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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an 24. 2022

고래상어를 만나러 떠나다

옛 필리핀 세부 방문 이야기

고래상어 투어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본 그 해 여름

난 필리핀 세부 오슬롭에 고래상어를 보러 갔다.   

새우를 먹는 고래상어를 해안가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위해

어부들이 소형 배를 타고 새우를 공급한다.

고래상어는 그 해안가를 떠나지 않고 편히 먹이를 얻어먹게 되고

어부들은 이곳을 관광지로 만들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


수조관이 아닌 야생에서 고래상어를 본다는 것이

여간 귀한 것이 아니어서 상어와 함께 수영을 즐긴다는 것은

대단한 만족감을 주었다.

스노클링 하면서 손을 뻗어 상어의 피부를 만져보니 다소 거칠게 느껴졌다.       



 

야성을 잃어버린 상어,

가난한 필리피노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지만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웠다.

 

해류를 따라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바닷속 풍부한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다양한 먹이사슬의 일원이 되어야 할 회유성 고래상어를

한 지역에 머물게 해서

낯선 해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오만한 인간의 큰 실수가 빚는 재앙이 되지는 않을까?

필리핀 오슬롭의 고래상어로 시작된 사소한 인위적 변화가

지구 전체에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을지?   


채집되는 과정에서 오염될 수밖에 없는 새우를 먹게 되는 먹이 편식성

자연 상태의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지 못해서 영양분 불균형이 일어나고

고래상어가 차지해야 할 생태계의 위치 파괴로

해양계의 질서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만 즐길 수 있도록  

내 울타리 안으로 가져오고

내 것으로 만들지 말고

그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일 수는 없을까?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만나는 놀라운 경험은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을까?


전체 생태계에서 한 종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 탐욕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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