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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05. 2021

태종대 앞 주전자 섬에서 낚시 한판

추석에 이어 개천절 연휴가 연속되고 있습니다.


예년에 연휴가 이어지면 가까운 동남아나 중국으로 여행을 즐겼던 좋은 절기이지만

요즈음은 코로나로 감히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코로나 상황이 빨리 해결되어 어딘가 낯선 곳을 찾아 떠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몸은 늘어지고 TV 앞에 앉아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

밖에 나가는 것조차 성가시게 느껴지는 귀찮아니즘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집 앞 잉어가 헤엄치고 있는 온천천을 따라 걷는 것도

2시간이면 가볍게 윤산 허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트래킹도

마다하고 TV 앞 소파를 떠날 줄 모릅니다.




그래도 낚시 가자는 제안은 거부 못하고 따라나섰습니다.

지심도가 바라다 보이는 거제도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작열하는 햇볕의 강도는 옅어졌다고 하더라도

얼굴에 선블록을 잔뜩 바르고 긴 챙이 있는 모자를 눌러쓰고 토시로 팔뚝을 감쌌다고 하더라도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옷을 뚫고 들어와 온 몸에서 땀을 솟게 하고 열기가 차게 했습니다.

입질이라도 한 번 있었다면 더위를 모두 이겨낼 수 있었겠지만

밑밥을 그렇게 투입했는데도 어신은 없었고 몸은 땀에 절여졌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바위 언덕이 깊게 파인 곳이 바다 깊숙이 까지 이어진 부분이 있었고

구멍 치기 하듯 장난스럽게 내려뜨린 묶음 추에

범돔, 게르치, 술벵이, 볼락 등 다양한 어종이 물려 올라왔습니다.

작년에는 거제도 갯바위에서 팔뚝만 한 숭어 한 마리 잡았는데       

이번에는 잔챙이들을 낚는 재미에 그쳤습니다.


크기야 손바닥보다 작은 놈들이지만

잦은 입질에 간혹 바위 밑으로 치고 들어가는 놈들이 있어 잔재미가 있었습니다.




태종대 앞 주전자 섬이라고도 불리는 생도로 낚시를 가자는 제안에 따라나섰습니다.


예전 1월 말에 태종대 앞바다 자갈마당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때

몇 번 생도 섬 밑으로 다이빙을 해서 해삼을 줍고 멍게를 따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생도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선상 낚시를 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땐 힘 좋은 부시리와 참돔 몇 마리를 잡았습니다.


지난번에 사정이 생겨 참여하지 못했던 생도 갯바위 낚시에서

벵에돔 몇 마리 잡았다던 낚시 친구의 얘기를 들은지라

이번 낚시에서는 힘 좋은 벵에돔을 낚는 손맛을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가을 햇살이라고 하지만 한낮의 작열하는 햇볕은 등줄기에 땀방울을 맺게 했고

물결에 밀려 한참을 이리저리 부유하던 붉은 제로 찌가 갯바위에 닿을 것 같아

건져 올리는 낚시 바늘에는 여전히 새우 미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바닷속에도 코로나 확산과 같은 경고가 있었든지

갯바위 부근에도 선상 낚시를 즐기는 깊은 바다에도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물고기들이 어디로 가 버렸을까요?

코로나 유행이 시작했던 작년 초부터 여러 번 선상 낚시와 갯바위 낚시를 나섰지만

물고기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녁 5시쯤에 철수하는 배를 탄 생도 갯바위 여러 곳에서 낚시를 드리운 조사들도

한결같이 고기가 씨가 말랐다는 말을 했습니다.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역시나 꽝친 하루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잡는 사람은 잡았겠지요.

철수하는 배에 오른 조사들은 모두 남자들이고

이들 모두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꽝쳐 버렸지만

어쩜 여 조사들은 감생이 실한 놈 한 두 마리 잡아 우쭐대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낚시를 드리운 생도의 절벽 암석 모양 중에

여자 낚시꾼은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콧대를 높이 치세우고 있었지만

뭉툭한 코를 가진 남자 조사는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체면을 잃은 듯

눈 위에서부터 머리통까지 바람에 날려 버린 모습이 선명했습니다.

      



오늘 비록 물고기 한 마리, 어신 한번 받아보지 못했지만

또 누군가 낚시 가자고 하면

냉큼 따라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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