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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20. 2021

양강사호, 정양 보행거리

옛 계림 이야기, 두 번째

북경, 상해와 함께  중국의  3대  도시에  속하며, 광동성 인구의 절반이상이나 되는 1,600만여명의 장족이 살고 있어서 장족 자치구로 인정받고 있는 광조우를 떠난 고속열차는 시속 248Km 속도로 2시간 40분을 달렸다. 계림에 다다를 즈음 열차  창문 밖에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들이 수없이 펼쳐졌다. 베트남  하롱베이를 기차 타고 달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하롱베이도 계림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계림과 하롱베이를 잇는 거대한 지역에 삐죽삐죽 솟아오르고 섬같이 생긴 괴산들이 펼쳐진다고 한다. 거대한 규모의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깎여나가 계림에는 3만 6천 개의 산봉우리를, 하롱베이에는 1,969개의 섬을 만들어 냈으니, 생각만 해도 사방이 볼록볼록 한 산들이 가득하고 끝없이 펼쳐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중식당에서 나온 점심 역시 입에 잘 맞아 맛있게 먹었다. 매장과 화장이 모두 성행하는 여타의 중국 장례의식과는 달리 유난히 매장률이 높다는 계림의 공동묘지를 지나,  스키장에서나 사용될 만한 오래된 삭도를 타고 올라간 곳은 계림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2천 고지의 요산이었다. 계림의 대부분 산봉우리가  석회 암석으로 구성된 것과는 달리 유일한 흙산인지라 조상을 이곳에 매장하려고 수많은 중국인들이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룬 요순시대 4대 임금중 세분이 이 요산에 묻혔다고 한다.

요산 정상에는 요제임금을 기리는 소형 박물관이 있었다. 요순시대 때 처음으로 인간이 농사를 경작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가르쳤고, 1년 동안 지구가 태양을 도는 기간을 24개로 구분하여 만든 24절기로 농사짓는 시기와 때를 구분하여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하신 위대한 분이 요제임금이셨다고 한다. 24절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사용하는 것으로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경작과 수확시기를 알려주는 천기에 속하는 신법이라고 평소 느끼고 있었는데, 이 위대한 절기를 알아내신 분을 여기서 만나게  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계림이 고향인 주원장의 호 복파를 딴 복파산에 올라 계림의 도심지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이강의 푸른 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나도 마음속에서 수영을 하면서 흐르는 땀을 식혔다.


마사지 샆에 들려 1시간 반 동안 피로를  풀었다. 국내에서는 마사지를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여행길에 오르면 값싼 덕에 마사지를 즐긴다. 하지만 이젠 그 가격이 올라 3, 4만 원 하니 전처럼 매일 마사지를 받는 것은 이제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한식당 아리랑에서 삼겹살과 사각이는 양상추를 곁들여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양강사호로 발걸음을 돌렸다.



낮의 무더위에 지친 주민과 관광객들이 태양이 서산을 넘어가는 저녁부터 호수와 강가로 몰려나와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이강, 도화강의 양강과 목룡호, 계호, 용호, 삼호의 사강으로 이루어진 인공호수 양강사호에는 우뚝 솟은 태양 탑과 달 탑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유람선을 타는 인공호수를 둘러보는 대신에 젊음과 패션, 꼬치와 열대과일 등 먹거리가 넘쳐나는 정양 보행거리를 걷기로 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망고, 꼬치, 계수나무 분가루로 만든 다과를 맛보았다. 마지막으로 약국에 들러 중국에서 유일하게 사고 싶은 호랑이 연고를 한 박스 구매함으로써 오늘의 여흥을 마쳤다. 호랑이 연고는 모기 물린 자국에 바르면 가려움을 없애주고 막힌 코도 뚫어주고 저린 통증도 없애주는 즉효약으로 애용하고 있다.


호텔로 돌아오니 과일바구니가 탁상에 놓여 있었다. 망고, 포도, 사과, 배, 바나나, 귤, 작은 호박만 한 유자가 가득한 대륙적인 과일 바구니로 기분 좋은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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