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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31. 2021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론다 누에보 다리

2018년 스페인 + 포르투갈 + 모로코, 두 번째

코르도바를 침략 거점으로 스페인을 수백 년 동안 통치하던 아랍인들은 스페인의 대반격에 쫓겨 산악지대인 그라나다로 밀려났다.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했던 아랍인 무어인 술탄 무하마드 1세는 1238년부터 해발 900 고지에 붉은 왕궁이라는 의미를 지닌 알함브라 왕궁을 짓고, 알카자바 성곽을 쌓아 스페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고지의 약점인 물의 공급을 위해 수로를 설계함으로써 1년 내내 높은 산에서 흐르는 천연수가 왕궁과 성내 모든 구석구석을 적시게 하였다. 알함브라 여름궁전은 기막힌 정원이 가꾸어져 있고,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본뜬 아라베스크의 추상적 기학적 반복적 문양으로 화려한 극치를 엿보게 한다.    

        

붉은 왕궁이라는 의미를 지닌 알함브라 왕궁 입구
알함브라 여름궁전의 정원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본뜬 아라베스크의 추상적 기학                              

아랍 궁전을 볼 때마다 아라베스크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감탄한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마침  궁전 입구에 설명이 있어 궁금점이 풀렸다. 문양을 나무판에 정교히 조각해서 회칠한 벽에 찍어내서 굳히는 과정을 반복해서 완벽한 무늬를 창작해 내는 것이다. 

아랍 군주는 250여 년을 이어 통치하다가 스페인 이사벨라 1세 여왕의 공격에 의해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물러나 북아프리카로 떠나가야 했다.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연 장본인인 이사베라 여왕은 포르투갈 왕조로부터 외면당한 콜럼버스를 지원하여 중세 스페인의 대항해 시대를 열어 남미 국가의 대부분을 식민지로 개척했다. 이사베라 여왕의 증손 카를로스 5세가 알함브라 중심에 왕궁과 수도원을 지었으나 마드리드에 정착한 왕조는 거리가 멀어 이 왕궁을 사용하지 못했다.


세고비아의 '알함브라 왕궁의 추억'이라는 유명한 기타 연주를 들으며 석류라는 의미를 지닌 그라나다를 떠나 론다로 향했다. 론다는 과다레빈 강이 만든 깊은 협곡을 사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누에보 다리로 유명하다. 인구 3.6만에 불과하지만 다리와 협곡의 웅장한 광경, 언덕 위 하얀 집과 100m 낭떠러지 아래에  펼쳐진 시골 풍경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온다. 누에보 다리는 종군기자로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던 헤밍웨이에게 작가적 영감을 불러일으켜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스페인의 내전을 그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명작을 낳게 한다. 게리 쿠퍼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동명의 명화 중 짧게 머리를 깎은 여주인공의 한마디가 기억에 생생하다. '코가 가려서 키스를 어떻게 하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 간 헤밍웨이를 만나기 위해 훗날 미국 마이애미 키웨스트의 헤밍웨이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마이애미 앞바다 대서양에서 즐겼던 바다낚시를 경험으로 '노인과 바다'라는 명저를 저술했고,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과다레빈 강이 만든 깊은 협곡을 사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누에보 다리
스페인의 내전을 그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명작을 남긴 헤밍웨이


지중해의 강한 햇빛 아래 말라가 지역에 속한 론다 지역 관광은 땀을 요구한다. 태양은 신시가지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그늘막을 치게 하고, 그 아래에서 영업하는 식당에서 빵,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기름으로 간을 맞춘 야채, 돼지고기를 점심으로 먹고 후식으로 멜론을 먹었다. 강한 햇빛으로 진하게 맛이 든 멜론은 달고 부드러웠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미하스 마을에 들렸다. 유럽인은 바닷가 가까이 살기보다는 높은 언덕 위에 하얀 집을 짓고, 의자에 앉자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지중해를 바라다보며 살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이 동네는 부자들이 산다.  관광객은 마차를 타고 하얀 부잣집들 사이를 헤집으며 동네 한 바퀴로 짧은 관광을 마친다.


숙소는 또래몰리노스라는 지중해의 작은 휴양도시에 위치한 호텔이다. 7,80년도에 지은 낡은 숙소는 말이 3성급 호텔이지 덩그러니 침대 하나와 에어컨, 샤워 부스가 전부다. 에어컨의 소음이 심해 다른 방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 세, 네 사람 사람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제대로 작동은 하는지 버튼을 몇 번이나 누르고 오래 기다려야 했다. 빨리빨리 스피드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은 속이 터질 정도이다. 느림의 미학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들은 진정 삶의 의미와 즐거움은 알고 살아가는 것인가?


한 10분을 걸어 해변에 펼쳐진 파라솔 숲을 지나 바닷가에 닿았다. 남들처럼 지중해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 않고, 바닷물에 밀려온 작은 돌들을 살폈다. 그리고 돌 한 개 주었다. 이로서 이번 여행의 기념품을 확보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양편에 즐비하게 펼쳐진 상가와 식당들 사이로 느릿느릿 걷는 노인들과 싱싱한 젊은 이들. 어떻게 이 많은 상인들이 먹고살까 나그네를 고민케 할 정도로 상가들이 밀집해  있다.


숙소로 돌아와 번들거리는 땀과 피로를 샤워로 씻어 냈다.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거리며 오늘 하루를 정리하느라 벗어 둔 안경을 몸으로 눌러 버렸다. 안경테 하나가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힘을 주어 제자리로 맞추려 했더니 매듭 부분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뜯겨 나가서 틈이 벌어지고 안경테가 간신히 매달려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손대면 완전히 분리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붙어 있어서 돌아다니는데 지장은 없을까? 조심조심 형태를 맞췄다. 아무래도 안경테를 교체해야 하는데 안경가게를 찾아볼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안경이 없으면 눈뜬 봉사인데. 고등학생적 농구하다 안경을 부순 이후 처음으로 안경을 부숴 버렸다. 안경 값이 만만치 않은 이국 땅에서. 


어쩔꺼나 될 대로 돼라. 상황이 발생하면 해결책도 있는 법. 내일 해결하기로 하고 편히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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