 반기는 정도도 이전보다 줄어드셨고

같이 있는 동안에 나누는 말 수도 적어졌습니다.

식구들은 별일 없느냐고 물어보실 뿐

다른 말은 없으시고

시선을 TV에 두시고 입술로만 혼자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십니다.


어찌할까요?

연로하시어 점차 해체되고 있는 어머니를 곁에서 보면서

그저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돌아가겠다는 아들을 불러 세우고

광에서 참기름을 꺼내 오셔서 작은 병에 옮겨 담으셨습니다.

어머니도 드셔야 하니 그만 되었다는 말에도

어머니는 참기름을 한 병 가득 부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이전 같으면 손을 흔드시며 당신의 눈에서 눈물을 떨구며

차를 타고 떠나는 자식이 멀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계셨는데

오늘은 이층에서 잘 가라는 말을 하시고

문밖으로 나서는 자식을 바라다만 보셨습니다.


연로하시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시는 건가요?

약해지는 기력과 함께 애정도 줄어드는 건가요?

어쩌면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떼어내고 계신 것은 아닌지?

세상과 자식에 대한 애정을 조심씩 정리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어찌 자식들은 어머니의 애정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당신의  젊음을 덧없이 흘러 보내시고

이제 TV 앞에 누워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참기름 한 병에 담긴 어머니의 속 깊은 애정과

홀로 누워 계신 노쇠한 어머니의 모습에

자식은 어쩔 도리를 찾지 못하고 눈물만 지을 뿐입니다.


아!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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