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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22. 2021

기막힌 속임술, 인상유상저

옛 계림 이야기, 세 번째

조금 부실한 식사로 아침을 때운 후,  중국 계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강 유람을 떠났다.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눈앞에 펼쳐지는 이강 주변의 산수화를 넋을 놓고 바라다본다. 동양 수묵화에 많이 나오고 뭇 사진과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도, 못내 아쉬운 것은 이강의 풍물 중 하나였던 가마우지를 이용한 물고기 잡는 모습이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계림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관음 종유동굴이 있다. 총길이가  12km나 되지만 3km만 관광객에게 개방된다. 이강 유람선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사용하여  동굴 입구에 이르고, 다시 열차를 타고 지나면서 종유석, 석주, 석순을 보게 된다. 열차의 종착지에는 관음동굴의 하이라이트가 자리 잡고 있는데 다행히 밝은 조명이 비추고 있어서 사진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


동굴 아래로 내려와서 모노레일을 타니 한참을 달려 처음 유람선을 탔던  마을에  이르렀다. 한식당에 들러 동네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먹이를 쪼아 먹는 중국 토종닭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 맛은 한국의 토종닭과 같고 쫄깃 졸깃 씹는 느낌도 같았다.


양삭으로 가는 도중에 포도산 기슭에 자리 잡은 얌족  문화 마을을 방문했다. 검은 복장에 화려한 장신구와 화관을 쓴 19살 처녀가 관광객을 맞이하고 길을 안내했다. 한족이 침입하고 힘이 부족하여 넘쳐나는 물로 과일과 곡식 등 수확량이 풍족한  평지는 빼앗기고 척박한 산 위로  피신해서 자리 잡은 곳이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전통 춤과 노래를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  소수 민족으로 사는 어려움과 비애 속에서도 이들의 얼굴에서는 밝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장소를 옮겨 찾아간 곳은 시인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가'에서 전해 내려온 이상형의 도시가 펼쳐진다는 세외도원이다. 산수의 아름다움이 천하제일이라는 계림의 양삭에 세상 밖 복숭아 정원이 조성되었다. 필가산 일대의 10여 리 주변에 심어 놓은  복숭아꽃 도화가 만발하고, 황금색 유자나무 꽃과 눈처럼 흰 여채화와 자홍색의 홍화초가 온통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알록달록 오채 색이 섞인  비단이 펼쳐지는 듯하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배를 타고 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양삭에 위치한 서가 재래시장은 서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보다는 서양인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한때 서구문화를 배척했던 문화혁명 시기에는 폐쇄되기도 했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만든 공예품, 명품 짝퉁 가방, 요란한 음악이 울리는 클럽과 식당,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 찻집에 들려 달콤한 차를 한잔 마셨다.


이 중에서 중국인의 상술과 현란한 속임술에 대해 말해 보겠다. 정양 보행거리에서 10위엔에 산 부채가 크고 견고하고 바람이 잘 이렀다. 동행자가 선물하면 좋겠다며 이강에서 뱃놀이 한 후 가게에 들려 부채를 둘러보았다. 주인은 '계림산수 천하갑'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람 잘이는 부채를 5위엔에 10개를 사겠다고 흥정하는 손님에게 처음에는 판매를 완강히 거부하더니만, 잠시 후 가게를 떠나려는 손님에게 다가와 그 값에 가져가라면서 다섯 개씩 포장된 부채 세트를 내놓았다. 두 세트를 산 관광객이 토종닭 백숙을 점심으로 먹으며 부채를 꺼내 펼쳐 보았더니 10위 엔하는 것과 달리 부채 재질이 비단천이 아닌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달려가 환불을 청하니 언제 팔았냐는 듯이 외면했고, 결국 환불은 못하고 씩씩대며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서가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속임수가 재발되었다. 깎아 달라는 손님이 흥정을 실패하고 돌아서니, 나이 많아 보이는 장수가 다시 달려와 한국돈 3천 원에 부채 2개를 주고 갔다. 길을 걷던 관광객이 이번에 확인해 보니 한 개는 계림 경치와 문구가 새겨 있는데, 다른 하나는 무늬 하나 없는 맹탕 바람만 일으키는 부채이더라. 보여주는 것은 제대로 된 부채였지만 추가로 준 두 번째 부채는 짝퉁이었다. 중국에서는 왜소하고 나이 많은 할머니 상인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들어 도와주고 싶더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철저히 눈으로 확인한 후에 흥정하고 값을 치러야  한다. 섣부른 사람이 중국이라는 강호에 나오면 내공이 깊은 중국 상인들에게 눈뜬 상태에서 코가 베이고 호주머니가 털려서 빈털터리가 되기 십상이다. 내상이 깊으면 한이 되어 두고두고 생각나는 법이다.


고개 한번 돌리면 그 사이에  뚫고 들어오는 중국인이 있으니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서 세계적 감독인 장예모가 연출한 인상유삼저를 보러 갔다. 관람 온 수 천명의 인파 속을 헤쳐나가 가장 맨 앞줄에 앉아 대형 산수실경 연출 쇼를  감상했다. 계림의 진경산수인 이경과 12개 주봉을 무대와 배경으로 삼아 600여 명의 출연진이 공연을 한다. 그들이 펼치는 꿈의 전경은 화려한 조명과 노래, 무용, 횃불 등의 기획과 연출력에서 중국의 대국적 기질과 장예모 감독의 놀라운 사상력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한 번에 3 천명의 관광객을 수용하고 1 년 내내 공연이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을 공연에 참가시킨 광서 소수민족의 경제사정에 크게 기여하는 완벽한 경기부양책이며, 중국 공연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경주나 제주 등에서도 대규모의 완벽한 공연을 기획하고 야간에 공연한다면, 관광객을 하루 더 그 지역에 머물게 함으로써 관광 수입이 배가 될 것이다. 지역 주민을 공연의 주인공으로 참석한다면 지역 경기도 활성화될 것이다. 좋은 것은 배우라고 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싶은 지역 문화 공연이 생겨날까?  


호텔로 돌아와 인근 마사지 샆에 들러 피로를 풀고,

어른 주먹보다 2배나 커 보이는 망고를 사서 깎아 먹은 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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