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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07. 2020

테를지 공원, 별이 흐르는 밤

몽골, 세 번째 이야기

아침 일찍 울란바토르 근교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마트에서 몽골 전통음식 허르헉 재료를 샀다. 앞다리가 붙은 양갈비 한 짝과 감자, 당근, 마늘, 양배추와 물 한 통을 구입했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자마자 포장도로는 군데군데 깨지고 파여서 비포장과 다름없었다.


끝없는 지평선을 달리다가 40m 칭기즈칸 동상이 우뚝 선 박물관에 들렸다. 2006년 몽골 통합  8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동상이다. 러시아, 일본, 독일, 한국 기술자가  철 250톤으로 거대 기념탑과 야외 박물관을 만들기 시작하여 2010년에 완공했다. 엄청난 규모라 동상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상 얼굴 부분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주변 기념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모금액을 기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얼굴 모습을 한 기마동상을 만들어 기념광장의 영구히 배치해 준다고 한다. 중국 배우 성룡도 기탁금을 내서 조만간 그의 얼굴을 한 기마동상이 세워질 것이란다.


한 때 몽골은 아프리카, 유럽 대륙, 중국, 러시아, 한반도와 일본까지 전 세계를 정복했다.  그들에겐 빠른 기마술, 철기문화, 굴복한 이방인 문화와 국가권력을 인정하는 포용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광활한 영토와 지배력을 가진 몽골이 칭기즈칸 사후 급격히 몰락하여 지금까지 가난과 후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한 이 몽골이 다시 웅비해 나가는 기회를 찾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강우 부족과 차가운 날씨로 나무가 거의 살지 않는 광활한 들판 사이를 달려 태를지에 도착했다. 그곳 들판 곳곳에 게르가 세워져 관광객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게르 한 동을 4만 원에 빌리고, 8천 원에 구입한 앞다리가 있는 양 갈비 한 짝과 야채를 내주며 저녁 식사로 허르헉 요리를 부탁했다. 한국 돈 1만 원을 요구했다. 허르헉이 준비되는 동안 말을 타고 멀리 보이는 사원에 다녀왔다. 말 달리기라고 하기보다는 말 타고 걷기라는 표현이 옳겠다. 산 중턱에 위치한 사원에 오르는 길 옆에는 불경의 말씀과 교훈 한 마디씩 적은 입간판이 나열되어 있었다. 사원을 오르내리는 신도들에게  경고의 음성을 주고 있는 것이다.

1시간  반 말을 타고 사원을 다녀왔는데도 말타기에 아쉬움이 남아 다시 낙타를 탔다. 엉덩이가 배기고 아픈  말등과 달리 쌍봉 사이에 앉으니 낙타 등은 더 안전감이 있고 푹신한 쿠션감이 있어 편했다.

게르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 거북 바위를 오르고 싶었다. 얼마나 몸이 둔해지고 살이 쪘는지를 실감했다. 바위 산을 오르는 것이 힘겨웠다. 몸을 비틀어 바위틈을 빠져나가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몸이 비대해지고 무릎에 약간의 통증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이 때문이겠는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 멈춘 헬스를 다시 시작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절실하다.


게르로 돌아오니 저녁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두꺼운 냄비 속에 양갈비와 야채를 넣고, 빨갛게 달군 돌 몇 개를 넣고서 1시간여 두면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이  된다.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음식을 먹는데  몇 개의 원칙이 있다. 먼저 냄비 속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돌덩이를 꺼내 양손으로 번가라 가며  돌을 주고받아야  한다. 뜨거운 돌은 손 안의 더러운 병균과 세균을 죽이는 과학적 위생적인 도구이다. 물이 귀한 몽골에서 손을 씻는 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또한 몸을 덥게 하고 고기를 먹을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그 후, 함께 있는 사람과 공평하게 양고기를 나누어 먹는다. 갈비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하나뿐인 어깨뼈에 붙은 고기는 칼로 사람 수대로 잘라 전부 한 토막씩 나눠 먹는다. 그리고 한국사람이 허르헉을 먹는 좋은 방법을 터득했다. 갈비를 입으로 뜯을 때는 잠시 숨을 멈추고, 입에 든 고기를 씹을  때 숨을 쉬는 것이다. 고춧가루 없이 소금으로만 간을 한 양갈비인지라 고기를 코앞에 가까이할 때 누린내가 심해지는 것을 피하기에 좋다. 허르헉은 먹을 만하다. 고추장이나 김치를 준비한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식사 후 다시 잠시 게르 안 침대에 누워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7시 40분쯤에 게르에 나가 밤하늘을  쳐다봤다.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몽골의 밤하늘에도 북두칠성이 북쪽 낮은 하늘에 떠 있었다. 흐드러지게 늘려져 있는 별무리. 별을 헤는 밤, 별이 흐르는 밤이다.  별들이 노래하는 듯하다. 머리 위에 있던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북쪽 하늘로 계속  흐르다가 잠시 멈춰 서더니 흐릿하게 빛을 잃어갔다. 별을 보기 위해 몽골에 간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보통 테를지에서 1박을 다. 코가 탁 트일  정도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말을 타고, 허르헉을 맛보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봤다. 구태여 하루  밤을 묵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테를지에서 1박을 하게 되면 게르 안에 피워놓은 장작불이 밤새 꺼져 버려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다. 심야에 일어나 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깊이가 10m는 되어 보이는 몽골 전통 화장실에 다녀와야 할 것이고, 아침에 세숫물이 없어 물티슈로 얼굴을 훔쳐야 할 것이다. 꼭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  의무조항이 아니므로, 한밤 중에 차를 달려 울란바토르 홈스골 레이크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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