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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06. 2021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나아지는 법  

수채화 배우기

사물을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원래 그림의 목적이었다.


선사 시대에 죽음을 무릅쓰고 잡은 동물의 형상을 동굴 벽화로 남긴 것은

숭배하거나 풍요 또는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BC 15,000 ~ 10,000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선사시대 사람들의 음영처리와 물감의 짙고 얕은 농담 효과 등 미술적 감각이 놀랍다.


북유럽 르네상스 시대 때 얀 반 에이크는

유화를 발명하고 마르는 속도가 더딘 특성을 활용하여

매우 정밀한 묘사로 사실주의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에이크는 인물들의 뺨에 나있는 수염 구멍까지도 묘사했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1434]


현대 미술은 모더니즘 실험 정신을 추구하며 과거의 전통을 버렸다.

전통적인 예술의 특성인 묘사에서 벗어나 추상을 지향한다.




무심한 붓질과 긁어내는 나이프로 단 시간 내에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 내는

밥 로스의 'Wet on Wet' 기법의 그림과

그의 '참 쉽죠!' 말 한마디와

아무렇게 붓이 가는 데로 물감을 칠한 듯한 현대 추상화 작품들은  

나의 수채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엄청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즐겁게 그림을 배우자는 밥로스 아저씨


나의 경우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가 필요한 부분에서도 수필을 쓰듯

붓이 가는 데로  대충 물감을 찍어 바르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

항상 디테일이 부족하다.

2016년 12월 작. 대충 특징만 잡아냈을 뿐 디테일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중간에 한 3년 쉬었으니 2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기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신중하지 못한 나의 붓놀림을 지켜보는 강사가 답답한 듯

직접 붓을 들고 묘사를 하는 시범을 보여 주는데 어찌나 섬세하고 신중한 지...


수년간을 배우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멀어 보인다.

강사가 지적해 주기 전에는 어디가 부족한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중심이 되는 물체와 배경 부분에 대한 강조와 생략을 구분 못하고

사물 하나하나의 묘사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좋아지고 살아난다는 것을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 완성한 최신 작[2021.10.5]

이번 완성품은 사인을 한 후에도

덧 칠하고 강조하고 보충하고 보충했다.


단 5분 만에 완성한 피카소의 그림 속에는

지난 50년간의 노력과 숙련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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