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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12. 2021

맛있는 빨간 사과를 얻기까지

정년을 얼마 앞둔 자형은 누이와 상의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소일거리로 가꾸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땅을 사고, 그 땅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자형 내외가 고향 문경으로 돌아와 사과농사를 지은 지 6,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과 농사는 노년에 재미 삼아 일하는 소일거리용 텃밭 수준이 아니라 끝없는 노동과 손길을 요구하는 중노동 고생 덩어리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책임감도 생기고, 기왕 시작한 것 남들처럼 건강하고 좋은 농삿물을 생산해 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농사일을 몰라 서툴고 수확량도 적었지만, 이젠 농법 교육을 받고 시간이 흘러 경험도 쌓여서 제법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사과를 수확해 낸다.


사과 과수원의 일은 연중 이어진다. 겨울철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며 더 좋은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게 한다. 나뭇가지 사이에 공간을 넓혀 그늘을 없애고 햇빛이 들게 하고 나뭇가지의 전체 골격을 바르게 유지시킨다.


사과는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과 잎에서 합성한 탄수화물을 양분으로 자란다. 과실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나뭇잎수가 적어져 과실의 품질이 떨어지므로 인공적으로 숫자를 줄여 과실 수와 잎 수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어 주어야 한다.

봄철 꽃봉오리 따기는 꽃봉오리 수를 줄이는 것으로 크고 충실한 꽃봉오리 위주로 남기고 약한 것을 솎아내서 전체를 한 뼘 간격으로 달리게끔 따내는 과정이다. 사과꽃은 3년생 가지에 피어나는데, 일부 품종은 2년생 가지에도 꽃이 피는데 액화라고 한다. 1년생 가지에 피는 꽃과 액화로 맺는 과실은 작고 모양이 좋지 않아 상품성도 떨어지고 나무로부터 영양분을 빼앗아 나무세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꽃은 피기 전에 솎아내야 한다. 사과꽃은 한 꽃봉오리에 5, 6개의 꽃이 피는데, 중심에서 피는 꽃을 중심화 밖에 피는 꽃을 측화라고 한다. 보통 중심화만 남기고 나머지 꽃들은 따내는 적화 과정이라고 불리는 꽃 솎기 작업도 진행한다.        


꽃이 피고 수정이 되어 중심과를 포함해 5, 6개의 과실이 달린다. 3년생 가지에 달린 중심과만 남기고, 측과와 병충해 피해나 상처를 입거나 기형이거나 나무 발육에 지장을 주는 가지 끝에 매달린 사과는 제거(적과)한다. 사과의 꼭지가 짧은 경우 강한 바람에 쉽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꼭지가 긴 과실을 남긴다.

 

사과가 옹기종기 조밀하게 붙어 자라서 수확량이 많아져 좋아할 것 같으나, 적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소과를 얻게 되는 피해에 해당한다.

적과 과정은 사과를 수확하는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적화 과정을 거치고 수시로 봉오리에 달린 과실을 따낸다고 하지만 사과밭을 돌아볼 때마다 몇 번은 한 봉오리에서 여러 사과가 뭉치로 자라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한 나무에서 자라는 사과도 햇볕을 받는 부분은 붉어지고, 나무 아래에 맺은 열매는 빛을 받지 못해 푸른빛을 띤다.
햇빛을 가린 잎을 따내고, 과실의 방향을 돌려서 착색이 되도록 돕는다.

적화와 적과를 마친 과실들은 봄의 훈풍을 거쳐 여름의 햇살을 받으며 탐스럽게 영글어간다. 푸른 하늘이 높아지고 흰구름이 펼쳐지는 가을에 접어들면 과실에 탄수화물을 공급하던 나뭇잎의 기능을 제고하여야 한다. 나뭇잎이 무성하면 영양분을 많이 생성하여 과일이 굵어지고 나무의 발육 상태가 건강해지지만 햇볕을 차단하여 과실 착색에 영향을 준다. 잎 따기는 잎을 줄여서 과실에 좀 더 좋은 광환경을 제공하여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의 잎사귀 수(소과는 40장, 대과는 670 ~ 70장)가 필요하지만, 이 수를 맞추어 잎을 따내기란 불가능하므로 과실 측면에서 햇볕이 들기에 좋게끔 잎을 따낸다. 햇볕을 고르게 받지 못해 한 쪽 면만 붉어지거나 사과끼리 서로 붙어 있어서 착색이 불량한 경우엔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과실을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이때 사과가 낙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햇볕이 잘 드는 사과 과수원일지라도 과실의 밑부분까지 완전히 착색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은박으로 만든 반사필름을 이용하여 햇볕이 잘 닿지 않는 과실 밑 부분까지 골고루 착색시킨다. 과실 전체가 잘 착색되어 붉게 익은 사과는 당도가 높아지고 맛도 깊어진다.

 

누이 내외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늦은 오후까지 사과밭에서 살며 과실을 가꾸어 낸다. 노동의 다져진 근육과 수년간의 경험으로 체득된 맛있는 사과를 얻는 과정을 몸소 익혔다. 선진 사과 가꾸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본 농사진흥원에까지 가서 시찰과 교육도 받았다. 누이 내외는 매일 이어지는 노동에 지칠 법도 한데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를 보며 스스로 위로하며 마음 뿌듯해한다.        


농부의 잦은 손길과 보살핌에 따라 사과의 맛은 달라진다. 농부들의 부지런함과 평균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심하고 햇볕이 잘 드는 산비탈에 과수원이 분포되어 있는 문경산 사과는 빛깔도 좋고 맛도 뛰어나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나는 이번 대체휴가가 이어지는 10월의 연휴에 문경 누이집을 방문하여 사과 잎 따기 일과 반사필름을 펴는 일을 도왔다.


적과에서 수확할 때까지 차례로 내 손길이 간 올해 사과는 더욱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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