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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y 25. 2022

이미 벚꽃은 지고

수채화 배우기

진해 여좌천을 따라 걷노라면

벚꽃이 바람에 날리어 머리 위에 내려앉고

눈꽃처럼 내 시야를 가린다.


겨우내 헐벗어 앙상하던 나무들이

동면을 깨고 막 새싹을 틔우는 3월 초 어느 날

나는 예전에 걸었던 여좌천을 떠올리며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담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밑그림을 스케치하고 나서

흐드러진 벚꽃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꽃송이마다 마커액을 바르고 나머지 배경을 모두 그린 뒤

마른 마커액을 떼어내고 꽃송이에 연분홍색을 칠 할까?

아니면 아예 꽃송이 자리를 비워두고 나머지를 모두 그린 뒤에

연분홍색을 칠하고 연한 고동색으로 꽃수술을 그려서 완성할까?


벚꽃 자리를 비워두기로 하고

스레트 지붕을 칠하고 돌담을 칠하고

나무에 물감을 얹어 빛이 반사되는 부분과 그림자 부분을 구분하고

비워둔 자리에 연분홍색과 바이올렛 레드를 더하고......


2022년 5월 24일 벚꽃이 있는 풍경 마무리하다.

           

결국 3월에 시작해서 5월 말에 마무리가 되었다.

새 생명의 움이 트는 시기에 그리기 시작해서  

남들보다 먼저 눈송이같이 흩날리는 벚꽃을 즐기고 싶었는데......


서울 출장이다 중요 회의다 하면서

1주일에 한 번도 시간을 내지 못하고 빠지는 날이 많아

겨우 우 마무리했더니

시간은 흘러 이미 벚꽃은 지고


그림은 고목에 꽃핀 처럼 우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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