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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ug 17. 2021

마드리드,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 도시 사라고사를 향해

2018년 스페인 + 포르투갈 + 모로코, 여들 번째

채 밝지도 않은 아침. 마드리드로 향하기 위해 나섰다.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하얀 직선 구름들이 새벽하늘을 수놓았다.


스페인 내전의 종군기자로 참여한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배경인 된 과드라마산이 있고, 영화 '닥터 지바고'와 '글래디에이터'의 명장면을 촬영한 도시, 마드리드는 톨레도에서 수도로 선택되어 천도한 1565년이래 지금까지 스페인의 수도가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 사이 혈통 유지를 위한 왕족끼리의 근친결혼으로 생태적 열성 후손이 태어나다 결국 합스부르크의 대가 끊기고, 그 뒤를 이은 부르봉 왕족이 현재까지 왕가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 이슬람 전술기지로서 알람브라와 같은 아랍 왕궁이 있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어 그 자리에 1767년 지금의 스페인 왕궁이 건립되었다. 방이 2,600개나 되는 왕궁은 남미 등 세계 도처의 식민지에서 수탈한 금으로 호화롭게 장식하고, 궁중화가들이 그린 그림들로 벽면을 가득 채웠다. 현재 왕국의 많은 그림들이 마드리드 시내 프라도 미술관에 옮겨져 전 세계의 뭇 세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왕궁의 전경과 부르봉 왕가의 문양
왕궁의 내부 방, 벽, 천정은 화려함의 극치를 담고 있으며, 식기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졌다.


마드리드의 중앙인 마이요  광장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북적인다. 산 미구엘 시장엔 지금도 진기한 먹을 것들로 나를 유혹한다. 깔끔한 매장과 다양한 음식, 과일, 와인, 타파스와 식재료. 온갖 음식들이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진기하고, 어떤 맛인지 궁금해진다. 지난번 이곳을 방문했을 때 시식하지 않은 것들을 주문해 먹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이요 광장


산 미구엘 시장의 다양한 음식들

1725년에 개장한 보틴 레스토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이 식당을 자주 찾아왔으며,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접시닦이를 한 곳으로도 유명한 보틴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보틴 식당 전경


스페인 광장에는 돈키호테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세르반테스는 지극히 현실적인 산쵸와 진취적 이상적 충동적인 돈키호테를 대비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모한 도전, 꿈과 이상 추구,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입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고 주저앉는 것이 더 미친 짓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꿈이 성취되고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세르반테스는 권고한다. 사람들은 그의 저서를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히는 책으로 화답하고 있다.

스페인 광장 내 돈키호테 동상. 사진을 찍기 위해 동상에 오르는 사람들의 무질서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프라도 국립미술관에서는 1100년대 로마네스크 벽화에서부터 1910년대 소로야까지 연대순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팸플릿을 보고 미리 감상할 작품을 선별한 뒤, 원하는 작품만 찾아가며 보는 것이 효과적이며 감상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루벤스의 '세 명의 미인 신(삼미신)',  무리요의 '원죄 없이 잉태된 성모', 고야의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엘 그레코의 '삼위일체' 그리고 피카소가 특히 좋아했다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볼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 입구 쪽에 고야의 동상이 서 있다.


마드리드에 대해서 이전에 등록한 기록이 있으니 이쯤에서 생략한다.


다음 정착지인 사라고사는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아라곤 주의 주도로 성모 발현지로 유명하다. 기원후 40년경 복음 전파에 나선 야곱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신앙의 기둥을 전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필라르 성모 성당, 일명 기둥 성당을 건립하여 신앙의 중심지로서의 성지가 되었다. 그러나 로마가 지배하는 동안 기독교인은 박해를 받았다. 이슬림의 침입 기간에도 400년 통치를 받았다. 야곱의 무덤이 있는 샌디에이고 순례길의 스페인 시작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적 묘사로 칼를로스 4세를 배불뚝이로 그린 궁중화가 고야의 고향이기도 하며, 2008년 세계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다.

800km 샌디에이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성당 내부에서 미사가 열리고 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을 금하는 표시를 보았으나 감시하는 경찰 눈을 피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사라고사의 필라르 성모 성당, 일명 기둥 성당의 내부

마침 에브로 강 옆에 위치한 사라고사 대성당 앞 광장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대규모로 차려진 무대 위에서 민속춤과 노래가 어우러지고 있었다. 모여든 관광객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호응하며 즐긴다. 광장 옆 상가에도 사람들로 가득한 것을 보니 축제 기간인 모양이다. Pilar, 필라르는 기둥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다. 지금 기둥 축제를 펼치고 있다.


오늘 묵을 호텔은 무지하게 크고 길어서 양 끝단까지 길이가 200m쯤은 될 것 같다.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가는 복도가 길어서 족히 100m 달리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저녁으로 나온 수프가 특별히 맛있었다. 특이하게도 호텔 바로 뒤에 고속열차 렌페 역이 있었다. 기차소리가 오늘 밤 편히 자는 나를 깨울지도 모르겠다.

호텔 창문에서 찍은 고속열차 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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