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문화를 보존해 놓은 아이누 민속촌가 위치해 있는 시라오이로 이동했다. 아이누 민속촌 입구에서커다란 코탄코리쿠르 족장의 동상이 마을의 안녕과 방문객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약 2만 년 전부터 북해도땅에서 살아온 아이누인은 15~18세기만 해도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캄차카반도, 사할린, 일본 혼슈의 동북부 지역까지 널리 분포하여 살고 있었다. 아이누 모시리라는 문자를 사용한 아이누족은외모나 풍습이 다른 일본인들과 구별된다.눈이 깊고 대부분이 쌍꺼풀이고 코가 오뚝하여 얼굴의 윤곽이 오목조목 또렷하여인종적으로다르다.메이지 시대에 일본은 이 지역을 흡수하고아이누의 전통적 생활 관습을 강제로 금지시켰다. 홋카이도 개척의 과정에서 아이누를 강제로 이주시키며 그들의 토지를 약탈했다. 이로 인해오랜 기간 독특한 문화를 가꾸어왔던 아이누의 전통문화는 파괴되었다. 이러한 불평등한 대우로 이 족속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민족 정체성의 상실 위기를 겪고 있다.
이제 북해도에 아이누인은겨우 2만 3,4천 명 정도 살고 있다. 다행히 30여 년 전부터 옛시대의 습관과 예능, 말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각 민족은 제각기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영위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부디 고유의 문화와 본래의 자긍심이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 최고의 유향 온천지인 지옥계곡을 찾아 노보리베츠로 이동하는 길옆에는 후지산을 닮은 원래 모습에서 화산 폭발로 산 정상이 날아가 버린 달마산의 하얀 산등성이가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노보리베츠로 가는 길에 1943년부터 활동하며 성장 중인 해발 402m 쇼와진잔에 들렸다. 원래 평지의 보리밭이었는데, 주변 화산활동으로 지반이 조금씩 융기하면서 땅이 솟아올라 지금의 산이 만들어졌다. 활화산임을 증명하려는 듯 지금도 하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보리밭 주인이 땅이 융기되는 것을 매일 기록으로 남겼다. 4차례 화산폭발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이 상세한 기록 덕분이었다. 화산활동의 조짐에 따른 폭발 여부를 예측하고 폭발 전 인명을 대피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세심한 관심이 인명을 구했다. 그의 기록은 화산의 생성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세계 화산연구가의 이목은 이끌었다. 지금도 그 자녀가 이 주위에 살며 화산활동을 기록하고 있다니 일본인의 대를 잇는 집중과 연구가 놀랍다.
유황냄새를 잔뜩 머금은 연기와 수증기를 쉴 새 없이 내뿜고 있는 지고쿠다니로 온천 지옥계곡은 일본 3대 온천지로 유명하다. 지옥계곡까지 접근해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수증기를 보았다. 계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관광상품 판매처에서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알았다.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 원형 분화구 사진이 걸려 있었다. 낮은 지역을 지옥계곡이라 부르는 이곳은 활화산인지라 매일 지진그래프를 그리며 화산활동을 모니트링 하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 일본인의 섬세한 안전주의. 그래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둘레가 40km가 넘고 수심이 168m나 된다는 도야호수 역시 거대 화산 폭발로 이루어졌다. 호수 가운데 여러 개 섬이 있고, 이 섬들을 한바퀴도는 유람선을 탑승한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채어 먹는 갈매기가 내내 유람선 위를 떠 다녔다. 이 갈매기들이 없다면 40여 분간 배를 탄 관광객들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갈매기가 도야호수의 주인공이다. 어쩌다 관광객들이 이 호수를 찾아오지 않게 된다면 이 갈매기들 모두 굶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새들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는 기능을 모두 잊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엉뚱한 생각을 해 봤다.영화 15도나 되는 날씨에도 이 호수가 얼지 않았다. 호수 밑에 뜨거운 온천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야호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로 전망대에는 한국 관광객으로 북적되었다. 피부를 미끈하게 유지하는 데는 북해도산이 가장 좋다는 마유 크림을 선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내민 돈으로 상점 주인은 금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맛있다며 모두가 구입하는 요구르트 하나 마시고, 지난번에 못 사서 아쉬워했던 뜨거운 물만 부으면 즉석에서 미역국이 되는 해조류 하나 샀다.
삿포로로 돌아오는 도로 옆에서 눈을 맞으며 서있는 도깨비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것을 착안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한국에서 크게 히트한 것인지 모르겠다.
저녁엔 삿포로 게 뷔페에 갔다. 비싼 킹 크랩과 털게를 무한정 제공한다. 1kg 9만 원 하는 킹 크랩과 맛은 좋으나 비싼 가격 탓에 겨우 한 마리 먹어보는 털게를 실한 놈으로 골라 마음껏,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었다. 킹크랩은 게살이 두툼하고 식감은 쫄깃쫄깃. 털게는 맛이 달고 달다. 역시 털게가 최고다. 다양한 음식이 즐비한 뷔페이지만 오직 갑각류만 집중 공략한다. 게와 왕새우로 배를 채웠다. 삿포로 맛집인 신간 미나미 라맨집 찾아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다음에 라맨 먹으러 일본에 한번 더 오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