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뛰어난 색채 감각

할머니 화가의 태생을 기대하며

by 이재영

올해 여든 여들되신 어머니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민첩한 손동작과 두뇌 활동을 위해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치매를 예방하는데 좋다고 해서


색칠놀이를 하셨다.


88세 어머니 작, 벌집.


명절이라 고향집에 방문해서

거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여러 권의

색칠놀이 소책자들을 발견하고 열어 보았더니

색연필로 칠해져 있는 다양한 문양이 펼쳐졌다.


놀라운 색채 감각이다.

그냥 시간 보내기용 놀이로 취급하기에는

색의 선택과 구성이 보통을 넘어 보였다.


어머니께서 이토록 뛰어난 색 감각을 가지고 계셨다니!


88세 어머니 작, 우산.


뒤늦게 발견된

색에 대한 감각을 살려서 그림을 그리신다면

어떠한 형상과 색의 조화가 나올까?


할머니 화가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자못 궁금하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88세 어머니 작, 달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안나 마리 R. 모지스에 이어

세 번째 할머니 화가의 탄생 가능성이 엿보인다.


영국에서 가장 핫한 작가중 한분인 86세의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작품.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셨다.
78세에 붓을 든 할머니 화가 모지스의 작품. 이 작품은 한화 12억원에 팔렸다.


다음번엔 도화지를 사들고

고향을 방문해서 어머니에게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세요."라고

권해 보야겠다.


어머니께서도 위 두 분의 할머니 그림을 보시고 나면

당신은 신난다고 하시면서 그림을 그리실 것 같다.

88세. 무엇인가 시작하기 가장 좋을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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