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Jun 08. 2020

몽골인의 신공,  한 목소리에 두 개의 음이

몽골, 네 번째 이야기

울란바토르에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근교에 여름 집을 가지고 있다. 도심에서 십 수 km만 벗어나도 공기가 다르다. 갈탄 사용과 넘쳐나는 차량으로 인한 공해가 심한 도심지를 틈만 나면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자녀에게는 맑은 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의 장래  유망한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말에 '그들이  행복해하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라고 몽골 가장이 답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자주 여름 집에 간다.  주말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특히 공해와 더위로 질식할 것 같은 여름에는 모두가 여름 집에 와서 산다. 완전 피서처이다. 가이드 바타의 여름 집은 도심에서 겨우 1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여름 집이 도로변에 있어 그곳에 커피점을 겸한 베이커리 가게를 내고 싶어 했다.


우리가 꿈꾸는 주말농장을 가난한 몽골인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으며 일상으로 즐긴다.

울란바토르 근교 여름 집

몽골엔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 말고기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서있는 말뼈 가루가 관절에 특효라고 한다. 몽골은 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말뼈를 이용한 공식 약품이 없다. 말고기는 먹고 뼈는 다 뭐하는지 모르겠다.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말뼈 액기스를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난 수소문하여 종합병원에 가서 뼈 전문 의사의 담을 받았다. 병원에서 제한적을 판매하는 말 관절 연골과 힘줄로 만든 약을 10만 원 정도로 구매했다. 하루 세 번씩 66일을 먹으면 관절염 치료 끝이라고 하니 시린 무릎이 완쾌될 날을 기대한다.

몽골 무류의 집산지 나랑톨. 없는 것이 없을 정도.

난전과 컨테이너 판매상이 넘쳐나는 이 도시의 최대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넓은 주차장 가득 차가 뒤죽박죽 섞여있고 도매시장에는 지방으로 배달되는 물류차량으로 넘쳐났다. 자체 기술과 생산품이 적은 나라의 이 시장에서 대부분의 물품이 전국으로 배송된단다. 가이드 바타는 물류 관련 직업을 가져 빠르게 돈을 벌고 있다. 틈틈이 관광 가이드도 겸한다. 한국에 유학 다녀온 젊은이답게 계산이 빠르다.  줄 둘러보다가 꼼꼼한 바느질과 속 구성이 알찬 가죽 가방 하나 샀다. 우리 돈 2만 5천 원.


시장 옆 현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음료와 한 끼 식사가 2,500원. 접시 가득 양고기 볶음과 밥 한 공기는 한 끼 식사로 훌륭했다. 비슷한 가격의 동남아나 남미의 한 끼에 비해 월등히 양과 질에서 앞선다. 관광객들은 보통 울란바토르 서울거리의 비싼 한식당이나 화려하게 꾸민 식당을 찾는다. 로칼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한다. 많이 저렴하다. 가격은 5배 이상 차이나지만 맛은 대동소이하다. 그동안 일식집, 몽골 바비큐집, 샤브샤브 The bull, 중식당 Oriental  Treasure 등에서 지불한 식대는 로칼 식당에 비하면  가격과 맛으로 비교하면 지나치게 비싸다. 시장을 빠져나오면서 노상에서 사서 먹은 포도 맛은 지금껏 먹어 본 것 중 최고였다.


1,800년 후반에서 1,920년대까지 몽골을 다스린 Bogd 칸 궁전을 방문했다. 여름 집과 겨울 집이 나란히 붙어 있다. 여름 집은 큰 절의 가람 배치와 비슷하다.  여러 개의 출입문과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마다 부처님 등 불교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 한켠 특별 전시회에는 백자로 만든 여래 보살님이 엹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곳의 부처님들은 한국의 부처님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2층까지 공개된 겨울 집은 건물 각층이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져 있다. 그곳에서 Bogd 왕이 사용하던 집기들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각종 동물들과 어류 박제들이 여러 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페 베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몽골 전통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잘 준비된 민속 공연을 보고 즐겼다. 한 호흡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낮고 깊은 저음의 밍이 귀전을 울린다.  우리와 춤사위가 전혀 다른 현란하고 유쾌한  손목 꺾기와 팔과 어깨 놀림의 춤이 흥을 돋운다. 화려하고 다양한 음색을 가진 악기와  함께 펼쳐지는 합주, 한국에서 한참 유행했던 팬텀 싱어를 몇 배 능가하는 남성 4 중창, 10인의 합주를 뚫고 귀에 생생히 파고드는 여성 중창단 목소리 등 모두 너무도 잘 준비된 공연이었다. 특히  합주에 맞춰 노래하던 가수가 음색을 바꿔 한 가지 관현악 소리를 내는데, 전혀 사람의 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되어 다른 악기와 어울려져서 합주를 듣는 것같이 착각이 들 정도로 경이로웠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들어본 음악. 분명 한  사람이 나와 허밍을 하고 있었다. 깊은 저음의 허밍이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어울려 퍼져 나왔다. 멜로디가 어디서 나오는지 둘러봤지만 확인이 안 된다. 녹음기를 틀기에는 공연장이 너무 가깝다.  서너 걸음 앞에서 관객이 집중해 보고 듣고 있는데 녹음기까지 동원하겠는가? 관객을 무시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집중해 듣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한 사람의 소리이다. 가수 한 사람이 비음과 구강음을 동시에 내서 마치 두 사람이 공연하는 것같이 들리게 한 것이다. 집중해 들으면서 이 놀라운 기법을 개발한 예인에게 감탄했다. 경악의 박수를 끝없이 보냈다.


이 놀라운  민속 공연으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매거진의 이전글 테를지 공원, 별이 흐르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