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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19. 2021

돌연변이에 대한 생각들, 차별 타파와 공존

문경 농사일에서 발견한 변이종들을 보고 느낀 점

문경에서 농사일을 도우면서 밭에서 발견한 변이들을 보면서 그저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변이들이 아무런 차등이나 편애 없이 같은 작물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올 가을에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땅콩을 수확했다. 한 고랑은 일반 땅콩을 수확했고, 두 고랑은 검은 땅콩을 거두어 들였다. 18세기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다는 외래종인 까만 땅콩은 비타민 등 유기물질이 풍부하고 다이어트에 좋고, 오랫동안 이 땅에서 자랐고 더구나 비린 맛은 줄고 맛이 더 좋다는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올해 처음 검은 땅콩을 보았다. 처음 본 것이라고 신기하고 이질감을 느껴지지만 이 땅에서 자란지 수백년이나 된 것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할 것이다.       


연휴 3일째 되는 날 비가 내렸다. 비로 사과 잎 따내러 가는 것은 포기하고, 우산을 쓰고 집 앞에 흐르는 개울가를 거닐었다. 담벼락 아래에는 간밤에 온 비에 대추가 즐비하게 떨어져 길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물러진 놈 벌레 먹은 놈들이 많은 중에 생생한 놈을 주어 입에 넣었더니 단맛이 돌았고, 대추를 먹으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대추나무는 모든 열매를 떨어트리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가을이 더 깊어지지 전에 생생한 대추를 털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비옥으로 갈아 입고 긴 장대를 꺼내서 대추나무를 후려 쳤다. 후두둑 떨어지는 대추를 줏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생긴 돌연변이를 주어 기록 사진을 찍었다.       


누이 집에서 기르는 개 멜로디는 목양견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 국경에서 가축, 특히 양을 몰기 위해 개량된 보더 콜리종에 속한다. 탄탄한 외형에 활동적이고 민첩하고 의욕적이며 재능이 뛰어난 개다.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개로 유명하며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원래 주인이 해외로 떠나면서 누이집에 맡겨졌는데, 처음에는 집안에서 커다가 감당하기 어려워 현재는 마당에 매여 자라고 있다. 천성적으로 똑똑하다고 하지만 충분한 교감과 적절한 교감을 받지 못해 꾀병, 삐짐 또는 위협을 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강해 작은 인기척에도 반응하고 크게 짖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맬로디의 눈빛이 정상이 아니다. 두 눈의 색깔이 달라 갈색과 흰색 눈빛의 Odd eye를 가졌다.


그리고 농사일을 도우면서 발견된 이전의 사진들도 올려 보면 다음과 같다.

고추와 가지
앵두
포도


누이의 사과 과수원에는 다양하고 진기한 모양을 가진 사과가 자라고 있었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고 다른 사과들과 동일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자랐다. 사과를 솎아내거나 수확시기에 사람의 눈에 띄어 비로소 주목을 받는다.

이 사과는 잘 자라서 수확시기가 되어서야 사람들 눈에 띄었다.
몇 해전 몹시도 더운 여름 날씨는 다양한 모양의 감을 맺게 했다.  



                  

돌연변이는 생물체에서 부모에게는 없는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유전하는 현상이다. 유전자나 염색체의 구조에 변화가 생겨서 일어난다.  


최근에는 돌연변이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이 눈에 띈다. 세상을 파괴하는 외계인이나 악인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초능력을 지닌 영웅으로 묘사되는 것도 있지만, 돌연변이를 위험인물로 규정하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는 시도와 그에 대한 갈등을 그린 영화들도 넘쳐난다. 푸른 눈과 괴성을 질러 초강도 음성 파동으로 사물을 파괴하는 힘을 지닌 돌연변이 슈리크를 감금하는 씬으로 시작하는 베놈2 최신 영화에서도 돌연변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리고 있다.     


