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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5. 2021

계림으로 출발

옛 계림 이야기, 첫 번째

중요 과제 하나를 마치고 머리를 식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힘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서둘러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몇 시간 후 중국 광주 하늘을  낮게 비행할 때 좌석 선반 위 락커 사이로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바깥 더운 공기로 인한 것이라 직감하면서 십 수년  전에 광주 중식당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랍스터와 자라 요리를 먹고 난 후 우리 일행은 식당 입구에 널려져 있는 조류, 파충류, 곤충과 물고기 등 여러 음식 재료 중에서 악어를 주문해 요리로 먹고 싶어 했다. 종업원을 불러 악어를 요리로 주문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영어와 한문을 섞어가면서 주문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몇십 분을 소통하다가 결국 악어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1kg, 한문으로 '값 가' 자를 써서, 겨우 킬로그램당  400 위안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고개를 끄떡이며  주문했다. 잠시 후 냄비를 가져와 뚜껑을 열어 보여주는데 그곳에는 악어 등껍질이 보이는 한 모퉁이 악어 고기를 담겨 있았다. 처음에는 악어 요리를 주문하면 밖에 있는 큰 악어를 잡아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밖에 있는 것은 견본이고, 호기심에 이끌려 이미 잡아 놓은 악어 고기를 사용해서 요리하는 당연한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요리할 시간이 지나고, 쫄깃쫄깃한 닭고기 맛과 비슷한 악어 고기를 그때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광저우 공항

광저우 공항에 내리니 남아열대 더운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잠시 후 전형적인 중국인으로 짧은 머리에 둥근 얼굴의 인상 험악한 가이드가 외모와는 달라 혀 짧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곳이 인구 천백만이  사는 광동성 광조우이다'라고 밝은 인사로 맞이 해 주었다.

호텔은 비교적 깨끗했고, 15도로 설정된 호텔방은 두꺼운 이불을 목까지 당겨 덮어도 서늘했다.  뷔페식 식당에서 먹은 아침 첫끼는 입맛에 맞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인육으로 만두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 호텔에서도 손님을 음식재료로 인육을 사용했는지 물만두는 맛이 훌륭했다. 하나 남은 야채말이 튀김과 쌀국수와 함께 먹은 석이버섯 무침은 맛과 식감이 뛰어났다.


아침 7시에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광서성 계림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남광주역으로  출발했다.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중국인의 모습에서 그래도 과거보다 많이 좋아진 중국인의 질서의식이 엿보였다. 세계 속으로 관광객이 되어 밀고 나가는 글로벌 초보 중국인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중국의 최대 명절을 맞이 하여 7억 인구가 고향 찾아 이동을 한다고 한다.


일행 중 보이지 않는 한 두 손님을 찾아 분주한 연변 출신 가이드가 사용하는 촌스러운 단어가 가물가물한 옛 추억의 언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 단어들은 수작업이란 말 대신 '인공'으로 티켓을 확인할 것이다. 손님을 찾지 못하면 '나발'로 찾을 수밖에  없다에서의 '인공, 나발'이라는 단어들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가을 대신에 '가슬', '나발'이라는 옛 말은 내 어릴 적에도 사용한 것으로, 중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의 언어 발달이 한국에 비해 많이 느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제강점기 말 할아버지 적에 경상도에서 중국의 피난 왔다는 경상도 가이드의 언어 사용에서 친근감을 느꼈다.


이제 광주역을 출발한 고속열차는 2시간 30분 후에 계림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될 것이다.

천하제일이라는 계림의 자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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