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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2. 2022

초정리 약수터에 가다.

청주에서 하루를 묵던 날.

인근에 어디 가 볼만 한 곳이 없을까? 하고 지도를 펼쳤고

초정리라는 낯설지 않은 지명이 눈에 띄었다.


초정리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닭을 삶으면 살이 파란색으로 변한다는 청송군의 달기 약수터와 같이

탄산이 섞여있는 탄산수로 유명하다는 것과

세종대왕이 피부병이 걸려 초정리 약수터에 와서 머물렀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택시를 타고 청주시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로 달려갔다.

주목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한가로운 지방도로에 속한

초정리 삼거리에는 목욕탕과 식당 건물 한 두 개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옛날 초수, 즉 탄산수가 나는 우물이 있다고 붙여진 초정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고

(예전에는 초수리라고 불렸다고 한다)   

청주시에서 세종대왕이 요양차 초정리 약수터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착안하여

2019년 삼거리 북쪽에 왕이 지냈던 초정행궁을 복원하고

용비어천가의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칠새..."의 샘이 초정약수터가 배경이 되었다는

Story Telling을 착안해 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탓인지 찾는 이가 적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찾아갈 때 머물었던 수원화성행궁 정도의 규모와 역사를 기대했지만

초정행궁의 규모나 해설자의 설명은 많이 부족했다.


초정약수는 미국의 샤스타, 영국의 나포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선정되었다는 홍보에 대해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에는 초정약수를 한양의 궁성까지 파발마 특송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오래전부터 피부병 치료로 또는 음료를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니

초정약수를 마시고 목욕을 한바탕 해 보기로 했다.



줄을 서서 광천수를 공짜로 받고 있는 약수터를 관리하는

초정약수 원탕이라는 대중목욕탕 안에는 제법 많은 사내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온탕에서 몸을 녹이고 난 다음

원탕이라고 표시된 차가운 탕 안에 들어가 머리까지 물속에 잠기니  

후추처럼 따끔따끔 맵다는 초수리라는 지명 그대로 얼굴과 온몸이 따끔따끔 거렸다.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과 이온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가 더 매끈해지겠지!



목욕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 들러 백숙을 주문해 먹었는데

맛있을 것이라는 식당 주인장의 말과 달리 맛은 그저 그랬고

백숙 한 마리 가격으로 8만 원을 지불했다.

손님이 적은 시골 식당이라 반찬도 맛도 정성이 부족 못했지만

세종대왕께서 한글 창제를 마무리한 역사적 지역이라는 것과

초정약수를 이용해 만든 천연사이다와

통일교 재단 일화에서 초정약수로 만든 초정탄산수를 생산하는 곳을 방문했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초정리를 떠나 왔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청주시에서 매년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개최한다고 하니

때를 맞추어 초정리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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