잠시 생각의 범위를 확장해 본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존재하는데, 처음부터 생존했던 것일까? 아니면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가 이루진 결과일까? 생명체의 진화는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종을 뛰어넘는 변화가 일어나게 했던 것일까? 진보한 과학과 수많은 실험은 자연의 선택이 새로운 종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그렇다면 돌연변이가 이 세계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동식물의 종들을 만들어 낸 것일까? 하지만 돌연변이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며 무작위적이고 무의미하며 생명체를 손상시키거나 치명적 유해를 가져다준다. 아주 다양한 면에서 긍정적이고 유익한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생존하고 유전되어 오늘날 지구 상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종이 생겨 날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생명의 탄생과 진화는 결국 모든 생명을 있게 한 창조주가 있으며, 창조주에게 우리의 삶을 바칠 때 창조주는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주실 것이라고 창조과학을 믿는 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창조주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의문은 의문 그대로 남겨 둘 것인가는 우리 개인의 선택이다.


좁은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신체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돌연변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생존에 유리할 수가 없다. 인간의 몸 일부 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형 중 대표적인 것이 종양과 암이다. 돌연변이는 무익하고 악한 존재이며, 함께 공존을 하지 못할 존재인가?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생존에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고 한다. 한 번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돌연변이는 대부분 생존에 불리하기가 십상이지만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 유전자 상의 돌연변이들은 지금도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고,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돌연변이들이 있는데 아몬드, 벼, 옥수수, 당근이 대표적인 것이라고 한다. 야생 아몬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시안화칼륨이라는 독을 품고 있어 위험하다. 인간이 먹기 시작한 아몬드는 인간이 한 번도 재배해보지 않은 돌연변이 아몬드 나무를 우연히 발견하고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벼는 원래 붉은색이었다고 한다. 흰색의 돌연변이 벼가 발견되었고 농부들이 흰색 벼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주황색 당근은 원래 보라색이었는데 돌연변이로 흰색과 빨간색 당근이 생겼고, 이 둘을 교배해 주황색 당근이 탄생했다.


인종과 문화적 갈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작은 변화의 돌연변이는 인간에게도 일어났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골격, 피부, 머리카락 등 생물학적 특성의 구별되었다. 서구 사회에서는 과거 식민지 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고 확산시켰다. 중세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남미를 식민지로 개척하고 금광과 커피농장을 일구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흑인을 싣고와 1,200만여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호주 남부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 섬의 원주민은 영국 이주민에게 학살되어 지구 상에서 사라졌다. 히틀러는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비롯하여 수많은 집시를 사지로 내몰았다.


극단적인 인종차별은 퇴색되었다고 하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우리를 조롱하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고, 미국 유명 TV 앵커가 찢어진 눈을 표시하는 등 여전히 동양인의 비하하는 인종차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한국 남자의 위상은 어땠을까? 미국에서는 백인 남자가 우월했고 흑인, 히스패닉, 그 다음이 동양인 한국 남자의 순이었다. 한국인 남자는 동네 개보다도 인기가 낮았다. 최근에 한국의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고, 블랙핑크의 인기와 BTS의 미국 빌보드 차트 석권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 BTS의 음악과 수려한 모습으로 인해 미국에서 한국 남자들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다. 미국 남자들보다 예의 바르고 잘생긴 한국 남자들을 친구로 선호하는 미국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BTS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동남아 력을 활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도시의 3D 업종뿐만 아니라 1차 산업을 영위하는 농어촌에서도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흔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동남아 인력이 본국으로 돌아간 요즈음엔 농어촌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이들의 임금이 한국인의 노동자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떤가? 피부색이 검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필리핀이나 베트남 노동력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그들 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전문직에 종사했던 이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이동과 거주가 자유로운 국가인만큼 여러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며, 한국에 정착하고 귀화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외국인 체류자가 인구의 4.9%를 차지하고 있어서, 학계에서 말하는 다문화 사회로 인정하는 5% 아주 가까운 수치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우리의 상황은 동남아 인력뿐 아니라 외국인 출신 귀화한 대한민국인조차 낯설게 대하거나 진정한 한국인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경향을 만들어 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종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와 피부색과 문화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더불어 함께 공존하여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여야 한다. 조금 다른 점은 있지만 본질적으로 우리는 동일한 사람이다. 해외여행이 잦은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똑같은 차별을 당한다면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인종과 문화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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