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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28. 2022

그림에 음악을 입히다.

새로운 미술 감상법,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제주 빛의 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온통 벽면과 바닥이 그림으로 뒤덮여 있고, 광란의 악기 소리와 리듬이 공간을 가득 채워 있었다.  어느 것이 작품이고, 누가 관객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걷거나 한자리에 앉아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제주는 3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여행 전날 나는 제주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 활동을 찾다가 제주 서귀포 성산 옛 비밀 시설을 개조하여 전시공간으로 개관한 빛의 벙커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하였다. 수십대의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동원해 거장의 작품을 분석해서 조각내고 음악을 입힌 낯선 공간에서 완벽하게 몰입하여 미술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체험을 하였다. 현대 파리 예술의 트렌드가 된 '빛의 아뜰리에'의 기술을 도입한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 아트가 그곳에서 펼쳐졌다.



예전 유럽 여행에서 실물로 보았던 클립튼, 반 고흐의 매혹적인 작품전에 이은 세 번째 순서로  '모네, 르누아르... 샤갈 그리고 파울 클레'전을 전시되고 있었다. 작가의 눈에 비친 사물과 상상력을 채운 캔버스를 해체하여 수백 평의 공간 내부 벽과 기둥에 최적화된 영상으로 변신시켜 투영하였다. 작품의 주요 부분을 확대시켜 개별적인 작품으로 변모시키거나, 배경을 분리하여 주된 인물이나 사물 뒤에서 흐르게 하였다. 작품의 배경이 날아가 사라지면 수많은 화려한 색이 벽과 바닥을 채우고, 추상과 구상이 음악 속에서 춤추듯 나타났다가 다른 색과 형상으로 바뀐다. 파란색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물고기가 튀어 오르고, 관객의 시선은 천천히 물을 떠나 육지에 닿고 배와 건축물로 옮겨간다. 장엄한 음악이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화가들의 작품을 이미지, 소리, 빛을 융합한 미디어 아트로 변신시킨 새로운 미술 감상 기회는 이전의 단순히 캔버스 속 작품만을 보던 2차원적인 미술감상에 비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감상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이곳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 속 밝고 강렬한 색상, 거친 붓터치가 섬세한 빛으로 표현되고 있다. 작품 속 선과 색체를 분리하여 다른 색체와 선으로 대체하거나, 다른 작품 속 인물과 사물을 삽입시키기도 한다. 어찌 저토록 강렬한 붉은색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였을까? 어떻게 캔버스 전체를 짙은 푸른색으로 뒤덮었을까? 과감한 붓터치, 그러나 섬세한 기법. 좁은 면적을 메꾼 색상도 만만치 않다. 색체가 단순히 한 두 색상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색상이 보태져서 마침내 그 색체를 띄도록, 화가는 몇 번이고 고치고 덧바르고 또 다른 기법을 혼합하여 적용한 후에 마침내 원하는 색체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몰입형 미디어 아트의 분석과 재조립 기법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인도하였다.

     


나는 이곳에서 샤갈의 새롭고 독특한 표현의 회화 기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과 '양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여인"과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등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매혹적인 정원을 그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는 제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거장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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