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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24. 2021

계림 용수 공원, 다시 현업으로

옛 계림 이야기, 네 번째

밤새 문을 닫지 않고 영업하던 가게들이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양삭을 떠나 계림으로 출발했다. 하늘은 청명하고 사방은 온통 석회암 산봉우리가 빠른 버스에 따라 계속 펼쳐졌다. 곳곳에는 짓다만 낮은 건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3, 4층에 철골과 벽돌 블록이 그대로 드러나거나 유리가 끼어있지 않는 창문틀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것은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로 건설 속도가 늦는 것도 한 원인이지만, 시공 중인 건물 1, 2층에 이미 사람들이 들어가 사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운 지역이라 유리가 없어도 추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때문이다. 살아가다 형편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건물을 완성시키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 살아간다.


계림에 도착하여 들린 곳은 일본 침략으로 옛 성곽만 남아있는 용수 공원이다. 천년 대용수로 유명한 이 공원의 호수와 칠성 다리 위 정자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여유로운 정경이 정겹게 느껴졌다.

1,500살이나 되었다는 천년 대용수


도심지 한 블록 전체를 쇼핑몰과 아파트로 개발한 완다그룹이 옆 지역에도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완다그룹이 들어서면 인근 지가가 상승하고 상가지역으로 번성하게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소문이 현실이 되어 재개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문을 믿고 먼저 인근 땅을 구매한 중국인들이 돈을 번다. 중국도 부동산 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완다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내부는 서구풍으로 건축되었다. 각 층마다 독립 가게가 나열해 있다. 1층에는 아우디, 벤츠를 파는 자동차 매장까지 있고, 2, 3층에는 영어, 예술학원 등이 자리 잡고 있았다. 다양한 중국, 태국, 베트남, 한국 식당들이 4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끼 식사 비용으로 30 ~ 40 위안을 지불해야 하니 한국돈 7, 8000원이면 한국 물가에 버금갈 정도인데도 손님이 벅적된다. 부동산 투기와 서구식 개인 사업으로 돈을 번 현지인들의 소비 습관은 도시 전체의 물가를 높이고 있다.   

완다 플라자

이번 여행기간 내 하루 세끼 식사를 빠짐없이 찾아 먹고 음식이 입에 맞아서 빵빵하게 부른 배를 비울 틈이 없었다. 쇼핑몰 식당가에서 호기심이 일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배가 불러 먹을 시도조차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아열대 지방인 이곳에는 녹색 미깡(귤)이 넘쳐나고 바가지만 한 유자가 소화를 돕고, 중간 호박만 한 망고가 감미로이 입맛을 돋웠다. 동남아 등 해외여행을 가면 바로 과일 가게에 들러서 망고를 몇 kg 사서 배를 채우는 것이 여행 첫날 호텔방에서의 행사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습관이 없어졌다. 망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1kg이 넘게 나가는 커다란 망고 한 개만 깎아도 풍족해지는 과육과 과즙이 망고에 대한 집착을 잊게 한 것 같다.


장백산 농산물을 파는 가게에 들러 아낌없이 내어 주는 땅콩, 건포도, 잣, 건망고, 생강 칩, 대추칩, 생강 캔디를 마음껏 주어 먹었다. 장백산 명주와 산삼은 무시하고 연변산 참깨는 외면하고, 깔끔하게  탈피한 노란 녹두 1kg을 8천 원에 샀다.


4시 반 이른 시간에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삼겹살을 먹고, 광저우행 7시 10분발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11시 반에 광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출구 게이트 옆 핸드폰 충전기 옆에 앉아 마지막 중국 계림 여행기를 적었다.


이렇게 여행을 마치고 현업으로 돌아가서 충전된 힘으로 다시 후련하고 힘차게 현실을 헤쳐 나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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